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수제맥주를 먹으며...

  • 길벗
  • 2018-04-15 06: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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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하우스 한 동을 더 짓는 모습입니다. 앞으로 겨우내 푸성귀를 먹을 수 있을런지...


춘천에서 육류포장업을 하는 재웅이네 공장 냉동창고 모습입니다. 오랫만에 친구를 만나 그가 하는 사업장을 둘러보고 그간 살아온 얘기를 듣고 왔습니다

봄비가 온다. 올 봄은 예년보다 기온이 높았고 덕분에 마당의 목련꽃도 일찍 피었으나 뒤이은 한파에 잎이 다 얼었다. 듣기로는 거창에서는 이 급작스런 한파로 마늘, 양파, 배가 큰 피해를 입었고 사과도 피해가 예상된다 한다. 우리 지역에서도 며칠 전에는 홍천농업기술센터에서 직원들이 사과나무 동해 피해 조사를 나오기도 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대지를 고루 적신다. 그러나 이 비를 맞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는 다 제각각이다. 농부들에게도 비는 고맙기도 원망이기도 하다.

어제는 잠시 서울 다녀오는 길에 공릉동 브로이하우스 <바네하임>에 들러 김정하 대표를 만나 앞으로 벌일 일 얘기를 하고 수제맥주 두 병을 사왔다. 저녁에 이웃에 사는 설치미술가 박선생과 한 잔 하고자 했는데 마침 소설가 하일지 선생도 그곳에 와계셨다. 좁은 땅이라 그런지 사람의 인연이 참 묘하다. 90년대 초 회사 다니면서 가끔 강남 신사동에 있는 민음사 이영준 형(주간) 방에 놀러 가곤 했는데 그곳에서 당시 <경마장 가는 길> 소설을 낸 하일지 선생을 여러번 마주쳤었다. 같이 식사도, 차도 함께 한 기억이 있는데 그땐 선생이 프랑스 유학에서 막 돌아와 전업작가로 있을 때니 여유가 많았던 탓이다.

이곳에서 친한 이웃으로 지내는 설치미술가 박 선생에게는 하일지 선생이 고교 은사다. 햇수로 3년 고교 교사를 하다가 유학을 떠났는데 그때 제자 가운데 지금까지도 만나는 사이이고 가끔 이렇게 제자 집에 하룻밤 묵고 가기도 하는 것이다. 정말 오랜 세월을 지나 만났는데 다행히 선생은 날 기억하시고 있었고 심지어 당시 내가 타고 다니던 프라이드 베타 차종도 알고 있었다. 소설가들의 디테일이란. 다들 <바네하임>의 수제 맥주 맛을 칭찬하며 밤 늦게까지 많은 얘기를 나눴다. 마침 선생이 올 봄 겪은 \'사태\'를 포함해서...

이런저런 얘기 중에 하일지 선생이 자신이 만난 독서 천재가 셋 있는데 장석주(시인), 장정일(소설가) 그리고 이영준 형(지금은 경희대 후마니타스 학장) 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장정일의 소설은 크게 평가를 안하지만 그의 시 만큼은 대단하다고 여긴다고. 그의 소설을 별로라고 여기는 이유는 새로운 형식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그러고보니 내가 장정일을 마지막 본 시기도 대략 90년대 중반쯤이었던 것 같다. 80년대 후반에 그를 알았는데 그때는 대구에서 모친과 살았는데 가끔 내가 있던 부산으로 술 한 잔 하러 오곤 했다. 사실 나를 보러 온 것이라기보다 당시 부산 가마골소극장의 어느 여배우를 흠모하여 보러왔다가 이윤택 선생에게 들켜 된통 혼나고는 내 사무실로 와선 위로와 비난 겸 저녁식사를 하고는 돌아가곤 했었다. 이후 서울로 올라왔는데 내 기억에 금호동 산동네에 기거하면서 글을 쓰고 있었다. 그때는 나도 서울에 있을 때여서 서로 연락을 해서 만났는데 그는 만나면 이리저리 쏘다니다가 시디를 많이 구입했다. 주로 재즈음반이었고 그런데 이렇게 많은 시디를 한꺼번에 사들고가면 같이 사는 분이 화를 내니 길 형이 일부는 맡았다가 나중에 달라고 해서 일부는 내 차에 두고 다니다 나중에 준 기억이 난다.

비가 오니 이런저런 추념이 떠오르나보다. 사실 근래에 내가 듣고 보고 한 두 농민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다음으로 미뤄야겠다. 같은 비를 맞고 있어도 농민은 다 그 사정이 다르다는 얘기를 하려고 했었다. 오늘 저녁에는 춘천에 다녀와야 한다. 만난지 이십 몇년된 고교 동창이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전화를 했기 때문이다. 춘천에서 화장품 사업을 하다가 육류포장업을 한지 이십년 가까이 된다고 한다. 뭔가 재미있는 경험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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