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훌쩍 2월이 되고 설날이 왔습니다

  • 길벗
  • 2021-02-11 07: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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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처음 본 가족들이 골짜기에 들어와 아이들이 허락도 없이(?) 사과즙 공장 앞 길에서 비닐포대 썰매를 타다가 갔습니다.

비록 처음 본 아이들이었지만 젊은 부부와 얘기도 나누고 골짜기에 아이들 소리가 퍼지니 기분이 좋은 하루였습니다.

기계를 익히려고 남겨두었던 사과로 사과즙을 짜보았는데 콘베이어가 고장나서 결국 이렇게 포장기 앞에 앉아서 사과즙 파우치를 담았습니다.

기계라인 설치를 끝내고 실습을 해보니 조금씩 수정해야 할 부분도 있고 기계의 특성도 생각과는 다르게 작동되고 하는 것들이 생깁니다.

사과즙과 애플사이더 용으로 저온저장고에 남겨두었던 사과를 꺼내 손질을 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리뉴얼을 마쳤는데 그 사이 생각 만큼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별로 하는 일도 없이 하루하루가 어찌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과연 나이를 먹을수록 시속이 빨라진다는 속설이 맞는 듯 합니다.

오늘부터 설 명절 연휴입니다. 대전에서 직장에 다니는 큰 아이가 오고 독일에 있는 둘째와는 오랫만에 통화를 하고 요즘 코비드 정부 지침에 따라

막내동생 가족은 오지를 못하니 이북 따라지 후손이라 남한에 일가 친척도 없는 집안에 명절인데도 썰렁하기가 동지달 찬바람 같습니다.

다행히 이웃에 사는 예술가 박 선생 부부가 있어 서로 들여다보니 그나마 이곳 일상이 허전하지는 않습니다.

사과즙 공장은 시험가동을 두어번 했고 이제는 애플사이더 공정을 시작해야 하는데 몇 가지 장비가 아직 준비 중에 있고 아마존에 주문한

재료들 몇 가지도 현재 오는 중이라 애초에 이번 연휴에 시작을 하려던 계획은 또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어서 이런저런 제조 공정들을 마쳐야 이제부터 사과밭 나무 전정도 시작을 해야 하는데 자꾸 일이 미뤄져서 걱정입니다.

사과술(애플사이더)에 이제 남은 정성을 다 쏟아 부어야 하는데 지식과 경험은 없고 시작은 해야 하고 그저 책에서 구한 짧은 이해만을 가지고

하려니 두려움이 앞섭니다. 사실 코로나 사태만 아니었어도 벌써 캘러리에 있는 후배의 소개로 그곳에 있는 사이더 양조장을 방문했을 것이고

또 시애틀에도 가보았을 것입니다. 시애틀에는 제가 유투브에서 본 꼭 가보고 싶은 사이더리(cidery. 사이더 제조을 위한 양조장을 사이더하우스,

사이더리, 사이더 반(barn) 이렇게들 부릅니다)가 있습니다.

지난 1월에 홍천군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지원서를 낸 것이 있습니다.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사과즙과 사과술(애플사이더)에 탄산을 가해서

스파클링 주스와 애플사이더를 만들기 위한 장비 구입을 위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이런 지원사업은 1:1 매칭, 즉 50% 자부담금에 그만큼의

지원금을 더해서 주는 것인데 이 사업은 1억원짜리였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부담해야 할 돈이 5천만 원, 지원받는 돈이 5천만 원입니다.

사실 작년에 사과즙 공장을 지으면서 이 시설을 함께 해보려고 중국에서 이런 장비를 수입하는 업자를 여러번 만나서 계획이 다 서있었는데

코로나와 지원금의 서류 문제가 복잡해져서 결국 포기를 하였습니다. 올해 군청에 지원한 이 사업에 제가 선정이 된다면 올해는 꼭 실현을 해서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원하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곳에 내려와 사과농사를 지은지 만 20년, 그러다가 사과와 관련된 가공을 시작한지 만 3년, 두 가지 모두 어렵고 힘들기는 매한가지입니다.

특히 가공은 끝없이 장비와 기술을 갖추고 실험을 해보아야 하는 것 같고 더구나 가공품을 시장에 내놓고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아주 큰 것 같습니다.

동창들은 이제 하나 둘씩 은퇴를 하고 있는데 이 나이에 새로 뭔가를 시작한다고 이 난리를 치고 있으니 가끔씩 피곤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또 앞서서 은퇴한 가까운 대학 선배 몇 분은 전화로 늘 격려를 해주는데 대부분의 의견이 70세 까지는 현역으로 활동하는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100세 시대라고 하니 체력과 지력만 받쳐주면 80세까지도 일할 수 있어야, 아니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간절히 바라기를 앞으로 꼭 10년만 더 하고 은퇴를 하고 싶습니다. 그 이후엔 말 그대로 리타이어(retire) 뜻에 맞게 현업에서

물러나 일과 관계없이 살고 싶습니다. 생각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사과즙 가공과 관련해서 요며칠 '마시는 길벗사과식초'에 대해 구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과식초를 기왕에 만들고 있으니 여기에 사과즙을 더해서

마시기 편한 사과식초, 이것을 파우치에 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사과즙 원액과 사과식초를 혼합해서 먹어보니 사과식초는

15% 정도만 넣어야 마시기에 적당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사과즙이 85%나 되니 이것은 사과식초음료라고 하기엔 좀 지나쳐서

결국 '길벗사과주스 플러스' 이렇게 해서 사과즙에 사과식초를 첨가한 사과주스, 이 아이디어는 이웃집 예술가 윤 선생님이 주신 작명인데

아마 이것이 맞는 듯도 합니다. 건강을 위해 마시는 간식거리 사과즙(첨가물이 제로인 사과생즙 원액 100%)인데 거기에 피로 회복에 좋은 사과식초를

첨가한다, 괜찮은 아이디어인데 과연 앞으로 상품이 되어 나올런지.

애플사이더 관련해서 앞으로 계속 진행되는 작업과 상황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마존에서 사서 읽는 여러 애플사이더 책 중에 어느 구절에 보니

'실패를 두려워 말라. 혹 술 만들기에 실패한다면 바로 식초를 담으면 된다'고 해놓아서 한참 웃었습니다.

새해, 우리 농장에 오시는 모든 길벗 님들 가정에 만복이 깃드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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