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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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말고 다른 농사(1)

  • 길벗
  • 2012-09-29 18: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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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처음으로 300평 정도 고구마 농사도 겸했다. 10월 초순에 수확할 예정인데 얼마나 거둘지는 미지수...


여름에 적채 농사도 500평 정도 했는데 수확은 아주 미미했다

추석 홍로 사과는 일찌감치 주문이 매진되어 진즉에 모두 팔렸지만, 올해도 또 느끼는 안타까운 점은 첫째, 양이 부족하다는 것(내년부터는 와야리 홍로밭에서 첫수확을 개시하기 때문에 앞으로 매년 점점 수확량이 늘어나겠지만), 둘째, 사과 색깔을 좀 더 잘 내야 한다는 것(아무래도 반사필름을 깔아야 할 듯...ㅠㅠ), 셋째, 모든 과수 농가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크기를 더 키워야 한다는 점(그러나 사과가 크다고 해서 반드시 더 맛있는 것은 절대 아니고...) 등이다.

지난 10년 동안 집 앞에 얼마 되지 않는 사과나무를 기르면서, 또 수확하면서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면서 근근히 살아왔는데 이것만으로는 도저히 미래가 없어 융자를 내어 땅을 사고, 시설을 하고 해서 사과 과수원을 늘려왔다. 그러나 세상 일이 모두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어서, 또 일천한 농사 경력으로 시작한 일이라 중간에 조성한 부사 사과밭은 애초에 내가 세웠던 계획의 반의 반도 안되는 결과를 현재 보여주고 있는 터, 기업으로 치면 이 신규사업은 재빨리 정리해야 할, 실패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그런 계륵 같은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땅에 심어서 5년이 된 나무와 시설을 이제와서 한 순간에 다시 뒤엎을 수 없다는 데에 과수 농사의 고민이 있는 것인데 아예 안되면 또 모르거니와 절반은 되고 나머지는 지지부진 하니 이 또한 결심이 수월찮은 노릇이다.

안되는 이유는 여럿이 있다. 모두 이제 와서야 알게 되고 또 깨달은 것이라는 게 문제지만 개선이 될 수 있는 것이 있고 자연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는 것이 있다. 농사는 \'자연과 혹은 하나님과 동업이다\' 이런 얘기를 스스럼 없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일반적인 사업과 비교해 볼 때 농사는 노력도 많이 소요되지만 운도 비교적 많이 스며들어 있는 사업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아무튼 10여 년 전, 정확히는 12년 전에는 이곳 홍천에서는 사과재배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거개였는데, 그 몇을 나열해 보면 농진청 산하 사과시험장(경북 군위에 있다)의 어느 사과박사(여기서 이름을 밝히진 않겠다)는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간 나에게 대놓고 핀잔을 주었다. 되지도 않는 지역에 사과 심어놓고 와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또 다른 이는 이곳 홍천농업기술센터의 과수 담당 계장이라는 분이었는데 이 분은 사과 농사를 짓고 싶다는 나에게 \'사과농사가 되면 자기 손에 장을 지진다\'고 못을 박았다. 지역민들도 나중에서야 나에게 고백한 것인데 안된다고 말 할 수는 없고 해서 뒤에서 저들끼리 나를 두고 \'또라이\'라고 했다 한다.

이미 이곳 <농사이야기> 게시판에 그간 몇 번 쓴 것 같기도 한데 주위에 아무도 길을 일러 줄 사람 하나 없고, 동업자도 없으며, 지원은 전무한 곳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것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내가 아무리 또라이(돌머리)라기로서니 내 머리가 맨땅을 이길 수가 있겠는가. 정치 경험이 전무한 \'안철수\'(마침 이이는 나와 동갑이고 학번도 같다)는 나서겠다고 하니 유수한 멘토들이 자천타천으로 줄을 서는데 10여 년 전 나는 사과의 불모지 홍천에서 사과농사를 짓겠다고 했더니 그 어떤 멘토도, 아니 이웃도, 지지자도 없이 혼자 외로이 묘목을 심고, 그저 애를 태워야 했던 것이다. 이제와서 보니 나는 \'또라이\' 맞다. 아주 무모했다. 무식하면 용감한 것이다. 그러니 시행착오와 실패는 이미 예정되어 있는 수순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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