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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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산다는 것

  • 농당
  • 2005-01-31 16: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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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온 지, 햇수로 오 년이 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강원도 토박이(평창이 본적)이고 고향도 평창이고 고등학교까지 강원도에서 마쳤습니다만, 1981년 대학 입학과 함께 이곳 강원도를 떠났습니다. 그러다 2001년 2월,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십 년 만입니다.

요즘도 여전히 신문과 티브이에서는 귀농 또는 시골에서 사는 것이 '여전히' 화제입니다. 지난 연말에는 케이비에스 인간극장에 젊은 귀농부부의 삶이 방영되었습니다. 굉장한 반향을 일으킨 모양입니다. 아마도 너무 젊고(각각 32세, 30세) 또 부부가 둘 다 명문대(서울대와 카이스트 대학원) 출신이어서 그 영향이 배가 된 것도 같습니다. 저도 그 프로그램을 두 번인가 보았습니다. 참 아름답고 멋있게 보였습니다. 전라도 무주 오지에서 두 분이 처음 의지대로 꿋꿋이 잘 살아가길 혼자 기원해보기도 했습니다.

우리 집 근처(차로 10분 거리)에는 또다른 유명인이 살고 있더군요. 저는 오히려 몰랐는데 제 고등학교 동창이 신문을 보고 귀뜸을 해줘서 알게 되었습니다. <Peace of Mind>라는 찻집과 빵집을 겸하는 까페였는데, 알고 보니 인근 '허브랜드' 안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왜 유명한고 하니 바깥분이 국내 유명 속옷 회사의 사장까지 하신 분이고 부인은 또 제빵으로 대학에서 강의까지 하시는 분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그분들께 실례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또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게 그런 화려한 사회 경력을 가진 이가 이 궁벽진 산골에 빵집과 찻집을 차렸으니 신문과 방송에서 관심을 보인 게 아니겠습니까?

저도 내려온 첫 해, 한겨레신문에 매주 귀농일기를 연재했었는데 그때 방송국 두 곳에서 취재를 하러 오겠다고 해서 거절하느라 애먹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정말 한없이 평범한 사람들이어서 무엇 하나 내놓을 과거 경력도 없고 또 기술이나 재주도 없어서 언론에 나와서 남에게 무언가 보여줄 만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제가 언론의 속성을 조금 알고 그 결과가 어떨런지 이미 훤하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위에서 얘기한 지난 연말에 나온 그 젊은 부부도 방송이 나간 후 홍역을 치렀다고(혹은 현재까지인지도 모릅니다만) 합니다. 전국에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그 골짜기 부부의 집에 얼마나 찾아왔는지 부부는 이웃집으로 피신했다고도 합니다.

혹자는 저에게 얘기합니다. 방송에 좀 나와서 유명해지면 농사에서 나오는 이런저런 것들 파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이미 그런 분들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메주와 첼리스트'도 책을 내서 유명해졌고 이제는 그곳이 관광코스 비슷하게 된 것 같습니다. 요 얼마 전에는 홈쇼핑에도 얼굴을 내밀었더군요.  홈쇼핑에 진출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홈쇼핑에 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귀동냥으로 조금 아는 저로서는 그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뿐입니다. 참, 부럽습니다.

시골에서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요즘도 계속 생각해보게 되는 주제입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사실 이곳에서 만난 나의 이웃들에 대해, 그들의 사고와 삶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빗나갔습니다. 앞으로 여유가 주어지는 데로 써보겠습니다. 그분들께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만, 그래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의 삶에 대해 동경합니다. 책도 여러 권 출판되었고, 기실 저도 감동받은 사람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습니다. 오늘날 이 도시화, 그것도 날이 갈수록 거대해지는 도시의 한복판에서 우리 각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교해보기도 하고, 시골에서의 삶을 부러워해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역시 도시는 편리하고 우리는 이미 그 공간과 삶에 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동화 중에 '시골 쥐와 도시 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찬가지의 삶이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아무도 판단해 줄 수는 없습니다.
아마 인간의 삶은 지난 수 만년의 시간 속에서도 지금과 똑같은 과정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때, 수천 년 전에도 인간 사회에는 도시가 있었고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때의 도시도 당대 최첨단의 기술과 재능이 모인 곳이었고 권력과 재화가 넘쳐나는 곳이었고 사람들로 우굴대던 곳이었고 향락이 넘쳐나던 곳이었습니다. 그때도 시골(농촌)이 있었습니다. 도시에 비해 가난하고 힘들고 노동에 지친,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대우받지 못하던 비천한 삶이 바로 시골에 있었습니다. 지금과 무엇이 다릅니까? 달라졌습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농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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