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정신없이 바쁜 한 주가 지나가고...

  • 길벗
  • 2021-04-20 22: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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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사이더 여러 통 중에 하나. 샤포가 떠오르긴 했는데 다른 통들은 그만 바로 발효로 넘어가고 있고 그 이유는 결국 기온과 나의 조그만 실수 덕분. 역시 다 제 철이 있고 이것을 인위적으로 맟추려면 시설이 관건. 마셔레이션은 성공적이었으나 키빙은 역시 어려워. 올 가을에 다시 시도해보겠지만 이번 과정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될 듯.

애플사이더 제조를 위한 사과즙 알콜 발효가 드디어 시작되고 있습니다.

시기가 너무 늦어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아무튼 발효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한 가지 실수를 하였습니다.

자연 조건이 중요한 것과 이것을 인위적으로 맞추려고 하면 장치가 상당해야 하고(비용)

또 처음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것이라(생각이 많음) 결과가 과연 어떻게 나올런지 아무런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분명한 건 어쨌든 술이 된다는 건데 이건 사실 아무 소용이 없는 말이나 마찬가지.

사과즙(주스)와 달리 발효를 거치는 식초와 술은 그래서 오랜 경험과 많은 지식 그리고 철저한 장비 무엇보다도

긴 시간이 필요함을 새삼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 지난 주에는 정말 사과밭에 단 하루도 가보지 못하고 한 주가 지나갔습니다.

양조장 증축공사를 해야 하는데 우선 터닦기(포크레인이 와야 하는데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그 뒤 배수를 위한 배수관과

트렌치 설치(직접. 용접은 박 선생이 와서 잠깐 스텐 용접을 해주고), 

목수와 같이 건물 지을 터 테두리 짜기(다행히 마을에 전직 목수 덕수 형님이 오셔서 하루 자원봉사를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철근 깔기(꼬박 하룻 동안 두 명의 인부와 같이 철근 깔고 철사로 묶고) 드디어 오늘 아침 일찍부터 레미콘을 부었습니다.

지게차가 다녀야 하기 때문에 기계미장(휘니셔라는 기계를 가지고 미장하는 것)까지 다행히 날이 좋아 하루에 다 마쳤습니다.

이제 더 더워지기 전에 샌드위치 판넬로 지어야 합니다(30평).

이런 사이사이 그간 20년간 묵혀두었던 골짜기 곳곳의 쓰레기를 3일에 걸쳐 모두 치웠습니다. 페기물 처리하는 홍천의 업체를 불러

비용을 주고(1톤 한 차에 30만원) 처리했고 분리 수거가 되는 것은 따로 모아 두었습니다.

이것들은 이제 제 트럭에 실어서 면사무소가 관리하는 쓰레기 처리장에 갖다 주면 됩니다. 지역 고물상에도 두 번 제 트럭으로 고물들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앞으로 나무와 꽃을 심을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봄이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내일부터는 사과밭에 출근을 해야 합니다. 날씨가 너무 빨리 더워지고 있고 사과밭에도 할 일이 태산입니다.

요며칠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새벽 시간에 혼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7시에 일하는 사람들이 오면 종일 그 사람들과 같이 일해야 해서 낮에는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사과식초를 홍보를 전혀 하지 않으니 잘 나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 때가 있는 법이니 나름대로 계획은 있습니다.

애플사이더는 이제 처음 만드니까 앞으로 하루하루가 중요합니다. 그간 사과식초를 위한 술을 만들 때는 그냥 만들었는데

그것과 다르게 하려니 어렵습니다. 언젠가 전통주 명인이 어떤 자리에서 하는 얘기를 직접 들었는데 한국에서 꽤나 식초로 이름이 난

어떤 이를 두고 말하기를 '술도 못만드는 이가 식초를 한다고?' 하며 비웃는 것이었습니다.

그때가 벌써 재작년이니 저는 아무 것도 잘 모르던 때라 저게 뭔 뜻일까, 궁금했습니다. 요즘 그게 생각이 납니다.

제가 평창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어느 날 이곳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석이란 곳에 터를 잡은 지

이제 21년째입니다. 이제 여기서 아이들 다 키웠고 저도 앞으로 이 고장에서 묻혀야 하는 인생이라(우리 집은 이북에서

정감록 믿고 할배가 무작정 남쪽으로 내려온 터라 이남에 친척도 선산도 연고지도 없는 배가본드 집안이라) 저는 이 서석이란 곳에

애착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지역에 함부로 나서지는 않았고 그저 골짜기에서 사과농사만 지으면서 조용히 살아 왔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앞으로 꿈은 내가 만드는 애플사이더가 홍천의 지역특산주로 이름 나고 그래서 서석의 지역민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나를 받아준 이 고장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입니다. 그뿐 그 이상도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지나온 21년 세월처럼 앞으로도 조용히 골짜기에서 살고 싶은데 다만 아들 둘 중 하나가 들어와서 이 일을 같이 한다면

그게 가장 보람된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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