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사밭이 있는 골짜기는 단 세 가구만 사는 곳이라 멧돼지가 밭에 들어와 온통 헤집고 다니고 고라니도 겨울이면 사과나무 꽃눈을 따먹어서 지난 봄에 전기 목책을 설치했습니다
원래 10월 25일 경에 수확하려고 했던 만생종 부사의 수확이 날씨 관계로 늦어지고 있습니다. 추석사과도 예년보다 늦되더니 부사 역시 수확 시기가 밀려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10월 27일) 아침 기온이 -4도 였고 서리가 내렸습니다. 흔히 첫서리를 맞힌 사과가 맛이 있다고들 합니다만 꼭그래서 늦게 수확하는 것은 아니고 최대한 늦게 따려고 하다보니
이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만생종은 가능한 햇볕을 많이 받는 것이 좋고 또 올 봄 개화가 10일 늦은 것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계획으로는 11월 3일-5일 경에 수확을 하려고 합니다. 일단 주문장은 열어놓겠습니다만 배송은 11월 5일 이후가 될 것 같습니다. 전화로 이미 예약하신 분들이 많으니 따는대로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어제는 소위 사과 주산지인 경북 안동, 의성 그리고 상주의 지인들을 찾아 안사람과 하루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여행은 아니고 매년 이맘 때면 그쪽 작황과 사과공부도 할 겸해서 다녀오는 것입니다. 우리 한반도가 크지 않다는 것은 그쪽이나 우리나 똑같이 올해 수확기가 늦어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한 농가는 복숭아 농사도 꽤 크게 하는 집이어서 복숭아가 궁금해서 들렀는데(사실 복숭아 농사를 조금 지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어서) 결론은 사과 한 가지만 잘 하기도 벅차다는 것이었습니다.
내년부터는 그간 짓던 무농약 채소 농사도 일절 짓지 않고 오직 사과농사만 하기로 했으니
맘은 참 편합니다만 사과농사가 다른 작물에 비해 기술적인 면에서 많이 힘이 드니 과연 제가 잘 해나갈 수 있을런지 걱정이 되는 것은 늘 한가지 입니다.
이곳 홈피에 이런저런 제 사는 글을 자주 올려야 하는데 늘 비슷한 글이 올라오는 것 같아 계면쩍어 올해 들어 잘 못쓰고 있습니다. 이곳 삶에 대한 호기심이 줄어든 탓인지, 귀차니즘이 엄습한 탓인지 매너리즘에 빠져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도 두 아들을 보면 제가 아직 할 일이 많다는 사실을 그때야 느끼기도 합니다만.
오늘, 날이 올가을 들어 가장 춥습니다. 어느새 또 겨울이 오는 것이겠지요. 매년 이렇게 다람쥐 챗바퀴 도는 것처럼 정확하게 때를 맞춰 살아야하는 사람의 삶이 지루하면서도 그래서 한편으로는 오지 않은 날을 기대 하면서 새날을 맞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과 수확하면 사진과 함께 다시 글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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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고 댓가를 얻을 수 있는 때가 분명 오겠지요11
오래전에 불러본 이름이네요.
저 미국에 있는 홍미영 입니다. 한번 전화했었다는 것 듣고도 연락드리지 못했는데, 오늘은맘 먹고 인터넷을 검색해서 이렇게 홈페이지를 찾았습니다. 열심히 사는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이고 아름다와 보입니다. 두 아들이 든든히 커주어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고, 사모님의 모습이 너무 단아해 보여서 눈물이 났습니다. 한번 연락할께요. 전화를 하던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