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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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으며 하는 몇가지 생각

  • 농당
  • 2005-01-06 12: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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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이 되니까 예전과는 다르게 많은 상념이 떠오른다. 우선 귀농 5년차가 되었다는 것. 이 말은 새로운 사업을 해도, 공부를 해도 5년차가 되면 뭔가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압박에 다름 아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3년이면 서당개도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이 그냥 들리질 않는 이유다. 압박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건강(정신과 육체에 두루)에 해롭다는 데, 그간 너무 건강하게 살아온 역풍인가, 새삼 올해는 유난히 압박을 느낀다. 이 말은 또한 그간 해놓은 게 없다는 허전한 심정과 일맥상통한다. 조급함과는 조금 다르긴 해도 한 구석에 불안감 비슷한 어떤 것이 분명 있다.

또 나이도 그렇다. 올해 43살이 되었다. 기분은 아직 30대 초반인데 10년의 갭(gap)을 어떻게 메워야할 지, 사실 어리둥절하다. 그동안 뒤를 돌아보지 않았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지나간 30대와 귀농 이후의 삶들이 떠올려졌다. 그러나 사실 특별한 것도 없는 지난 10년이었다. 한 줄로 정리된다. 한 대기업에서 8년을 일했고 귀농했다. 그것이 전부다. 현재의 나는 그때의 반영이다. 무엇을 했지? 무엇을 남겼지? 아직은 물음표가 더 많고 현재 진행형인 삶이다. 아직도 이룩해야(성장)할 때인 것이다.

새해(new year)가 사실은 없는 것이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전도서). 그저 우리가 정해놓은 시작과 끝이 반복될 뿐이다. 그러고보면 인생도 시작과 끝이 있는데 이 시작과 끝은 신이 정해놓은 것인가.

올해는 다시 시작하는 일이 한 가지 있다. 농사와 병행하며 해야 하기에 심적, 육체적 부담이 클 것이다. 오래 전 같은 분야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도 하고 했던 선배가 다시 나를 그 현장으로 끌어들였다. 일년간 잠시 외도 아닌 외도를 해야 할 것 같다. 그 일은 농사에 못지않게 내 삶과 우리 사회에 중요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이들 교육 문제는 새해 뿐만이 아니라 일년 내내 고민 거리고 생각 거리다. 앞으로 이 란에서 교육과 아이들 삶에 관한 얘기를 진지하게 해보고 싶다. 우리 두 아들, 현이와 민이는 정말 평범한 길(삶)을 살고 있다. 가끔 귀농한 분 자녀들 가운데 특별한 재능을 가져서 남의 부러움과 이목을 사는 일이 있다. 그럴 경우 우리 교육 현실에서는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더욱 돋보인다. 과연 삶에서 교육의 본질은 무엇일까? 해답은 있는가? 죽을 때까지 방관할 수 없는 주제일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 몇 년 전의 대폿집과 비교해보면 피부로 와 닿는다. 결국 경제는 정치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다. 세계화라는 미명 하에 우리 경제가 겪어야 하는 과정인 것 처럼 일방적으로 호도하는 세력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경제는 정치다. 나도 평소에 소비가 승하다. 주로 약주 값이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 하고 좀 관대했는데 요즘에는 나도 모르게 좀 주눅이 든다. 주머니가 허전한 탓이다. 아니, 애들이 커가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애들이 커가는 걸 보면서 내 부모를 생각하게 된다. 사실, 이제까지 부모님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요즘은 부모님 생각이 절로 난다. 내가 내 애를 키워보니까 알게 된 노릇이다. 아, 그때 그 어려웠던 시절에 나를 어떻게 공부시키셨을까, 그 심정이 어땠을까, 요즘 조금씩 조금씩 엿보이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마음 한 구석에 눈물 한 방울 찔끔 떨어진다. 어머니가 연말에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셨다. 오랜 지병 때문이었고 평소 쇠약해진 때문이었다. 아버님도 이번 겨울에 얼굴 반쪽이 갑자기 부어올라 통원 치료를 받으셔야 했다.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 새삼 느끼는 올 새해다. 지난 연말 불혹을 생각하다가 불혹이란, 나이 마흔이 되면 다른 호기심이 잦아들고 한 분야에 몰두한다는 뜻이 아닐까, 어줍잖은 해석을 해보았다. 맞아도 상관없고 틀려도 그만이다. 이제까지 나는 여러 직업을 가져왔는데 앞으로는 정해진 분야에 매진하고픈 마음새인 모양이다.

새해 인사가 늦었다.
이곳에 와서 저희 농장을 둘러보시는 여러분, 올 한 해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축복받으시길 바랍니다.

-농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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