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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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그리고 휴가

  • 길벗
  • 2006-08-05 13: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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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집에 오는 손님들은 다 집 근처의 이 계곡으로 데리고 갈 예정입니다

긴 장마와 폭우가 지나고 이젠 폭염이 엄습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폭\'자가 들어가는 말이
그리 좋은 말이 아님을 알겠습니다. 폭우, 폭염, 폭풍, 폭격, 폭탄, 폭언 등등.....
아무튼 올 장마가 예년에 없이 길었듯이 이 무더위도 8월 말까지 갈 것이라고 하는군요.
한낮의 태양은 어찌나 뜨거운지 그냥 서있기만 하여도 땀이 줄줄 흐르고 사람이 기운을
차릴 수가 없게 합니다.

이렇게 더우니 특히 도시에 사는 이들은 휴가를 떠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인 그곳에서 이 더위를 난다는 것은 도무지 상상할 수 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휴가라고 해봐야 4박 5일에서 길어야 일주일이니 이또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프랑스처럼 한달 정도는 여름 휴가를 다녀와야 제법 인간답게 산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해봅니다.

여름 휴가를 한달씩 쓴다고 하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재벌들은 난리를 피우겠지요. 철민 아빠는 농민들도 울상일 것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휴가철에는 농산물 값도 떨어지게 마련이어서 휴가가 길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민에게 온다는 거지요. 그래도 이 더위에 고작 5일 내외 휴가지로 다녀오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참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고 오고 하루 빼고 정작 휴가지에서는
며칠 놀지도 못하고, 놀만하면 다시 짐 싸야 하니까요.

제 막내동생은 삼성그룹 계열사 쯤 되는 어느 회사에서 근무하는데 제가 봐도 참 일 많이
합니다. 대개 퇴근이 밤 10시 내외더군요. 어떤 날은 회사일을 집에 까지 가지고 와서
주말에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원 때는 별 생각없이 보아 넘겼는데 대리가 되서는
더 하니 아마 앞으로 과장, 차장 올라갈수록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일년내 뭐빠지게 일하는데 고작 휴가가 일주일이라니, 정말 대한민국
남자들 안타깝습니다. 그렇다고 공무원처럼 철밥통도 아니고.....

시골에 와서 사니까 여름이 되면 지인들이 놀러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동생은 자주
오고, 다른 이들은 일년에 한번 여름에 오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조금 더 많을 듯 합니다.
오늘 동생 내외가 오고, 내일은 아직 혼자인 친구가, 다음 주말엔 안사람 친구 미연 씨
가족이, 그리고 처제네도 오고, 그 사이 평일엔 대학 후배가 오기로 했고, 다다음 주에는
미국에서 잠시 귀국한 영준 형 가족들이 오기로 되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인 황 박사
가족이야 자주 왕래하지만 새로 사업을 시작한 종철이 가족이 함께 오랫만에 온다고 합니다. 올해는 김 부원장님과 그 일행들이 아직 날짜를 못잡고 있고, 신 원장님 내외분도
곧 오셔야 하는데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이곳에서 살다가 지난 연말 대처로 나간 재영이
아빠, 엄마도 휴가차 온다고 했고 그외 올해 다시 연락이 닿은 초등학교 동창들이 말로는
온다고 했는데 아직 구체적인 연락들은 없습니다.

이와같이 여름 한철 집이 와글와글 합니다. 우리 내외는 이 궁벽진 골짜기에서 사람 구경
못하다가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오면 그저 좋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듣고, 또 오랫만에 보니까 서로 사는 얘기도 하고 애들 커가는 얘기며, 간혹 정치 얘기도 합니다.
제가 사는 서석은 물이 좋은 곳이라 골짜기마다 사람들로 넘쳐 납니다. 그속에서 저희도
함께 아이들 물장구치는 모습 보면서 물가에서 맥주나 마시며 하루를 보냅니다. 저녁에는
숯불에 삼겹살 구워 먹으면서 또 소주 한잔씩 합니다. 이곳은 여름에도 열대야가 없기
때문에 저녁에는 제법 시원합니다. 외등 주위에는 날파리들이 왱왱대고 밤바람은 시원하고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보면서 삼겹살 구워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한낮에는 일을 못하니까 아침, 저녁으로 일을 하는데 요즘 우리집 일이라야 사과밭에
풀 베는 일 밖에는 없습니다. 예초 작업이 생각보다는 힘들어서 다 베려면 며칠 걸립니다.
낮에는 계곡에 가서 시원하게 놀고 저녁에 잠깐 일을 합니다. 그러고보면 도시에서
거대한 빌딩에 갖혀 하루종일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돈 많이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휴가도
많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은 휴가라고 어디로든 떠나지만 우리야 이곳에 사는 게 휴가(?) 비슷한 것이니 그러려니 하고 삽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일년 벌어 휴가 때 왕창 쓴다고, 그래서 휴가 즐기기 위해서 일한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인생을 아는 족속들이라고 생각됩니다. 한 10년 전에(회사 다닐 때) 영국에 한 열흘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 민박집(영국에서는 B&B라고 합니다)에서 만난 호주인 부부는 정년 퇴직 기념으로 45일간 유럽과 홍콩을 여행 중이었습니다. 유럽에서는 차를 렌트해서 다니고 있었습니다. 함께 저녁 식사를 시내에서 하면서 여러 얘기를 나눴는데 정년 퇴직을 앞두고 3년 전부터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날이 정말 덥습니다. 살인적 더위가 아닌가 싶습니다.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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