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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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가 한동대학교에 합격했습니다

  • 길벗
  • 2006-12-15 22: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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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대학교 야경

큰 아들 현이가 이번 입시에서 한동대학교에 수시(2-B)로 합격을 하였습니다.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이라 여기며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방학 때 집에 왔을 때 현이가 한동대학교에 원서를 넣어 보겠다고 했을 때
솔직히 그 대학에 대해 그때까지는 자세히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본인이 원하고
또 수시니까 한번 넣어보자고 해서 내가 알기로 한동대학교에만 있는 \'대안학교\' 수시
전형에 지난 11월에 응시를 한 것입니다.

12월 2일에 포항 한동대학교에서 구술면접이 있었습니다. 현이와 또다른 두 친구를 홍성
풀무학교에서 태우고 그 전날 경주까지 와서 하룻밤을 묵고 면접날 아침에 포항으로
넘어왔습니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프린트한 약도를 들고 용케 곧바로 학교까지 잘
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 가본 한동대학교의 첫인상은 아주 좋았습니다. 우선 주위가 탁 트여 답답하지 않았고
건물들도 높지 않고 짜임새있게 지어지고 배치되어서 캠퍼스가 산만하지 않고
마음을 모아주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학교 입구는 너무 촌이라 소위 말하는 대학촌이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
맘에 들었고, 포항시내까지 가는 버스도 없다는 사실(학교 스쿨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이 또한 좋았습니다. 미국에 조그만 대학 캠퍼스에 와있는 착각을 할 정도로 조용하고 숲으로
둘러싸인 캠퍼스였습니다. 제가 나온 연세대학교는 학교 앞이 완전 유흥가여서 사실
유혹이 많고 또 20년 전에는 시대가 시대인지라 술도 많이 먹었습니다.

한동대학교는 요근래 부쩍 사회의 이목을 받고 있고 신흥명문(?)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영방송인 KBS가 이 대학을 취재하여 60분간 방송(2005년)을 했을 정도로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입학생이 700명 남짓한 정말 작은 학교인데 그 속에서 이루어내는 일은 결코 작지 않은 대학입니다.

아무튼 현이가 남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농고\'에 가고 이제 또 한동대학교에 가게 된 것을
저는 모두 하나님의 뜻이라고 감히 여기고 싶습니다. 이제 또 앞으로의 일들도 정해진
순리대로 이루어져 나가겠지요.

이번 수능시험에서 현이는 농고생 답지않게(?) 언어영역 2등급, 과학탐구 중에서 생물과 화학을 2등급 맞았습니다. 영어는 모의고사때는 3등급 정도 나왔는데 정작 본시험에서는 5등급이 되고 말았습니다. 풀무학교에서는 과학과목을 가르치지 않아서 현이가 독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업도 없이 혼자 공부한 현이가 생물과 화학에서 2등급을 마크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어려서부터 과학을 좋아하긴 했습니다만.

저는 실제로 고등학교 때 화학 \'가\', 생물 \'양\'을 맞았습니다. 화학 시간에는 맨 뒤로 가서 톨스토이나 D.H 로렌스의 장편소설이나 읽고 그랬습니다. 화학선생님에게 따귀도 여러번 맞고 그랬는데 그때 선생님이 \'춘고에서 원소기호 안외운 놈은 너 하나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참 화를 많이 내시고 한 기억도 나는군요. 이렇게 과학을 싫어했는데 현이는 자기는 화학과
생물 공부가 참 재미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엄마가 이과였으니
엄마를 닮은 건지....

한동대는 1학년 때는 문, 이과를 구분하지 않고 배우다가 2학년 올라가면서 전공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이것도 다른 대학에는 없는 특이한 제도인데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과연 현이가 무슨 전공을 택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얘기가 길어진 것 같습니다. 현이를 위해 기도해주고 또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마음으로부터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홈피 수정 작업은 생각대로 잘 되지를 않아서 그냥 둘까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좀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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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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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인선 2006-12-15
    축하축하! 아버지처럼 자기 길을 잘 꾸려 가는 아들 둬서 좋겠네...!
  • 농당 2006-12-16
    인선 양, 고맙습니다. 하는 일은 잘되가는지요? 올해는 망년회도 없나보네....
  • 정승관 2006-12-17
    현군의 합격이 정말 기쁩니다. 몇 년 전에 한동대학교에서 풀무를 특별전형대상으로 지정하여서 일부러 찾아가 입학담당자와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좋은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후 풀무학생들이 3년 연속 한명씩 입학을 했는데 모두들 만족스러운 학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평화양과 함께 가게 되어서 선배들이 기대가 큰 모양입니다. 저도 그들의 만남이 설레이며 기다려집니다.

    제가 본 학교 분위기도 참 좋았습니다. 현군의 신중하고 진지한 모습과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쓰실 큰 도구로 키워 주실줄 믿고 감사합니다
  • 농당 2006-12-17
    교장 선생님, 함께 기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공부보다 더 소중한 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우리 풀무학교를 생각할 때마다 학교를
    설립하고 또 인생을 바쳐 봉사해오신 많은 선생님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도산과 남강의
    민족의식과 권학 정신이 우리 풀무학교의 뿌리라고 한다면 저만의 오해일까요?
    아이들이 창업을 한 이후에도 변함없이 풀무의 정신과 기상을 품고 나아가길 기도합니다.
  • 조현국 2006-12-20
    축하한다. 애들 교육에 별로 신경 안쓰는 것 같더니 나름대로 준비를 했네.. 더구나 현이가 스스로 찾아내고 선택한 길이라니 더욱 놀랍다. 우리 각시도 부럽다고 난리야. 둘째 녀석도 좋은 소식 있기를..
  • 농당 2006-12-20
    이곳에 현이 얘기를 쓴 것만으로 나는 팔불출이 됐어...하하...
    우리가 이제는 다 아는 얘기지만 공부 잘하고 좋은 학교 간다는 게 때로는
    아무짝에도 소용 없는 일이란 걸 빨리 깨달을수록 좋은 엄마,아빠가 되는 것 같아.
    늘 건승하길 빈다.
  • 수원 2006-12-25
    축하 드립니다.
    심지가 있는 아들내미네요...
  •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현이는 누구를 닮았나 늘씬하고 훤칠한 키에 이국적마스크까지..
    부럽습니다. 더군다나 장학금면제까지 받았다나 뭐했다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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