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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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식초, 그 본격적인 이야기

  • 길벗
  • 2018-12-15 11: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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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초산발효 중인 사과식초입니다. 항아리에 발효를 시키고 있는데 향후 생산량에 따라 항아리를 대신한 다른 것으로 변화를 주어야하는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11월에 완공한 저온저장고와 작업장입니다. 작년에 지은 식초공장 옆에 세운 것으로 올겨울부터는 이 작업장에서 사과 분쇄와 착즙을, 기존 식초공장에서는 발효와 살균, 숙성, 포장을 하게 될 것입니다.

(사과식초를 왜 하게 되었는가 하는 것은 빼고 올 1년 기술적인 실패 과정과 지난 달부터 또다시 새로 시작하는 식초 제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년 이맘 때 조그만 사과식초 공장(22평) 건물 준공을 마치고 올해 3월 저장해 두었던 사과를 가지고 사과즙을 짜고 이 신선한 사과쥬스를 알콜발효시켜 다시 초산발효실 항아리에 넣었습니다.

그 이전에 사과식초 공부나 강좌를 본격적으로 한 적이 없고 그렇다고 어느 누구를 멘토로 두고 식초를 만들어본 적도 없이 그저 몇 권의 책을 읽고 그리고 식초 기계설비를 납품한 이의 제조과정에 대한 이야기만을 듣고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이웃 동네에 가까이 지내는 두루양조의 경찬 씨가 전통주를 만들면서 아울러 현미식초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기에 그 경험과 지식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도 은근히 하면서 더 나아가서는 식초는 술이 상하면(?) 거저 되는 것이니 큰 경험이나 지식이 필요치 않다는 몇몇의 시원한 언설도 저로 하여금 쉽게 식초에 다가서게 한 요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저장해둔 사과를 분쇄기에 갈아서 나온 반죽을 압착기에 옮겨 담아 사과즙은 짜서 알콜발효통에 넣는 작업을 하루 종일 하고나니 모두 300리터의 사과즙이 발효통 세 개에 담겼습니다. 배운대로 효모를 적당량 넣고 발효실 온도를 25도에 맞춰주었습니다. 사과즙의 당도는 16브릭스였으며 그래서 가당(설탕을 추가하는 것)을 하지 않고 그대로 통에 담은 것입니다.

약 2주 후 알콜도수 7도 짜리 사과와인이 나와 이송펌프를 이용하여 초산발효실 항아리로 옮겼습니다. 80리터 항아리 5개에 사과와인이 담긴 것입니다. 초산균은 산소를 좋아하니 표면적이 넓어야 좋다고 해서 항아리에 60~70%만 담았습니다. 아무런 조치도 없이(지난 봄에는 정말 자연 그대로 두면 다 식초가 되는 줄 알고) 그냥 항아리에 담아놓고 식초가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초산발효실의 온도는 30도에 맞춰놓았습니다.

5월이 되고 6월이 되어도 사과와인은 식초가 되질 않았고 그 사이 경찬 씨가 씨초가 없어서 그렇다고 아낌없이 현미식초를 한 박스 가져다주어서 뒤늦게 항아리에 넣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산도는 오르지 않았고 처음 초막이 살짝 왔으나 곧이어 효모산막(골막지라고도 부르는)이 항아리 표면을 뒤덮었습니다. 어떤 항아리에는 셀룰로오스가 끼었습니다. 체로 걷어내도 얼마 후에는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사이 알콜은 소모가 되어 항아리에는 초산이 먹어야 할 알콜이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경찬 씨의 조언에 따라 주정(95% 알콜)을 조금 넣어주었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습니다. 그리고 순수한 사과즙만으로 사과식초를 만든다는 나의 생각은 이미 깨져버린 것입니다.

5~6월은 사과농사꾼에게 있어 가장 바쁘고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래서 항아리에 담아만놓고 매일가서 들여다보지 못하고 그저 저절로 식초가 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사실 자연발효(천연발효)는 몇 개월이 걸린다고 책에 나와 있어서 그렇게 기다렸습니다.

곧이어 9월이 되고 사과 수확에 여념이 없게 되었는데 애초에 계획했던 식초 제품 출시일이 바로 9월이었습니다. 그러나 항아리 속의 식초는 산도 3% 정도에 그친 채 더이상 항아리 속에 알콜도 없고 여전히 셀룰로오스가 잔뜩 끼인 채로 그렇게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냄새도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식품공전에 식초는 산도 4% 이상이어야 합니다(감식초는 예외). 완벽한 실패를 본 것입니다.

