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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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주 가끔

  • 길벗
  • 2006-03-19 15: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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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돌아가는 꿈을 꿉니다.
소위 직장이란 것을 그만둔 지 8년, 그때의 제 동료들은 이제
상무이사, 부장들이 되어 있더군요. 저도 계속 직장 생활을 했더라면
부장이 되어 있었을까요?

대한민국에서는 이제 제 나이에는 오히려 나올 걱정을 하고 있다는데
그래서 친구들은 말로만 그런건지도 모르겠는데 저보고 '너 잘했다'
라고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저도 이곳에 내려온 것을 후회할 때가
있습니다.

이곳에 내려온 것 자체를 후회한다기보다는 제가 그만두기 직전의
회사에서 했던 일에 미련이 남아서 그런 것인데 사실 미련한 생각인
줄은 저도 알지만 그래도 그때 남아서 계속 그 일을 했었더라면
내 인생이 어땠을까 하는 것입니다.

좀더 참고 일을 하라는 윗분의 충고와 배려에도 아랑곳 않고
그냥 때려치운 그때 일이 가끔은 생각납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했던
일은 학술 사업과 교육 사업 분야였는데 제가 처음에 기획해서
세팅해놓은 대로 지금도 그래도 잘 굴러가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기도 한데 아쉬움도 많이 남음을 숨길 수 없습니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오는 <서남동양학술총서>와 그와 관련된
동아시아 관계 지원사업이 1995년에 제가 기획해서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당시 10년 뒤를 보고 기획했던 것인데 '동아시아'라는 주제를 가지고
일관된 지원을 하자고 했던 것이 당시로서는 좀 이색적이었다고 할까,
아무튼 많은 분들이 호응을 해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직장이라는 것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그만두면 역시 그 순간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라는 사실, 가끔 드라마에서도 봅니다만
그런 것 같습니다. '있을 때 잘해'는 그래서 직장 생활에도 그대로
통용된다고 봅니다.

제가 워낙 타고난 체질이 자유인이라 더는 못버티고 나왔지만
가끔은 정말 그때가 생각납니다. 좀 그립다고 하면 감상이겠지만요.
모두들 한때는 다 직장 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한때는 직장이 세상
모든 것인 듯 착각도 하며 삽니다.
그러다가 그만두면 그때부터는 평생 그때 그만둔 그대로의 생각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어린시절 어떤 기억이 단면으로
추억지어 졌을 때 그 순간만 영원히 기억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때 함께 했던 상사분들과 동료들이 이제 OB모임을 철에 한번
갖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가을 두번째 모임에 처음으로 얼굴을
디밀었는데 저만 농사꾼이더군요. ^^
지난 2월에도 모임이 있었는데 못가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유명한
소설가가 된 성석제 형(제 대학때 친한 선배이기도 한)도 같은 직장에서
몇년 함께 지냈는데 그 형은 그 모임에 나올 생각을 별로 안하더군요.

일요일 오후, 봄볕이 따스해서 담벼락에 서서 해바라기를 하고 싶은
날이기도 한데 그래서 그런지 이런 나른한 생각과 글을 써봅니다.
아무런 뜻도 없고 그저그런 이런 얘기.
도시가 싫고 조직생활이 싫어 소위 귀농을 한 사람도 가끔은 이런 후회아닌
후회도 하고 또 도시가 기억날때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사람 사는 일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인 면이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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