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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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마다 하는 여러 작업들

  • 길벗
  • 2019-04-23 05: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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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와 멧돼지를 막으려고 과원 주변에 철망을 두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제가 직접 사다리에 올라 오함마로 지주대를 쳐서 박았겠지만 이젠 무리라 장비를 이용합니다.


몇 년 지나면 배수로가 막혀서 하는 수 없이 과원 주변에 배수로를 다시 내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 포크레인 하루 사용료가 오십만 원입니다.

겨울이 지나고 3월, 언 땅이 풀리면 농가에는 일이 많아집니다. 특히 올해는 여느 해보다 더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는 듯 합니다. 아마 인생에서 가장 바쁜 4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재작년 와야리 사과밭에 사과묘목 200여주를 심었다가 고라니가 새순을 나오는 데로 다 뜯어먹은 덕분에 그 해 봄 한 달 만에 묘목이 모두 고사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고라니 망을 칠 새도 없이 그렇게 된 일이라 작년 한 해는 속이 상해서 그냥 넘어가고 올 봄에는 발심을 해서 다시 밭 정리하고 새로 묘목을 주문해서 심었습니다.

이제까지는 전통적인 밀식재배 방식으로 나무 심는 간격을 2m x 4m로 심었는데 올해는 요즘 추세인 고밀식 재배방식을 따라 1m x 4m로 식재를 하였습니다. 열간(4m)는 이미 재작년에 지주대를 박아놓았기 때문에 옮길 수가 없어 간격을 더 좁히지는 못하고 주간거리(1m)만 좁힌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묘목이 두배로 들어 400여 주를 새로 주문해서 올해 심었고 집 앞에 3년생 사과나무들도 모두 와야리로 옮겨 식재를 하였습니다. 고밀식 재배에 대한 교육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여러 세미나에 다녀와서 익히 알고 있었으나 그때는 자신도 없고 또 기존 식재해놓은 사과밭에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행하지는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조성하는 참에 집 앞에 있는 사과나무까지 모두 옮겨 고밀식으로 하기로 한 덕분에 이제 사과농사는 와야리에서만 하게 되었습니다. 집 앞에는 이제 2년생인 시나노 골드라는 품종 사과나무 200여 주만 남게 되었는데 여기는 닭 자유 방목장이라 농약도 거름도 하지 않고 그저 자연스럽게 내버려두는 곳입니다.

고라니와 멧돼지가 매년 겨울이면 사과밭에 들어와 땅을 헤집고 사과나무 순을 잘라먹는 탓에 이제는 더이상 미루지 않고 올해는 과원 둘레에 철망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게 다 비용입니다. 그래서 제 때 못한 탓도 있고 또 작업하는 사람 구하기도 어려워서 미뤄둔 이유도 있습니다.

올 봄에는 그 모든 작업을 가능한 다 마치려고 마음을 다잡고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매년 봄마다 하는 이런 작업을 더는 하고 싶지 않아서 올해 가능한 다 마치려고 합니다. 아마 나이탓인가 봅니다. 더는 미룰 수 없고 이제는 시설 셋팅을 완성해놓고 앞으로는 그저 농사만 짓고 싶은 것입니다.  

사과식초에 작년 올해 많은 비용을 들였습니다. 올 봄에도 삼천만 원이라는 큰 돈을 식초 제조 장비를 구입하는데 쓰고 있습니다. 아래 농사갤러리에도 사진을 올렸습니다만 제가 직접 그려서 발주해서 만든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식초 발효 탱크 두 개 가격만 해도 천만원입니다. 그외 식초라벨러와 소소한 장비를 구입하고 또 디자인과 식초병을 구입하는데에도 적지않은 투자가 들어갑니다.

사과농사도 잘 지어야 하고 새로 시작하는 사과식초 가공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이 모든 준비작업은 그래서 제가 앞으로 십 년을 더 농사를 짓고 그때쯤 아들이 들어와서 같이 해야 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입니다. 대를 이어 농사를 짓고 또 식초를 가공해서 이 업을 이어가는 것이 저의 유일한 소망입니다. 그래서 지금 더 나이를 먹기 전에 무리를 해서라도 모든 작업을 해놓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곳에 들어온지 어느새 19년, 서른 후반에 들어왔던 저도 이제는 오십대 후반이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세월이 다 어디로 갔는지, 그 사이 무엇을 했는지, 얼굴에 주름은 늘고 어느날 우연히 거울을 보니 머리가 이젠 희끗희끗한 웬 낯선 초로의 사나이가 서 있었습니다.

요즘 몸살이 날 정도로 매일 일이 많습니다. 어서 울타리 철망 치는 작업을 마치면 올 봄 작업은 다 끝이 납니다. 그럼 이제 적화(꽃 따는 작업)와 적과(열매솎기) 작업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5월과 6월도 다 지나가고 여름이 되어야 한 숨 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6월엔 현재 후숙중인 사과식초를 본격 판매하려고 합니다. 과연 시장 반응이 어떨지... 안사람이 전담하고 있는 자유방목 유정란은 큰 탈 없이 매일 계란을 수거해서 그날로 바로바로 배송을 합니다. 그러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계란 상태가 신선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닭 키우고 배송하는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히 쓰겠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잠깐 소식을 올린다는게 길어졌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모든 길벗 님들께 늘 감사드리며 오늘은 이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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