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3월 마지막 날에 쓰는 농사이야기

  • 길벗
  • 2009-03-31 06:50:42
  • hit1342
  • 121.187.252.133

작년 브로콜리 심었던 밭에 올해도 또 같은 작물을 재배합니다. 어제 비료살포기로 유박을 150포 살포했습니다. 무농약 인증 밭이라 작년에 풀을 매다가 결국 이기지 못한 때문에 무릎까지 오는 잡초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밭으로 들어가면 좋은 유기물이 됩니다


날이 밝은 뒤 집 앞의 눈 내린 홍로 사과밭을 찍었습니다.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꽃이 필 것 같습니다

그간 게을러 농사이야기를 못썼습니다.
일이 없었던 게 아니라 작년보다 일은 더 많았는데도 올 봄에는 글을 잘 못쓰고
있습니다. 아마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 그런 것 같습니다.

올해부터는 그야말로 전업농입니다. 귀농 이래 작년까지 매주 2-3일씩 나가던
서울 강의 일을 전격적으로 중단하고 이제부터는 오로지 농사만으로 생활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어찌보면 올해가 진정한 귀농 1년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좀더 있을 줄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마치 22평 아파트에 살다가 32평으로 옮기면 처음엔 대궐 같다가도 곧 그런 기분이
사라지고 42평을 꿈꾸는 것처럼 말입니다.

전정 작업을 3월 중순까지 했습니다. 나무가 커서 매년 전정 작업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립니다. 또 매년 조금씩 자꾸만 사과나무 지식이 늘어가니 이에 따른 손놀림도
이전보다 더 많아지는 것 같고 가장 큰 이유는 이번 겨울 전정 작업 때 작년과 달리
많은 수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정에 조금 더 눈이 틔였다고 할까요?

와야리 밭에 사과나무도 전정작업을 했습니다. 작년에 별로 신경을 못쓴 탓에
올해 전정 작업을 하면서 후회가 많았습니다. 묘목에는 세심한 신경을 그만큼 많이
써야 하는데 작년에 브로콜리 농사까지 더 늘어나는 바람에 그리 된 것이고
또 관수시설을 미처 못해준 탓이 컸습니다.

이번 봄에 그 밭에 묘목 80주를 더 심었고 이 밭 나머지 미처 메꾸지 못해 방치되었던
부분에 또 흙을 퍼부었습니다. 지난 겨울 우분을 여러 차 갖다 넣어주었고 이번 봄에 흙과 뒤집어주는 작업도 해놓았는데 그위에 다시 흙을 좀더 갖다 붓고 또 섞어준 것입니다.
장비값이며 흙값이 만만치 않게 들어갔는데 이곳에 올봄 곧바로 사과묘목을 200주 정도
심으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1년은 그냥 호밀을 뿌려 갈아엎으려고 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밭에 유기물 함량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대신 묘목 값으로 대목을 1,000주 구입했는데 올 봄 스스로 묘목을 생산해볼까 합니다.
의성에서 사온 대목은 아직 저온저장고에 있는데 곧 밭에 정식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잎이 나오면 전정 때 모아두었던 접수를 가지고 접목을 하여 내년 봄에는
이렇게 직접 만든 묘목으로 밭에 심게 될 것입니다. 남는 묘목은 팔아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3월에는 꽃사과(수분수)도 80주 심었습니다. 모든 과실나무는 수분수가 있어야
결실을 하게 되는데 사과 역시 품종별로 수분 관계가 있기도 하지만 특이하게 이렇게
수분만 하는 꽃사과가 여러 품종 있습니다. 사과시험장에서 무료로 나눠준 것을
저도 이렇게 얻어서 와야리 후지(부사) 밭 사이사이에 넉넉히 심었습니다.

올해도 무농약 브로콜리 농사를 짓습니다. 어차피 5년 계약한 땅이라 무언가는 심어야
하는데 이런저런 계획을 지난 겨울 많이도 세웠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그냥
작년처럼 브로콜리와 단호박을 이모작 하기로 하였습니다. 올해는 남의 땅을 2천 평 정도
더 빌렸습니다. 일부는 쥬키니(호박의 일종)를 심어 농협으로 내고 나머지는 모두
브로콜리를 심고 이모작으로는 배추도 좀 심어볼 생각입니다.

