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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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꽃은 지고...

  • 길벗
  • 2018-05-07 04: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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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필 작가 댁에서 곽대원 선생과 큐레이터 김이선 선생과 함께


올해 원주 한지 문화제에 출품한 박형필 선생의 작품

사과꽃이 지고 있다. 올해도 사과꽃이 만개한 사과밭에 들어서면 온갖 벌들이 날개짓 하는 소리가 긴 부저 소리처럼 요란하다.

언제부터인가 사과교육에선 적화부터 해야 한다고 해서 다들 꽃 피기가 무섭게, 아니 더한 농민은 적뢰(꽃눈 제거)부터 한다. 그래야 양분 소비를 줄여 큰 사과를 만들수 있다는 이론. 그러나 나는 이곳 사정을 감안, 늘 전통적인 방법, 적과를 해왔다. 그 사정이란 인력 문제다.

평생 사과나무를 보지도 못했던 이곳 일당 아주머니들, 그래서 꽃이 만발할 때는 어느 꽃을 남겨야 하는지 도무지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나마 수분이 되어 사과꽃이 콩알만한 크기가 되면 가위로 자르기가 수월한 것이다.

그러나 이젠 그마저도 쉽지가 않게 되었다. 갈수록 농촌에서 여성 인력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다. 이미 오이, 애호박 등 한여름 매일 수확을 해야 하는 농가에선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형편에 이르렀다. 해마다 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구하느라(또 대개는 불법이긴 하지만) 그이들도 마음 고생이다.

추측컨대 이대로 10년 뒤면 농촌에서 농사 결딴 난다. 너무 긴가? 모를 일이다. 인력난이 갈수록 심화되면 어느 날 정부에서 계절 노동자 취업 비자제도를 전격 시행할지도...

나도 올해부터는 춘천서 외국인 인부들을 한 일주일 데려다 쓰기로 했다. 지난 몇년간 이맘 때가 되면 매일 밤 안사람이 전화기를 붙잡고 이웃동네에 사는 아주머니들에게 사정을 하곤 했다. 오실 수 있느냐고. 그렇게 모으다보면 어떤 날은 다섯 명, 어느 날은 세 명 그러다 우리 도와준다고 이웃에 귀촌한 생초짜 아주머니를 데려오기도 한다. 그 아주머니는 당연히 일도 못하고 오히려 일을 더디게 만들기도 한다. 가끔 눈썰미가 좋은 분이 오시면 그나마 좀 나은 편이지만 새로운 아주머니들이 한 두 명씩 오면 아침마다 강의 아닌 강의를 한다. 그래도 이해난망이다. 어쩔 수 없이 투입은 한다.

올해도 이 달 중순부터 한 열 흘 빡세게 적과 작업을 해야 한다. 사실 적과 작업이 고난이도의 일은 아니라 기본적인 이해력과 체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작년까지는 본인이 점심 도시락을 싸오는 조건으로 6만원을 드렸다. 이 동네 주변 농가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겠지만 올해는 최저 임금 인상도 있고 하니 7만원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오전, 오후 참을 주는 것은 기본이다. 이렇게 인건비와 각종 농자재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이런 생산비의 상승이 가을에 사과 가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건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니 어쩔 수가 없다.

어제는 페북에서 만난 곽대원 선생께서(사진) 우리 이웃으로 가깝게 지내는 설치미술가 박형필 씨 댁에 오셔서 덕분에 나도 뵙게 되었다. 페북에서 선생의 천의무봉한 삶과 기행을 늘 부러워하고 존경하던 차라 그리고 작년에 시간이 허하면 이 촌에도 한번 다녀가시라 부탁을 드렸었는데 그간 베트남에 팔개월여 머무르셔서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우연한 기회로 만나니 특별한 반가움이 더 했다. 원주 한지문화제에 오셨다가 이 전시회를 주관한 큐레이터 분이 모시고 같이 오신 것이다. 물론 박형필 작가도 야외작품을 냈다(사진).

며칠 전에 우리 농장 마크를 드디어 만들었다. 지지난 주 원주 호호스캘리그래피 이은심 선생이 농장 직인을 만들어주셨는데 그 글자를 다시 일렬로 배열해서 아주 오래 전(정확히는 1990년)에 판화가 이철수 선생이 주신 소품과 결합해서 이번에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만든지 하루 뒤에 곽대원 선생께서 오셨고 옛날 얘기를 하다 결국 곽 선생님이 이철수 선생께 전화를 하여 나까지 통화를 하게 되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선생께서는 기억을 못하셨지만 감사한 마음을 전해드렸다.

작년 10월 병아리 300마리를 입식하여 이번 봄부터 알을 낳기 시작한 유정란 사업은 예상 외로 호응이 좋아 현재까지는 하루도 밀리는 일 없이 매일 택배를 보내고 있다. 현재 무항생제 인증과 농장 해썹 인증을 받으려고 과정 중에 있다. 더하여 동물복지 인증도 준비 중에 있다. 닭은 가을에 2백 마리만 더 입식하여 이 정도 규모로만 하기로 했다. 현재 사과농사에 더 하여 관리하기엔 이 정도가 적당한 규모일 듯 싶다.
마침 일요일인데 아침부터 비가 오니 하루 편하게 쉬어야 한다. 어제는 과원에 풀을 깍았고 거름 뒤집기 작업도 하였다. 이제 사과농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바쁜 오월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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