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사과 발송은 다음 주(8일-10일)에 합니다

  • 길벗
  • 2008-09-04 22: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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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이른 탓에, 그리고 저희 길벗사과농원이 위치한 곳이 강원도 홍천 그중에서도
해발 400m 가까이 되는 중산간 지대라 생각 만큼 빨리 색이 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말(6일, 7일)부터 수확 작업을 시작하여 다음주 월, 화, 수요일에
일제히 택배 배송을 할 계획입니다.
조금 일찍 이번 주말에 받기를 원하셨던 몇몇 분께는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저는 올해로 7년째 사과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러나 첫 3년은 묘목만 심어놓은 채
아무 것도 모르고 지냈고 이후 4년은 한 번의 수확, 한 번의 해거리로 냉온탕을
드나들었습니다.
이제 두번째 본격적인 사과 수확을 앞두고 드는 총체적인 감회는
\'농사, 절대로 짓지 마라\'이기도 하고 \'참을 수 없는 농사의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올 여름 들면서 이 홈피에 글을 못쓴 것(안쓴 것일수도)은
올해 출범한 정부의 \'개\' 같은 행태를 앉아서 바라만보고 있자니
치미는 울화로 인한 가라앉지 않는 마음의 여울이 컸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이토록 지겹고 더럽고
천박할 수 있느냐는 일종의 자괴감으로 인한 삶에 대한 허탈 증후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꼭 10년 전에 저질렀던 이민 신청에 대한 \'추억\'이 다시금 마음을 방망이질 쳤습니다.
그간 \'나는 늙었다\'는 생각이 오기로 바뀌어 그저 떠나고픈 마음으로
하루에도 여러번 마구 바뀜질을 해댔습니다.

그러면서 브로콜리 수확을 해서 내다 팔았고, 그러면서 그 자리에 단호박을 뒤이어
심었습니다. 한 여름이 오고 사과나무의 도장지를 정리하면서도 산다는 것과
또 농사꾼으로 산다는 것과 또 이 나라에 산다는 것을 많이도 곱씹어 보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아마도 저는 나이를 헛먹었나 봅니다. 도무지 삶이 정리되지 않습니다.
좀 침잠한 적도 있었습니다. 또좀 뭔가 한 걸음 나아갔다 싶은 적도 많은 것 같았습니다.
앞 글에서 석 달 만에 겨우 몇 줄 끄적이면서 \'어리석은 고민과 방황\' 때문에
그간 농촌 생활과 농사일에 대한 글을 못올렸노라고 고했습니다.
이와같이 저는 여전히 진행형이며 그리고 우둔합니다.

농촌생활에 대해 쓰려면 좀 용감해야 합니다. 또는 철이 들지 말아야 이곳 생활에
대해 솔직하게 쓸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농사일에 대해서 쓰자고 하면 \'천의무봉\'은
아니어도 적어도 \'바보\'는 되어야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마 \'벼룩\' 같은 인생이요 존재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이 홈피에 글을 못쓰는 시간이 자꾸 벌어지면 제 자신이 스스로 좀
초조해집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몇 년을 씨부려왔던 여러 얘기들이 자꾸
부끄러워집니다. 그때는 과연 무슨 심정으로 이 글을 썼을까 하는...

아무튼 사과는 색이 영글어갑니다. 그저 하나님께 기도만 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시간과 곡식의 여묾에 대해 인간인 저는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바라기만 할 뿐입니다.
사과는 우리 집 밥이요, 또 국물이기 때문입니다.

사과 수확하는 일 도와준다고 영준 형 처남인 상범이가 내일 온답니다. 또 월요일에는
처남댁과 친구 몇 분이 오고, 교회 목사님도 손 보태러 오신답니다.
과연 제 때 잘 해낼지 걱정도 되고, 이런 걸 보면 제가 아직도 아마추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실감을 하게 됩니다. 농사꾼 프로 되기가 바둑 프로기사 되는 것 보다 어려운 것은 아닐지...


안사람이 오늘 종일 수확한 올해 오미자 입니다. 이제 내일 항아리에 설탕을 켜켜히 재워 내년 4월까지 그냥 한 데에 둘 것입니다. 그러면 저대로 시간과 더불어 숙성이 되고 내년에 우리는 다시 오미자 차를 마실 것입니다. 오늘은 이만 주절거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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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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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웅 2008-09-05
    개같은 정부 탓만은 아닐터, 7년이란 세월이 농사꾼을 많이 지치게 한 탓도 있으리라 생각하네. 나날이 영글어 가는 곡식 바라볼 수 있고, 시원한 바람부는 언덕에서 가을 풍광을 즐길 수 있으면 누가 이 시골의 삶을 마다하랴. 그러나 몸은 지치고, 일은 끝없이 쌓이고..농사는 마음대로 되지않고..이곳 길벗도 시골삶에 대해 가끔 심드렁한 생각이 들 때가 있네. 어제는 밤을 선별하다가 난 꾸벅 꾸벅 졸고, 아내는 계절성 알러지 재치기로 정신 못차리고..이 답답한 현실. 그대 흔들리면 옆지기는 어떻게 해? 그런 생각에 어쩌면 더 잠못이룰 수도. 이럴 땐 옆에 함께 쐬주 먹을 친구라도 있으면.. 그죠?
  • 동산지기 2008-09-05
    농부의 마음은 하나님만이 아시겠죠. 하나님도 농부이시니... 사과가 밥이 되기까지의 눈물과 땀도 이 땅에 밥으로 오신 주님이 잘 아실 터이고요...농부이신 하나님은 서울시를 봉헌하겠다던 명바기의 하나님과는 전혀 다른 하나님입니다!
  • 김진웅 2008-09-05
    동산지기님 하나님이 그리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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