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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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표변-김진웅 형이 보내온 글

  • 길벗
  • 2007-05-29 19: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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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으로 귀농하여 단감과 밤 농사를 짓고 있는 김진웅 형이 게시판에 글을 하나
올려 놓았는데 모두 읽고자 하여 이곳에 옮깁니다. 형의 생각과 삶이 늘 저에게
채찍질을 하는 듯 합니다. 형과 저는 서울서 각각 큰 부잣집 머슴 살 때 만나
한동안 소식이 끊겼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어져 다시 만나고 있는데 신기한 것은
서로 귀농한지도 몰랐는데 농장 이름을 똑같이 \'길벗\'으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길벗농장>으로, 형은 <길벗농원>으로 하기로 했었습니다>


군자표변(君子豹變)

김 진 웅

군자표변이란 말을 사전에 찾아보면 ‘표변’이란 말에만 그 뜻이 나와 있는데,  ① 표범의 무늬처럼 뚜렷이 허물을 고쳐 착해지는 일 ②마음과 언동이 돌변함 으로 풀이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혼불’을 쓴 작가 고(故) 최명희는 군자표변이라는 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자기 외삼촌한테서 들은 어원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표범이 먹이 사냥을 위해 달릴 때는 그 속도가 엄청나답니다. 그런데 보통 동물들이 그 속도로 달릴 때 앞에 바위나 절벽이 나타나면 피하지 못하고 머리를 부딪쳐 죽거나 절벽으로 그대로 떨어져 버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표범은 자기가 죽을 상황에서는 90도로 몸을 꺾는 그런 유연함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군자는 자기 사상이나 생각, 행동들이 ‘참이 아니다’고 판단을 했을 때는 미련 없이 바꾼다는 의미라고 했습니다.

저희 길벗농원 거실 앞 신발장에는 세로로 군자표변이란 말을 한자로 하나 써 놓았습니다. 이곳에 정착하면서 제 마음 다스리는 지표로 삼고자 한 것이지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기까지 속이며, 또 길 아닌 길을 들어서서도 자기 합리화를 통해 끝없이 죽음의 길을 가고 있기도 합니다. 아닌 것은 아닌 것입니다. 여기서 무아라는 개념도 나올 수 있습니다. 내가 없어야 길이 열린다는 것이죠.

나를 없애지 않는 한 표변하기는 매우 어렵죠. 이 죽음을 위한 행동, 말 따위는 우리들 일상 주변에서 크든 작든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평생을 주장했던 노학자가 자기 학설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을 때 이를 ‘아니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내가 그토록 신봉했던 마루 가르침이 참이 아닌 미신인 줄 깨달았을 때 미련 없이 버릴 줄 아는 용기, 또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사회주의든 이념들에 대한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을 때 버릴 줄 아는 용기, 남자는 이래야 남자다운거야 라는 고정관념...

이런 따위는 어쩌면 살아오면서 내 몸에 녹아있는 것이기에 부정하기는 참으로 어렵고 어려운 큰 표변을 요구하는 것일 겁니다. 그래서 나를 버리지 않는 한, 죽기 전에 내가 죽지 않는 한, 표변을 실행하기엔 말처럼 쉬운 건 아니죠. 그래서 내 아집을 송두리째 뽑아버리라는 무아(無我)라는 마루가르침이 나오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작은 표변들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일상생활에서 수없이 우리 자신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부간. 부모 자식간. 형제간 불화, 친구 간 오해, 직장 일 중에서 생겨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 여기서 우리는 90도로 내 마음을 꺾어야 하는 데 그러나 그러지 못하고 내 속도 내 못 이겨 죽음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이지요. 이를 아집이라고 말하기도 하죠. 그래서 군자는 표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길이 아니다’고 판단하면 꺾어야 합니다. 표범이 살기 위해 몸을 꺾듯이 말입니다.

여기서 군자라는 말은 중성입니다. 하느님이 중성이듯, 군자, 부처(석가모니만 부처가 아니거든요) 이 모든 높은 가르침 끝은 중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유교에서는 남자만 군자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이 또한 표변해서 그 의미를 바로잡을 말이기도 합니다. 여자든 남자든 자기를 죽이는 길 아닌 길을 꺾어, 살 길로 가자는 데 여자 남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늘 내 친구가 표변한다는 뜻을 하나 전해왔습니다. 그래서 반갑기도 하고 해서 이글을 써 보았습니다.

그대 길벗들 표변하는 삶을 그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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