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남댁과 함께 온 분들이 이틀 동안 수확과 선별 작업을 도와주었습니다. 물 건너 이 선생님과 김 선생님도 하루 오셔서 일손을 보탰습니다

올해도 \'석회보르도액\'으로 농사를 지었습니다만 예년보다는 덜 하얗습니다. 마지막 방제를 좀 일찍 끝낸 덕분입니다. 그렇기는 해도 저희 집 사과는 역시 모양이 울퉁불퉁하고 색깔도 전혀 환상적이지 않고 그렇습니다
어제 오늘 총 6명이서 수백 박스 사과 포장 작업을 하여 오늘 오후 택배로 모두
부쳤습니다. 또 지난 일요일에는 멀리 인천서 후배 이경렬 선생이 트럭을 몰고 직접 와서
올해도 한 차 가득 채워서 올라갔습니다. 매년 이맘 때 여는 인천의 모 시민단체 바자회에 낼 사과를 가져간 것입니다.
이제 재작년에 이어 두 번 사과를 중심에 두고 추석 대목을 겪은 소감을 적어보자면 문화는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고 어떤 것은 오히려 더욱 전통문화가 강화되는 수도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위 명절에 가까운 이나 웃어른 또는 거래처에 선물을 주고받는 이 풍습이야말로
아마도 지구에 종말이 오는 그날까지 계속 살아남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욱 세게
나아가는 습속이 될 것이며 게다가 큰 것 찾는 우리 문화 역시 소멸은 커녕 더욱
심화되는 것 같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과수 생산하는 농민이나 유통업체에서는 서양처럼 적당한 크기(사과의 경우 270g 내외)가 시장에서 환영받아야 농민도 살고 소비자도 산다고 몇 년 전부터 계속 외쳐대고 있으나
제가 보기에는 대과(큰 과일)을 선호하는 민족성은 쉬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 게시판에서 몇 번 언급한 적도 있는데 이런 대과를 선물로 주고받는 풍속은 두 가지 측면을 갖고 봐야 합니다. 우선 과일을 크게 키워야 돈이 되니 농민들은 기를 쓰고
대과를 만들려고 안간힘을 씁니다(저는 예외입니다만). 한번 계산해보면 400g 이상 사과는 아마도 한 개에 최소한 3,000원 이상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 가격도 나옵니다. 그러나 200g 사과는 그 절반 값인 1,500원이 아니라 아마도 500원에도 못미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가격 결정 요인에는 워낙 여러 변인이 있으니 양해하여 주세요).
그러니 서양처럼 그저 크던 작던(오히려 너무 큰 것은 기피하는 것이 그네들 관행이더군요) 무게로 달아 팔면 농민도 편하고 소비자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과맛을 볼텐데 우리나라에서는 맛의 문제와 가격의 문제를 떠나 소위 \'선물용\'이라면 무조건 가격 불문, 크기는 킹왕짱이어야 합니다.
위에서 지적한 대과 선호의 또다른 측면은 이런 우리나라 국민들의 풍습이 어쩌면 서양 사과, 배의 수입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와 결과적으로는 농민들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 수입이 되고 나면 어떨런지 알 수 없으나 현재 외국(특히 미국의 경우에) 농민들은 결코 사과를 크게 키우기 위해 애쓰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 사과는 늘 우리 나라 사과 재배 농민들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합니다. 사과값이 비정상(제가 보기에는)적으로 높은 우리 나라의 경우 일본 농민들에게는 군침이 도는 시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네들도 크게 하는 기술에 있어서는 우리 못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를 보면 이런 사회적 관행에 거의 역행하고 있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태평농법\' 비슷합니다. 편하게 농사짓자는 수작이지요. 그러다 막상 출하 할 때가 되면 후회를 하곤 합니다. 역시.... 커야돼.... 선물용.... 그러나 저에게는 선물용 사과가 그리 많지 않지요. 올 가을에는 아예 선물용이라는 말을 빼려고 했다가 하도 몇 개만 달라는 통에 올려놨더니 역시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내년에는 대과를 만들어서 진짜 내년 가을에는 저도 좀 제가 제일 싫어하는
\'대박\'이라는 단어를 들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한 때 \'대박나세요\' 란 인사가 유행했던 적이 있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참 듣기 민망하고 싫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튼 홍천군청 직원들이 백 박스 넘게 주문을 처음으로 해왔는데 올해 한 상자도 납품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저희 농원 사과 중 1/3은 올해 추석이 빨라 아직 수확 대기 중인 고로 인터넷으로 전화로 주문한 물량을 대기에도 벅찼기 때문입니다. 내년을 기약하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올해는 완전히 익지도 않은 \'홍로\'를 우격다짐으로 수확해 보낸 것들도 있습니다. 색깔도 미흡하고 맛도 예년같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외양은 애초부터 포기하고 짓는 친환경 농사지만 맛이나마 썩 좋아야 할터인데 올해는 그렇지도 못합니다. 이렇게 다 배송을 마친 지금은 조금 걱정도 되고 또 후회도 합니다.
아직 제 빛깔을 못내 수확을 전혀 못한 \'조생종 부사-히로사키(홍로는 단맛이 강하여 신맛이 거의 없지만 조생종 부사는 단맛과 신맛이 고루 배어 있습니다. 과즙도 풍부하고요)\'가 올해 처음으로 제대로 농사가 된 듯 싶어 안도하고 있습니다만, 모든 사과 재배 농민들이 노래하는 것처럼 추석 전 사과값이라야 한 해 농사 보상받는다는 얘기를 저는 애써 무시하고 싶지만 역시 그 분들 경험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을 올해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잘 것 없는 \'길벗사과\'를 주문하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올해 맛이 예년같지 못하더라도 많이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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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듯하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하는것이....자~알 먹겠습니다.
맛있는 사과를 먹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한번 찾아 뵙지요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명절보내세요
안먹어봐도 맛있겠죠 제작년에도 맛있었으니까요. 힘드셨겠어요 힘내시고요 ㅋㅋㅋ
길벗님 사과크기 이야기하니 유럽 여행때 생각나는군요 스위스 베른에서 슈퍼에 가일사러같더니 사과코너에서 한입정도 크기사과가 많트라구요 그중에 큰걸로만 한 20여개 골라왔더니 현지인이 웃더라구요 큰사과는 선호하지 않는다더라구요 저역시 한국인인가봐요
작은것보다 큰것이 맛있고 좋을것같으니말입니다 헌데 올 북유럽가서도 사과사면서도 자꾸 큰쪽으로 손이가니말이에요 ㅋㅋㅋ 50년 넘게 살면서 배운걸 어쪄랍니까 현굴레를 외면하려해도 역시 한국인이라는 생각에 수용하며 산답니다 슬프죠 ㅋㅋㅋ
저는 이번 추석 사과를 내다 팔면서 생각이 확실히 바뀌었습니다.
내년부터는 어쨌든 추석 사과는 크게 만들고, 색깔을 내기 위해 저의 모든 힘을
쏟을 작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하지 않았던 여러 수고를 해야하는데
열심히 해서 큰 사과를 많이 만들겠습니다.
올해 작은 사과를 받으신 우리 길벗님들께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