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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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를 구하는 사람들...

  • 길벗
  • 2018-04-10 20: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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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사과농사를 짓고 또 조금 규모가 크다보니 봄이면 나에게 사과나무를 구하는 분들이 매해 있다. 다들 안면이 있는 분들이고 해서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묘목을 사면 적어도 4년 뒤에야 사과맛을 보니 5년생 이상 되는 큰 나무를 사면
그 해 바로 사과를 딸 수 있기 때문이다.

올 봄에도 내면에 사는 정일호 씨가 작년부터 벼르다 기어코 6년생, 5년생 10그루를 오늘 사갔다. 값을 얼마나 매겨야 하나.... 늘 이게 고민이다.
난 나무 장사꾼이 아니고 그저 사과농사꾼이기 때문이다.
1년생 묘목을 15,000원에 사와서 5년을 키웠지만 그렇다고 아는 사이에 비싼 값을 부를 수는 없다. 그래서 5만원에 팔겠다고 했다. 그리고 막상 같이 나무를 캐다보니 3그루를 더 캐서 주었다.

그이도 내면에 귀농해서 힘들게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고 다만 집 주변에 사과나무를 심어 가을이면 사과 달린 모습을 보는 것은 물론 사과를 제 손으로 가꾸어서 따 먹고 싶은 것이다.

나는 올해 들어 유정란이 나오고 있고 그래서 사과농사 규모를 좀 축소하려고 하는 참이었다. 그렇긴해도 나무를 팔 생각은 없었는데 그리 되었다. 사실 규모를 줄이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고 다만 세밀한 농사를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과일 소비자 시장은 과일이 크고 색깔이며 표피가 공산품처럼 깨끗해야 높은 값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농민들이 아주 고생을 많이 한다. 그렇기에 일부 농민들은 자기가 먹을 것이 아니므로 농약과 각종 농자재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고보면 일부 도시 소비자들은 좋은 과일을 비싸게 주고 사먹으면서 오히려 몸에 안좋은 것을 선택하는 꼴이 되버리기도 할 것이다.

애초에 귀농하면서 \'사람과 자연을 생각하는 농업\'을 하자고 왔는데 현실은 참 어려웠고 가능한 양심을 속이지 않는 농사를 지으려고 애써 왔다. 기왕에 사과 농사 규모를 줄인다는 의미는 그래서 농약 덜 치고 적과 인력 덜 쓰고 그런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러면 사과는 크기가 작고 거칠고 볼품 없는 것이 될 것이 뻔하다. 당연히 그에따라 가격도 떨어질 것인데 과연 소비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궁금하다.

아무튼 공들여 키운 나무를 캐서 이웃에게 팔았다. 거기서 새 주인의 손길 아래서 잘 커서 맛있는 사과를 그 가족들에게 선사해 주기를 이 저녁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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