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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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수확을 끝내고

  • 길벗
  • 2005-09-19 15:2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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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첫 수확한 올해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정확한 숫자를 헤아려보지 않았습니다만, 대략 300박스 이상 수확한 것
같고, 추석 후에 몇 박스 더 추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처 주문을 다 소화해내지 못해 내년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져 안타깝고 죄송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내년에는 약 1,000박스 정도 수확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하는 데
어느새 절반 정도는 배송처가 정해졌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아는 지인들과 선생님, 선배님들, 친지들이 저와 저희 가족을 염려하여
이루어준 것입니다.

주문에 대느라 올해는 약간 덜 익은 것도 따서 수량을 채워야만 했는데
맛은 대체로 좋다고들 하셔서 위안이 되었습니다.

올 추석 사과 값도 작년과 다름없이 아주 높았습니다. 저희야 이곳
궁벽진 산골에서 얻어듣는 정보가 없어 겨우 홍천 시내에 있는
GS마트(구 LG마트)에 가서 선물용 사과와 일반 판매용 사과 가격을
보고 아는 수준입니다만.

혼자 생각에 내년에는 시장 가격과 관계없이 올해보다 10% 싸게
내놓을까 합니다. 그러면서도 올해 미흡했던 상품성은 좀더
올려야겠지요. 왜 이런 생각을 하는가 하면 사과 값이 너무 비싸서
일반인들이 맘 놓고 사과를 먹지 못한다는 얘기를 직접 여러 차례
들어서 입니다.

사과가 뭐라고 비싸서 월급쟁이들이 돈 꺼내기가 두렵답니까?
그저 제 생활 해나가는 수준에서 우리 농원의 수입이 어느 정도
결정되면 거기에 맞춰 생산품 값을 정하고 싶은 게 저의
바램입니다.

올해 수확해서 판매한 사과 대금은 총 7백여 만 원 남짓 되더군요.
지나간 4년간 밭에 들어간 것은 빼더라도 올해 투자 비용 빼면
남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SS기(중고) 사는 데 4백만 원, 서리 방지
시설(군에서 비용 일부 지원받아 하는 것)에 1백만 원, 참나무 수피
3차에 105만 원, 처음으로 하느라고 들어간 사과 박스 비용 총 280만 원.....

도시에서 직장생활 할 때(벌써 7,8년 전이군요)의 두 달 치 월급이
올 한 해 농사 수입입니다.
고등학교, 중학교에 각각 다니는 두 아들과 또 아버님까지 해서
다섯 식구가 어떻게 먹고 사느냐구요?

그래서 빚이 조금씩 늘어납니다. 왜 농촌이 빚더미인가 했더니
농사에 투자할수록 빚도 그만큼 늘어가네요. 그래도 올해는 겨울 걱정을
조금은 덜었습니다. 주머니에 사과 판매한 현금이 조금은 있으니까요.

벌써부터 내년 농사를 걱정하고 또 계획하고 있습니다.
부지런한 농사꾼은 가을부터 농사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제가
부지런하다는 얘기는 아니고 흉내는 내 볼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정말로 농사 소득으로만 우리 다섯 식구 온전히
살아가야 할텐데요. 걱정 반, 자신 반, 기대 반, 기쁨 반 그렇습니다.

올해 저희 껍질 째 먹는 <길벗사과>를 구매하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구요, 내년에도 변함없이 주문주시길 기대해봅니다.
일일이 이름을 다 올리고 싶지만 너무 많아서....그냥 이렇게
말로 때웁니다. 부디 용서를.....

길벗사과농원   길종각.박미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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