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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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사과(만생종 부사) 조금 남았습니다

  • 길벗
  • 2008-11-08 21: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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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물들며 낙엽지는 사과밭. 처음 보는 일입니다. 바닥에는 아직 치우지 못한 게으른 농부의 반사필름이...


재작년 집 앞 사과밭. 한 겨울이 되어도 낙엽이 지지 않았습니다

그간 주문 받아놓은 물량을 이번 주 내내 매일 몇 십 박스씩 배송을 해서 그동안의 주문량은
어제(금요일.11월7일)까지 다 끝냈습니다.

오늘은 과천 자유학교에 사과를 싣고가서 바자회에서 사과를 팔았습니다.
정말이지 온 몸이 노곤합니다. 그래도 창고에 재워두는 것보다 이렇게 매일매일 사과를
팔 수 있으니 참 행복합니다.

이제 10kg 박스로 몇 십 개 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사과에 꿀이 박혀 오래 저장은 못할 듯 싶습니다. 그래서 주문 오는대로 바로 다
소진시키려고 합니다. 사과 농사짓는 분들 가운데 일부는 설날 대목을 맞추려
사과 저장고에 쌓아두고 주문이 와도 문을 열지 않는 분도 있다고 합니다만.

그간 이곳 홍천에서 사과 농사 지은지 올해로 7년이 되었는데 아시다시피 4년은
묘목 심어 나무 키웠고 올해로 이제 세번째 수확인데 이번 가을 들어 처음으로
사과나무 잎이 노랗게 단풍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저희 농원에 오시는 여러 길벗님들도 저의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실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사과나무가 이렇게 단풍이 드는 것을 보고
싱글벙글하는 모습도 상상키 어려울 것입니다.

작년까지 저희 집 사과나무는 가을에 단풍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늦가을 된서리가
내리면 이파리가 그냥 얼어버린 채 겨울을 맞아 눈이 오면 나무가지와 잎에 눈이
소복히 쌓였습니다.

처음엔 왜그런지 이유도 알 수 없었고 그저 사과 농사 짓기에 부적합한 지역이라더니
그래서 그런가 하고 혼자 말도 안되는 추측으로 위안을 삼고 말았습니다.
그때 겨울을 난 사과나무 잎은 이른 봄이 되서야 떨어졌고, 그래도 두번째 수확을 맞은
해는 꽃이 피었습니다만, 지난 해는 아예 꽃이 피질 않았습니다.

언젠가 농진청 산하 사과시험장에 교육 받으러 갔을 때 교욱을 하던 연구원이
일본에서 찍어온 것이라 하면서 보여준 슬라이드 사진에는 노랗게 물든 사과나무밭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연구원이 말하길 만약 이렇게 사과나무가 제 때 이파리가
노랗게 단풍이 들 수 있도록 사과농사를 지면 더이상 할 말이 없다고 했습니다.

영원한 농사 초보인 제가 감히 더이상 할 말이 없는 수준에 이르른 것이 아니냐는
말도 안되는 자만을 여기서 표하려는 것이 아님은 물론 우리 길벗님들이 모두 아실테지만
그러나 비록 아무 것도 모르고 지은 농사에 뒷걸음치다 뭐 잡은 일 같을지라도
기분이 좋은 것만은 사실이 아니겠습니까?

몇년 째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씩 알아가는 농사기술과 재미는 아마도 직접 지어본
사람만의 기쁨이겠지만 그러나 이곳에 오시는 길벗님들도 모두 함께 공감을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작년 초에 가까이 지내는 몇 분이 저에게도 봄에 사과나무 분양을 하라고 독촉을 하셨지만
저는 자신이 없어 실행치 못했습니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작년에 해거리가 와서 전혀 사과를 수확하지 못했으니 만약
사과나무 분양을 했었다면 저는 가을에 무지 송구스러울 뻔 했습니다.
그러나 내년 봄에는 저도 농사 시작한 후 처음으로 사과나무 분양을 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겨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참 올해는 기상이 이상해서 아직까지도 된서리가
오지 않고 있습니다만, 이제 곧 동장군이 들이닥칠 것입니다. 겨울엔 만물이 쉬듯
농사꾼도 몸과 마음을 쉬어야 합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농사는 겨울에 시작하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저도 12월 초 땅이
얼기 전에 사과 밭에 소거름을 해야 합니다. 또 올해 브로콜리와 단호박을 심은 밭에도
거름을 미리 하려고 합니다.

늘 일이 많은 과수원입니다. 제가 게으른 탓도 있고, 일 재주가 없는 탓도 있고, 또 계획만 많고
실행을 잘 하지 못하는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김장 배추 농사도, 고추 농사도, 쥬키니 호박 농사도 다 계획만 했지 실제 짓지는
못했습니다. 다행히 처음으로 밭농사 두 그루(이모작을 이렇게 부릅니다. 저의 경우엔
올해 브로콜리와 단호박)를 성공적으로 해서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노랗게 물드는 사과밭을 보면서 오랫만에 글 올렸습니다.
길벗님들 모두 주말 즐겁게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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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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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산지기 2008-11-09
    사과나무도 길벗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옷을 갈아 입었군요^^
  • 김미영 2008-11-10
    민이 아버님 축하드려요. 민이 아버님의 기뻐하는 마음이 저에게까지 전해지는 것 같네요.
  • 길벗 2008-11-12
    동산지기님, 재영이 어머님 함께 기뻐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농사는 매년 새롭습니다. 더불어 제 마음도, 몸도 새롭게 되길 바래봅니다.
    건강하십시오.
  • 홍동식 2008-11-14
    ㅡ더뎌 도 통하셨나봅니다.ㅎㅎㅎ
    사업계속 번창하시길....
  • 길벗 2008-11-14
    이크, 홍 동지 님 오랫만에 노크하셨습니다그려...
    올해 작황 좋았지요? 그리고 아드님 어제 수능 봤을텐데 잘 보라고
    연락도 못드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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