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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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배송을 일주일만 미룹니다

  • 길벗
  • 2006-09-17 07: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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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배송을 9월 25일부터 하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지난 주말에(15일, 16일) 홍로를 따서 보낸 결과 평이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직 풋사과 맛이 나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제가 9월 15일경이면 배송한다고 공지한 것이 마음에 걸려 일단 제 눈에는
잘익은 것부터 따서 배송 날짜를 맞추려고 하다 보니 맛이 아직 들지 않은 것이
다수 섞여 들어가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는 역시 초보 농사꾼의 경험 부족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로 두번째 사과 수확을 하고 있는데 작년은 추석도 일렀고 수확도 처음인지라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올해 작년 생각만 하고 9월 중순이면 수확을 할 수 있다고 예상을 했었는데
그건 저 혼자만의 생각이고 아직 보내기에는 충분히 잘 익지를 않은 것 같습니다.
또 9월 중순 들어 흐린 날이 많다보니 색깔도 미흡했구요.
저희보다 아랫녘인 영주 지방에서 사과농사 짓는 아는 분도 추석 10일 전에야
항상 사과를 보낸다는 것을 어제 알았습니다.  

그런데도 일단 따서 보냈으니 작년과 같은 맛을 기대했던 분들이 약간 실망을
하신 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는 \'석회 보르도액\'을 방제에 이용하여 작년처럼
빛깔이 고운(?) 사과가 아닌, 허옇게 뒤집어쓴 사과가 오니 아마 첫 인상도
별로 였던 것 같습니다.

어젯밤 곰곰 생각해보니 아직 음력 7월이니 좀더 기다려야 맛도 들고 색깔도
더 좋게 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작물은 매해 절기의 빠르고 늦음에
따라 숙기가 달라지는데 저 혼자 생각만 한 것입니다. 선조들이 왜 음력 절기를
기준으로 농사일을 하셨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적어도 음력 8월에 들어서야
과실이 충실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유기농업 자재인 \'석회 보르도액\' 흔적은 제가 세척해서 보내면 문제는 없으나
굳이 세척해서 보낼 이유가 없기 때문에 보기에는 좀 그래도 일단 그냥
보내드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씻지 않은채로 그냥 보관하는 것이 훨씬
사과가 오래 가기 때문이기도 하고 저희집 노동력의 문제도 있고 그렇습니다.

이번 가을에도 사과 수확하면서 많이 배웁니다. 특히 선물용 대과 사과 만들기에
거의 신경쓰지 않았던 저는 그간 사과 교육 다니면서 사과 재배 농민들이 왜 크기에
그렇게 집착하는지에 대해 이번에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저도 몇십 그루 정도는 봉지를 씌우고 적과를 심하게 해서
크고, 때깔이 예쁜 선물용 사과를 많이 만들려고 합니다 ^^

아무튼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맛있는 사과면 됐지 라는 저만의 생각은 소비자들이
얼마나 호응해주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삶의 현실 문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태풍이 올라온다고 하여 초비상입니다.
배송이 늦어지게 되서 기다리시는 많은 분들께 죄송한 말씀 다시 올립니다.
한 일주일 더 기다리면 작년과 같은 맛있는 사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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