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당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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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겪게 되는 일 중 하나

  • 농당
  • 2004-12-23 21: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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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온 지 만 4년. 짧은 기간이지만 오히려 그간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된 시간들이었다. 나도 시골 내려오기 전에 꽤나 여러 권의 책들(시골생활에 대한)을 읽었고 그래서 미리 시골생활에서의 여러 것들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한마디로 말해서 그 책 속에서 읽은 것이 도움이 된 것은 별로 없는 듯하다. 농사 기술이 아니고 시골생활에 관한 것은 더욱 그러하다. 그것은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아니 각자마다의 앵글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이곳에서 나는(모든 외지인들은) 소위 서울 사람이라고 불린다. 대개는 면전이 아니면 그냥 '서울놈'이다. 또는 '들어온 놈(사람)'으로도 불린다. 나는 우스개 소리로 '들어온 놈'이란 '드러온 놈' -> '드러븐 놈' -> '더러운 놈'이 아니냐고 누군가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만큼 이곳 토박이들과의 거리는 멀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다. 들어온 놈은 놈대로, 이곳 분들은 분대로 다 생각이 다르다. 생각이 다른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간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학력이 다르고 직업이 달랐고, 옷 입는 뽄새도 다르다. 아, 말투도 다르다. 이건 가장 확실한 거다, 말투.

다른 것은 아름답다. 왜냐면 세상이 온통 같은 것 일색일 때 우리는 숨 막힌다. 경험했잖은가, 우리 모두는.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보라. 그런데 이것은 관념 속의 일이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르면 싫어한다. 다르면 멀리하고 다르면 구별한다. 다르니까 짜증이 난다. 사실은 섞여 살기 참 힘들다. 이거 인정해야 한다.

시골에서 흔히 겪는 일은 하나 둘이 아니다. 이런 일도 겪고 저런 일도 겪고 이런 욕도 먹고 저런 욕도 먹는다. 때로는 말이 저 혼자 떠돌다 정작 주인공은 알지도 못한 채 사라지기도 한다.

강원도 산골, 내가 들어와서 사는 이 동네, 그러니까 살아봐야 안다. 그러나 살아봐도 모른다. 모르는 게 더 많다. 인생이 살아본다고 거저 알게 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걸 알게 되는 것이 아니듯이.

앞으로 시골에서 겪는 일을 쭉 써 볼 생각인데 오늘은 간단한 거 하나만 주절거리고 끝내련다. 간단하다고 했지만 사실 간단한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내가 오늘 하려는 말은 시골에는 전문가연 하는 사람들 무척 많다는 것이다. 처음엔 다 속아 넘어간다. 하긴 안 속아 넘어갈 수 없는 게 이 사람들이 전문적 기술도 없으면서 그것으로 이곳에서 밥 벌어 먹고 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달라고? 오늘은 하나만 들겠다.

시골에서 소위 '건축합네'하는 사람들, 때로는 '설비'한다고도 하는데 흔히 집 짓고 수리한다는 사람들한테 '서울놈'들 흔히 당한다. 즉 흔히 겪는다. 겪고 나면 알게 된다. 이 사람들이 저 스스로 자신이 세상에 보기 드문 만물박사며 엄청난 이력의 소유자이며 한 마디로 맥가이버가 왔다가 내빼는 대단한 '기술력'을 지닌 것처럼 '후라이(사기)치는' 것에 넘어가기만 한다면 말이다.

어떻게 되냐고? 겪어보면 아는데.....  그래도 결과를 써주어야만 될 것 같다.
- 돈은 돈대로 바가지 쓰고, 집은 집대로 후지고, 욕은 욕대로 먹고, 마음은 상할대로 상하고, 어디가서 하소연 할 데도 없고, 다시 돌아가고 싶고, 울고 싶고, 울분에 격정을 토로하다 저만 바보되고, 피똥을 싸도 해결될 거는 하나도 없고....뭐 이런 상태에 빠지지요...쯧...

시골에서 겪게 되는 일 주의사항 제1조, 집 지을 때 절대 현지 '설비업자' 내지 '주택' 전문가(?)에게 맡기지 마시오. 위와 같은 꼴 납니다요. 그럼 어떻게 하느냐구요? 서울서 집 제대로 짓는 전문가 '팀'을 데려와서 짓던지, 혼자 스스로 지어야지요.

시골에서 흔히 겪게 됩니다. 또는 흔히 듣게 됩니다. 다음과 같은 말.
"나, 황토방 집도 짓고요, 벽돌 양옥집은 제 전문 분야지요. 조립식 주택이요? 그걸로 제가 밥 벌어 먹고 사는 데 저 따라올 사람 있을라구요. 보일러도 보구요, 보일러 개조해 드려요? 그러면 연료비도 절약되고 기똥찬데요. 전기는 어찌하다보니 알게 됐는데 이제까지 문제난 집 하나도 없어요. 그것까지 제가 다 손 봐 드려야지요. 조경이요? 어이구, 돌 쌓는 거 하나로 잔뼈가 굵었다니까요...허허허 한 마디로 종합 주택 건설 조경 회삽니다...지가..."

시골오고 싶어서 안달 난 분들, 요 근래 시골에 땅 사두고 집이나 한 채 지려고 하시는 분들, 쯧쯔 못내 걱정됩니다. 고민들 많이 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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