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자란 브로콜리. 아직 꽃대가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잎에 묻은 것은 어제 내린 황사비 때문입니다

브로콜리 옆에 몇포기 양상추를 심었습니다. 올해 시범적으로 조금 해본 것인데 내년 봄엔 양상추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어느덧 5월 31일입니다. 정말이지 이곳에 내려온 이래 올 5월이 가장 바빴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바쁘고 또 여름내 그럴테지만, 그 핑계로 홈페이지에 글 올리는 것에 게을렀습니다.
하긴 어두워지면 씻고(어떤 날은 씻지도 않고 그냥 거실에서 TV보다 잠이 든 적도 있습니다)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머릿 속으로는 글을 올리고 있는데 몸은
이미 꿈나라에 가 있습니다.
제가 예전엔 멀티 플레이어였는데 요즘은 통 두 가지 일을 동시에 못하게 된 것
같습니다. 조금 정신이 없는 증거가 바로 전기세와 국민연금, 건강보험료를 내는 것을
깜박해서 두 달째 밀린 연체료가 붙은 지로 용지를 또 받았다는 것입니다(저는 왠만하면
자동이체를 잘 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아주 호되게 당한 적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올해 처음 브로콜리를 심어놓고 마음도 몸도 너무 매여 있습니다. 좀더 잘 해 보려고 하는
것도 있고, 또 무농약 재배이다 보니 제 뜻대로 잘 안되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게 시간을 생각보다 많이 잡아 먹습니다. 사과 2차 적과도 해야 되고 또 나무
세력이 좋은 놈은 나무 뿌리도 잘라내야 하고, 와야리 새로 조성한 사과밭에 가지 유인도
해야 하는데 몸은 하납니다.
작년과 다르게 안사람이 올해는 적극적으로(?) 함께 농사에 가세를 합니다만(그럼 이제
까지 안사람이 농사에 소극적이었다는 얘기가 되는데 사실 좀 그런 면이 있었습니다.
내려온지 8년이 되서야 이제 아주 조금 제 맘에 들게 움직이네요) 그래도 우린 아직 프로가
되려면 먼 사람들이니까 힘들고 어설프고 헤매고 그렇습니다...
농사는 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끼는 이번 봄입니다.
농사는 머리로 백날 지어봐야 말짱 헛거.... 라는 소리가 역시 진실입니다. 그저 몸으로,
온몸으로 밀고 가야 합니다.
오늘 귀농 초창기 사진들을 몇 장 보다가 사과 묘목서부터 몇년 간 해마다 사과 나무
자라는 모습 찍어놓은 것을 우연히 보았는데 탄식을 내지르고 말았습니다. 어찌나
가슴이 쓰라린지요... 내가 저렇게 농사를 못지었구나... 지금 같으면 이렇게 할텐데...
나무가 어째 저 모양이냐... 그러니 지금까지 이런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 어이구 등신...
참 한심하기 이를데 없는 사과 모양새였습니다. 이제와서 후회한들, 가슴을 쳐본들
무엇하겠습니까. 그저 제 자신이 우둔하고 재주가 없어서 그런 것을...
이제 조금 알게 되었다고 지나간 실수가 예사로 보이지 않습니다. 하긴 누가 그러기를
\'농사 10년 지으면 남이 하는 얘기를 조금 알아듣고, 20년 지으면 어디가서 한 마디 해도
큰 실수는 하지 않으며, 30년 지으면 남이 하는 얘기 듣고 혼자 빙그레 웃게 된다\'고 하더군요.
브로콜리가 잘되어 장마 전에 수확을 다 마쳐야 할텐데, 올해 처음 지어보니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저께는 헛고랑에 무릎 가까이 자란 잡초 깍아주느라고
오후에 세 시간을 예초기를 매고 일을 했더니 손목과 어깨가 어찌나 아픈지, 밤에 혼났습니다.
곁순 따는 일 해주러 오셨던 동네 아주머니 말마따나 그냥 제초제나 살살 치면
몸도 편하고 일도 수월한 데 이 넓은 밭을 다 맬 수도 없고 해서 오랫만에 예초기를
사용했더니 그랬습니다.
처음엔 김을 맬 요량으로 새벽마다 며칠을 가서 \'딸깍이\'(양평에 사는 유정란 씨가 팔고 있는
서서 김매는 농기구. 정농회 부회장으로 있는 김준권 선생이 오래 전에 유럽 농민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
들여와 만든 것)로 일을 했는데 도무지 능률이 오르지 않아 어쩌는 수 없이 풀이 좀 자라길 기다렸다가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게다가 날이 더워지자 청벌레가 잎사귀에 구멍을 뻥뻥 뚫어놓는 바람에 \'친환경 생물 제재\"로
만들었다는 유기인증 살충제를 사다가 쳤는데 영 효과가 별롭니다. 그래서 약에만
의지할 수 없어서 사이사이 \'난황유\'(달걀 노른자로 만든 것. 유충이나 성충이 숨을 못쉬게
하여 방제함)에 식물성 오일을 섞어 뿌리기도 했는데 이러다보니 안그래도 사과 때문에
바쁜데 여간 더 시간을 잡아먹는 게 아닙니다.
요즘 밤마다 서울 시청 앞 광장이 난리라던데 참 한심한 이 나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대통령 하나 잘 못 뽑은 죄가 이리도 큽니다. 무지한 농민이 뭘 알겠습니까마는 어린
학생들까지 거리로 내모는 이 나라 상황이 참 보통 일은 아닙니다.
인터넷에 들어가보니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웠고 이명박은 초중고와 싸운다\',
\'노무현은 조중동이 씹어도 잘했고, 이명박은 조중동이 빨아줘도 못한다\' 이런 우스개 소리가
떠다니더군요.
올 여름 지나봐야 전반적인 농산물 가격이 어떨런지 알겠지만 지금 농촌 사정 무지 안좋습니다.
오이는 워낙 가격이 폭락하여 농협에서 산지 폐기하는 형편입니다. 예년 같으면 이맘 때 오이 가격이 괜찮은 편이었는데 올해는 초장부터 이러니 농민들 참 큰 일 났습니다. 면세유 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농약, 비료 등 올해는 농사 시작도 하기전에 모든 자재 가격이 다락같이 올라 안그래도 어두운 농심에 그늘이 잔뜩 끼어 있습니다.
사과 사진은 내일 올리겠습니다. 6월부터는 그래도 좀 여유를 찾으려고 하는데 과연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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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님의 귀농의 첫 정착지였던 조씨네는 땅을 팔고 떴습니다. 6000평 평당 20만원씩에... 로또 맞고 제길로 갔나봅니다. )
아무런 생각도 없습니다. 그저 세월이 흐르는대로 쫒아갈 뿐... 사기꾼 조씨의 얘기는 얼마전에 동창 사는 이에게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소설이 어디있나 했더니 거기 있더군요.... 건강하세요.
시간내 찾아됬겠읍니다. 항상 바쁘시죠? 부로콜리 농사 잘되셨나봐요? 사과도 잘되고있겠죠 수고하세요. 완규친구에요
언제이런 산뜻한 집을 가꾸어 두셨습니까...하여간 바쁘실텐데 여간아니십니다..
이틀뒤면 경기 가평에서 만나뵐수 있겠군요...
사실 저두 지금 홈피 공사할려고 재료를 준비중이거든요 ㅋㅋ
조언도 마니 부탁드리구여.... 경북 상주 사과마루였습니다..
사과마루 신명준 형, 홈피 만들려면 제작 및 관리 회사 제가 소개해드릴께요. 가평에서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