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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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애플사이더 준비

  • 길벗
  • 2021-04-09 0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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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파쇄한 것은 밀어내주는 기계를 국내에서는 오로지 수입에만 의지해야 해서 착즙기 공장에 가서 공장장에게 그림을 그려주며 이렇게 만들어달라고 해서 만들어온 슬리퍼.
슬리퍼에서 밀어낸 사과파쇄액을 마세라시옹 탱크에 올려보내는 로브 펌프. 무려 6백만 원 짜리. 서양애들은 슬리퍼에 일체형으로 달려 있어서 편리하게 보이는데 수입 오더를 하려고 보니 가격이 우리 돈으로 1천 2백만원 정도. 결국 수입하나 이렇게 불편하긴 해도 국내에서 만들어 붙여서 쓰나 비용은 조금 싼 정도.
아직도 고민이 조금 남았지만 어쨌든 애플 사이더를 담을 병 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맘에 드는 병은 죄 수입. 가격이 비싸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 병도 프랑스 수입 샴페인 병인데 결국 하는 걸로 결정.

 

바네하임 사무실 와인장고에 있던 수입 스피릿.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술도 좋아한다고. 편의점에 수두룩 하다는데 시골에서는 못보던 것이라 얻어왔다. 내가 그동안 양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장인 정신을 가진 이가 하는 거라고 늘 두려워하며 가까이 못했는데 어쩌다보니 내가 그만...

 

한참 늦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제 드디어(!) 내일 애플사이더를 위한 사과즙 짜는 작업을 시작한다.

애초 계획을 세우기는 3월 초에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구상하여 주문한 기계들의 제작이 자꾸 늦어지고

아울러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어 어쩔 수 없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렇게 한 달 가까이 미뤄졌다.

사과즙이야 늘 짜던 것인데 왜 그냥 사과즙을 짜면 될 것을 이리 더디게 준비를 하고 또 마음의 준비를 하였을까.

그동안도 사과식초를 위해 사과즙을 짜고 또 이것을 알콜 발효를 했던 것인데 그러나 본격적인 사과주(애플 사이더)를 위한

작업은 그것과 다른 것이다. 아니 달라야 하는 것이다. 하긴 앞으로는 이제 사과식초도 이런 식으로 사과주를 만들어서

초산발효를 할 것이다.

무엇이 다른 것인가. 많이 다르다. 노력도 더 많이, 공정이 당연히 더 들어간다.

그럼에도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이것이 프랑스 본래 사과주 만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머리로 알고 눈으로 본 것을

내가 직접 한다고 그대로 재현되리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혹 방식은 따라한다고 해도 첫째 원료(사과)의 질이 다른 것이다.

와인과 애플 사이더 제조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브랜딩이다. 이것이 과실의 품종을 섞어서 파쇄를 하여 짜든 각 품종별로 짜서 나중에

합치던 서양의 그네들은 술에 적합한 품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내게는)는 너무 단순하다. 부사(후지), 홍로, 양광 밖에 나는 가진 것이 없다.

그네들의 분류에 따르면 우리의 품종은 디저트 품종이다. 술에는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비터 스위트, 비터 샤프한 품종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과연 내가 프랑스에서 맛본 그 맛이 나올까. 많이 다를 것이다. 또 하나 프랑스식 제조방법은 많은 노력과 공정을 필요로 한다.

그저 사과즙 짜고 효모 넣어 알콜 발효하는 단순한 식이 아니다. 더구나 책에 보니 걔네들 식으로 하려면 공장 청결을 무지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실패율이 높다는 것이다. 더구나 나는 이제 처음 시도해본다. 말 그대로 올해는 시제품이나 만들어 볼 요량인데

이거 서양에서 들어온 술 강원도 촌놈이 강원도 골짜기에서 만드느라고 애쓰는구나.

아무튼 이제 화살은 시위를 떠났고 나는 어정쩡한 기분이다. 무언가 새로 시작한다는 것, 이 나이에 더구나.

밤에 잠을 자주 깬다. 어두움 속에서 나는 두렵다. 이렇게 많은 투자(남들이 보면 턱도 없는 금액이겠지만)를 해놓고 과연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어제는 의성과 안동엘 다녀왔다. 그저께는 남양주 바네하임에 다녀오고. 어쩔 수 없이 갈 수 밖에 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바네하임에서는 임 선생이, 의성에서는 재욱 형님이 나 만큼 걱정이 크다. 두 분 모두 나이들어 만난 인연이지만 참으로 의지하고

싶고 깊은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는 분들이다. 과연 이 애플 사이더 작업(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걱정은 판매)이 성공할 것인가.

자세한 얘기는 다음 주에...

오늘은 춘천에 있는 강원도 농업기술원에 박영식 박사와 또 한 분을 만나러 잠시 후 집을 나선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다.

하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잘 해내는 것은 젊어서부터의 나의 특기. 다만 내가 좋아하고 또 의미 부여가 되어야만 나는 윤활유가 돌아간다.

싫고 좋음이 너무 분명한 성격이 나의 최대의 단점. 사람도 일도 마찬가지. 그래서 오래 전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을 때 오너와 임원이

그렇게 말렸는데도 회사생활 오래 하고 싶지 않았다. 얘기가 옆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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