사과농사만으로는 아직 생계가 되지 않아서 이런 것인데 그러다보니 봄부터 몸이 보통
바쁜 것이 아닙니다. 브로콜리는 노지 농사라 날씨가 늘 변수입니다. 봄에 비나 눈이 오면
며칠 작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에 큰 눈이 내려 3일을 공치고 어제 가까스로
유박비료를 뿌렸습니다. 작년에는 포크레인을 불러다 소똥을 많이 넣었는데 올해는
유박만 넣기로 했습니다. 만약 이 유박을 한포대 한포대씩 옮겨다 뿌렸다면 며칠을 해야만
하고 또 힘도 크게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진에서처럼 트랙터에 부착되는 살포기를
가지고 하니 두 시간 만에 3천 5백평을 다 뿌릴 수 있었습니다.

이제 트랙터로 로터리를 치고(갈아엎는다는 뜻) 다시 배토기로 골을 켠 뒤에 비닐을
씌워야 브로콜리를 정식할 수 있는데 마음이 바쁩니다. 4월 10일 이전에는 밭에 들어가야
하는데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보니 눈이 2cm 정도 내렸습니다. 이러면 밭이 마를 때까지
또 며칠 일을 못합니다. 마음은 바쁘고 그러나 다 자연이 하는 일이라 말도 못하고
그저 애만 태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한 것은 지난번 큰 눈이 오기 하루 전에 마을
아주머니 두 분과 함께 브로콜리 밭과 빌린 밭의 비닐을 다 걷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그 날 그 작업을 못했더라면 정말 큰 일 날 뻔 했습니다.

농작업 하는 인건비가 15% 가량 올랐습니다. 소 사료값은 작년 이맘 때에 비해 100%가
올랐는데 한번 오른 가격은 요지부동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비닐값도 올랐고, 철파이프 값도 지난 해 많이 올랐는데 지금은 국제 철값이 많이 내렸다는데도 한번 오른 것들은
도대체 누가 그 마진을 다 가져가는지 내려오질 않습니다. 올해는 단호박 농사를 위해
철파이프를 1,000개나 주문해 놓은 상태입니다. 작년에 그냥 땅에 재배해보니 수량과
품질에 문제가 많아 올해부터는 이왕짓는 농사 잘 지어보려고 철파이프를 덕 시설로
해서 단호박 농사를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경기가 최악이라는데 과연 올해 농산물 값이 어떨런지 심기도 전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수도 없고, 시설에 투자를 안할수도 없고, 면적을 늘리지 않을 수도
없고 그러다보니 앞날은 희뿌연데도 여전히 투자는 계속되고 이 게으르고 늦깍기 농부의
사정이 이렇습니다. 땅만 쳐다보고 사는 농부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어찌 알겠습니까만은 요즈음 대한민국은 2종 스포츠(야구와 피켜스케이팅)만 빼고는 도무지 제대로 작동되는 게 없어 보입니다.

눈이 지금도 계속 내립니다. 오늘은 새벽 5시에 일어나 걱정스런 마음이 앞서 아직 컴컴한 가운데 계속 밖을 서성대다가 들어와 이 글을 씁니다. 눈도 좀 그만 오면 좋겠고, 올 농사도 작년보다는 좀 나았으면 좋겠고, 멀리 떠난 아들도 건강히 제 뜻을 잘 이루고 오면 좋겠고, 올해부터는 전업농이니만큼 이제부터는 빚도 좀 갚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고 이런저런 생각에 아침부터 마음이 분주합니다.

3월 마지막 날에 억지로 쓰는 이 게으른 농부의 농사이야기를 여기서 마칩니다. 앞으로는 좀 자주 사는 이야기를 올렸으면 하는데 몸이 피곤하면 9시 뉴스도 못보고 자는 때가 많아 더 글이 뜸해지는 것 같습니다.

제 맘과는 달리 눈이 이제는 함박눈으로 변했네요.....  
게시글 공유 URL복사
댓글[2]

열기 닫기

  • 동산지기 2009-03-31
    길벗님의 마음을 아는지 눈이 그쳤네요^^. 올 겨울은 가물었지만 별 추위없이 쉽게 지나가

    고 봄을 맞이하나 했더니 수십년만에 큰 눈이 왔습니다. 그것도 3월말에 말이죠. 우리 마을

    에서도 축사가 무너져 젖소가 죽고 인삼밭도 거의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인간의 상식과 경

    험이 자연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함을 실감할 수 밖에요.

    농부로 살아가는 길벗님의 삶이 농부이신 아버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아들이 하는 일에 아버지께서 당연히 보살펴 주실것입니다!!
  • 길벗 2009-03-31
    눈이 그치고 종일 해 나왔다, 비 오다 했네요^^. 하루 잘 쉬고 내일 일 하려는데 내일도
    비 올 확률 60%라고 합니다. ㅠㅠ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려고 합니다.
    쉬건 일하건 제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는 것이겠지요. 가까이 살면서도 쉬 가게 안되는군요. 건강하세요.
댓글작성

열기 닫기

댓글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