실패한 이 식초액은 큰 통에 따로 옮겨 담아 두었습니다. 내년에 사과농사 지을 때 관수하면서 함께 넣어서 다시 사과밭에 돌려주려고 그런 것입니다. 비록 원하던 초산막이 아니라 잡균이 우점을 해서 그렇지 사과원액만으로 이루어진 액비로서는 사과나무에 좋은 영양분을 제공할 것입니다.

10월 중순에 추석 때 수확하고 남겨둔 홍로 사과를 가지고 다시 사과즙을 짜서 알콜발효실에 넣었습니다. 역시 300리터 분량이었습니다. 그리고 11월 초에는 10월 중순에 수확한 양광사과로 250리터 사과즙을 짜서 알콜발효실에 넣었습니다. 먼저 담았던 홍로 사과즙 알콜발효는 순조롭게 되어 지금 초산발효실에 있습니다. 양광사과즙도 알콜발효가 끝나 현재 대기상태입니다.

추석 사과 작업이 끝나고부터 사과식초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지난 봄 농사일과 맞물리고 또 쉽게 생각했던 식초공정이 실패로 끝났기 때문에 약간 여유가 생긴 10월부터 여러 책을 다시 또 사고 그리고 지난 겨울에 아마존에서 구입한 영어책도 다시 꺼내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과식초가 실패한 이유를 여러가지로 추측해보고 또 식초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았습니다.

먼저 환경적인 문제를 짚어보았습니다. 발효를 하는 통의 문제, 발효실에는 문제가 없는지 많은 고민과 검토를 해보았습니다. 발효실 온도를 제어하는 열풍기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초산발효실을 너무 건조하게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초산발효실 바닥에 온돌을 다시 깔아야하는가도 심각하게 고민해보았습니다.

두번째는 기본적인 식초 발효의 공정을 체크해보았는데 가장 큰 실수는 종초(씨초)를 넣지 않고 초산발효를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책에도 식초를 그냥 담아도 되지만 그럴 경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실패율이 높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 처음에 종초를 만들어놓고 시작했어야 하는데 지난 봄에는 그런 생각도 여유도 없었던 것입니다.

세번째는 식초제조에 관련한 화학적 변화와 그 공정에 대한 저의 지식이 너무 적었다는 것입니다. 문과 출신의 한계라고 하기엔 그간 오랫동안 1차산업인 농사에만 몰입하다보니 인위적인 제어에 대해 좀 무심해진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았습니다.

결국 10월 이후 다시 사과식초를 담으면서 마음을 다잡고 많은 책을 다시 읽고 관련 지식을 체계화하면서 그리고 종초를 만들고 하면서 이제 조금씩 식초 공정에 대한 이해가 늘어났습니다. 무엇보다도 큰 소득은 여러가지 식초발효 공정에 중에서 어떤 방식을 드디어 하나 채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러가지 식초 발효 공정이 있는 데 그중 이미 오랫동안 시행해오고 또 검증된 방식을 이번에 알게 되어 나의 모든 여건을 고려했을 때 그 방식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방식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글을 올리기로 하겠습니다.

현재 이번 가을에 수확한 사과로 만든 사과와인을 가지고 초산발효 중에 있는데 아직까지는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에는 종초를 만들어 넣었고 그간 잘못된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 열풍기 대신 라디에이터를 이용하여 온도 조절을 하고 있습니다. 잘 진행된다는 것은 산도가 일정하게 점차 오르고 있다는 것인데 그에 따라 통 속의 알콜은 조금씩 줄어든다는 수치를 갖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긴해도 자연발효는 1~2달 시간이 걸리고 삼사일에 한번씩 계속 돌봐주어야 합니다.

공정에 쓰이는 도구들(스테인리스 통과 항아리 그리고 온도를 올리는 전기 기구들)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몇가지 더 보완할 것이 있습니다. 애초에 우리 식초공장에 기구 납품을 해준 이와 자주 통화하면서 앞으로 식초가 한번 완성된 이후에 보완할 것은 보완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현재 기구들을 가지고 식초 제조에 성공을 해보아야 합니다.

이곳에 그간 짧은 기간이긴 해도 제가 보고 겪은 식초에 대한 이야기를 세세하게 다 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저의 원칙은 농사에서도 그러했듯이 사과식초도 제가 사과를 직접 갈아서 짜낸 사과즙 원액100%만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발효.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사과식초를 만들 것입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계속 쌓아야 할 것이지만 그간 저희 농장 사과식초를 기대하고 계신 분들께 이해를 구하는 글이 되면 좋겠습니다.
곧 또다시 진행과정을 글 올리겠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길벗님들께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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