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한 해가 또 지나고 있습니다

  • 길벗
  • 2019-12-27 09: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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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인데도 아침 7시 30분부터 일을 시작합니다. 과원엔 서리가 하얗게 내렸습니다.


낮에는 다행히 해도 뜨고 영상으로 기온이 올라 그나마 일을 마무리하기 좋았습니다. 이제 내년 여름에는 고온에도 품질이 좋은 홍로사과를 만들 수 있겠지요.

세월이,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 어느새 또 한 해가 간다는 말이 무색할 지경입니다.
겨울입니다. 만물이 쉬는 계절인데 그 속에서 사람만이 계절을 잊은 채 여전히
부지런히 몸을 쓰고 있습니다.

올 한 해를 뒤돌아보면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아쉬움이 많습니다.
늘 그랬습니다.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으니 후회만 남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깨달아가는 것은 시간의 축적이 인간에게 지혜와 후덕한
마음을 거저 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강퍅해지는 것 같습니다. 남의 얘기를 잘 안듣게 되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어쩌면 더 고집스럽게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여유를 갖고 싶은데 여유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러고보면 올 한 해는 단 한 권의 책도 완독을 못한 첫 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늘 책을 가까이하고 또 책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갈수록 책을 끝까지 읽는 기회가 줄어듭니다.
하지만 여전히 책은 많이 구입합니다. 그저 목차만 보고 대충 뒤적이다가
책장으로 가서는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한겨울인데 다행히 올해는 아직까지는 큰 추위가 없어 다행입니다.
눈도 많이 내리지 않아서 더 다행입니다. 나이 먹으니 추위도 눈도 모두
귀찮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은퇴 휴양지는 모두 따뜻한 도시입니다.

이 겨울에 며칠 홍로 과원에 미세살수 장치 부착 작업을 외국인 노동자들과
했습니다. 이또한 다행입니다. 이제 시골에는 더는 이런 일 할 젊은이들이 없습니다.
동남아 노동자들이 지역에 와 있어서 인력회사가 공급해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런지.
과연 내 사는 시골은 지금처럼이나마 편의시설이 그대로 있어줄런지.
하긴 10년은 너무 멉니다. 매년 상황이 다르게 변하고 있고 허둥지둥 거기에
맞춰서 살아야 합니다.

내년엔 닭장을 좀더 늘리고 기회가 된다면 정식 계사를 지어 동물복지 \'인증\'을
받으려고 합니다. 여건만 보면 지금도 복지시설 이상으로 닭들을 대우해주면서
키우는데 인증에는 그들이 만든 기준이 있고 규칙이 있습니다.
인증을 받으면 급식에 납품이 가능합니다. 지역에서 식자재 공급을 하는 동창이
이왕하는 산란계 농장, 인증을 받으라고 합니다.

기회가 되면 내년에 \'사과술\' 공부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현재 사과식초를 만들어 잘 판매하고 있는데 좋은 식초는 좋은 술에서 나오니
술 공부를 더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술은 배우기에 쉽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저 그런 술이야 뚝딱하면 나올 수 있지만 기호품이기에 자기의 개성이 담긴
진정한 자기만의 술은 아마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지난한 일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엔 사과농사를 정말 잘 짓고 싶습니다. 자연이 같이 도와주어야만 하는 일인데
올해 마지막 부사 농사에 작은 실수를 해서 큰 손해를 보았습니다.
모두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결과였습니다.

아직 며칠 더 남은 한 해, 저는 30일(월요일) 멀리 산청에 다녀옵니다.
거기에서 20년 넘게 자연양계를 하는 최세현 선생을 만나러 갑니다.
작년 3월에 처음 갔었는데 이번에 두번째 방문입니다. 닭 사육도 많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키울수록 체감합니다. 앞서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또 기꺼이 해주시겠다고 하니 더이상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오늘 아침은 영하 9도였습니다. 사실 서석은 추운 곳이라 겨울엔 매일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데 올해는 좀 더디오는 것 같습니다. 이제 사과나무 전정작업도 시작해야 합니다.
겨울에 그저 마냥 노는 것은 과수 농가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농사가 끝나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새출발인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매년 그렇게 새해가 오고 새농사가 옵니다. 같은 밭, 같은 사람인데도 그렇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모든 길벗 님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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