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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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초작업은 어려워...

  • 길벗
  • 2019-06-21 17: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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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김을 맨 이 밭을 만약 제초제를 써서 풀을 잡았다면 약값 15,000~20,000원 그리고 2시간이면 다 끝냈을 것입니다. 그런데 두 명의 일당 인부를 써서 김을 맨 결과 인건비와 식대로 15만원이 들었고 그리고 마지막 한 줄은 결국 손을 못댄체 끝이 났습니다.


김을 매니 속은 너무 시원합니다. 턱없는 비용을 들여서 이렇게 농사를 짓는다고 사과값을 더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사과품질이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마음이 그러니 모레 두 사람을 또 쓰기로 오늘 전화를 했습니다. 남은 한 줄 마저 하고 이 밭 아래에 올해 심은 부사사과 묘목 밭도 김을 매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 밭 김을 매고 난 사진은 일요일 저녁이나 다음 주 월요일에 농사갤러리에 올려두겠습니다.

사과농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아마 적과 작업일 것이고 그 다음이 제초 작업이 아닌가 합니다. 나무에 계속 때에 맞는 비료와 물을 스프링쿨러로 주기 때문에 나무 아래 풀들도 여간 잘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묘목일 경우에는 풀 관리를 더욱 잘 해주어야 합니다. 어린 묘목은 비록 나무이지만 풀이 무성하면 풀과의 경쟁에서 이기질 못합니다. 풀을 잘 제거해주지 않으면 자람새가 눈에 띄게 더딥니다. 성목도 풀과의 양분 경쟁을 심하게 하면 지장이 큽니다.

그러니 5월 이후 날이 무더워지면 풀 제거하는 일이 큰 일이 됩니다. 이제는 아마 거의 모든 사과 농민들이(유기농과 무농약 인증을 받은 농가를 제외한) 제초제를 칠 것입니다. 몇 해 전까지 소위 저농약 인증이 있었을 때는 제초제를 제한했기 때문에 어쩌는 수 없이 약을 치지 못했지만 이제 친환경 인증제도에서 유기농과 무농약만 있기 때문에 나머지 농가들은 편하게 제초제를 칠 것입니다.

어쨌든 가능한 약을 적게 치려고, 또는 안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제 농사의 원칙인데 무농약이나 유기농이 아니기때문에 최소한의 농약 방제는 하고 있습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 열간은 저에게도 보행예초기와 승용예초기가 둘 다 있어서 편하게 풀을 깍고 있습니다.

나무 바로 밑에만 제초제를 써서 풀을 관리하는 것은 여러모로 농민에게는 이득이 있습니다. 물론 예전처럼 인력 구하기가 쉽고 인건비가 비싸지 않았을 때에는 일일이 사람이 호미를 들고 김을 맸습니다. 즉 풀을 손으로 뿌리까지 뽑은 것이지요.

어제는 홍로밭 중 일부를 지역에서 일당으로 두 분을 고용해서 김매기를 시도했습니다. 이 밭은 지적도 상으로는 1천 평인데 실제 경작면적은 8백 평 쯤 될 겁니다. 5년생 홍로와 올해 보식을 한 1년생 홍로 묘목이 혼재된 밭인데 며칠 전 비가 왔기 때문에 김을 매서 풀을 뽑기로 한 것입니다.

결국 마지막 한 줄은 못한 채 일이 마무리 되었지만 속은 시원합니다. 깨끗하게 풀이 뽑혀진 나무 아래를 보니 기분이 보통 상쾌한게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경작하는 모든 밭을 이렇게 관리할 수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사진 아래 설명을 통해 해놓았습니다.

소비자들은 제초제를 아주 경악시합니다. 특히 생협은 친환경 농산물을 취급하는 곳이라 그곳을 이용하는 생협회원들은 더욱 그럴 것입니다. 제가 농사를 지으면서 농약을 치고 제초제 치는 것을 찬성하거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아마 필요악, 차선책 정도로 여기고 있습니다.

처음 귀농할 때는 당연히 모든 농사에 친환경 즉 유기농을 염두에 두고 내려왔습니다. 그러나 사과라는 품목을 선택하게 됨으로써 입장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지난 18년 동안 여러번 사과 무농약을 해보려고 교육과 견학을 다녀오고 또 어느 해에는 일부 밭에 시도도 해보았습니다. 주위에 무농약, 유기농 사과농사를 짓는 이의 농장도 개인적으로 다녀오고 또 지도도 받았습니다만 결국 오늘까지도 실천을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 농가의 5% 내외만이 소위 친환경(유기농과 무농약 인증을 말합니다. GAP 인증은 친환경 농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일부 농민이나 유통단체가 이 인증을 두고 친환경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일종의 사기입니다) 인증을 받은 농가입니다. 나머지 95%의 농가가 관행적 방제를 하는 일반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이, 애호박, 고추, 상추, 배추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늘 식탁에 올리는 채소농사에도 제초제는 어김없이 쓰여지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 농촌 형편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지 않고 농사를 지으면서 제초제를 쓰지 않는 농사는 존재할 수가 없다고 봅니다.

소비자는 내가 지금 먹는 이 농산물에 농약이 잔류가 되어 있는지가 늘 궁금하고 또 걱정일 것입니다. 생협이 아닌 일반 마트에서 매일 구입하는 갖가지 농산물이 재배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농약 방제를 했다고 하더라도 막상 식탁에서 나와 내 가족의 입으로 들어가는 그 시점에서는 완벽하게 농약 잔류가 없는 안전한 먹거리라면 많은 소비자들이 이해를 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애초부터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무농약, 유기농이 아닌 다음에야 95%의 우리 농산물 재배과정에서 이용되었을 농약 방제에 대해 좀더 엄격한 관리와 감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 문제는 농업계나 소비자들이나 모두 애써 눈 감고 있는 현안인지도 모릅니다. 많은 농약과 제초제가 농업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쓰여지고 있는데 이상하게 제초제에 대해서 논의가 많지 않습니다. 무조건 인정하지 않는 소비자 단체와 무신경한 소비자들, 그리고 조용히 칠거 다 치는 농민들, 이 삼 자 모두가 서로 말을 아끼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이제 곧 장마철이 올 것입니다. 기온은 더욱 오르고 그러면 풀은 빠르게 자랄 것입니다. 제초제를 치던지 풀을 깍던지, 김을 매던지 우리는 늘 고민에 빠집니다. 물론 아무런 갈등도 없이 그저 하던대로 하는 많은 농민들이 있고 고민하면서 치는 이도 있을 것이고 힘들게 풀을 깍는 수고를 어쩔 수 없이 하는 농민도 있을 것입니다.

또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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