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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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농사 이야기(2)

  • 길벗
  • 2008-05-10 23: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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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라고 있는 브로콜리. 모두 1만 6천 주를 심었습니다


작년에 심은 사과 묘목도 잘 컸습니다. 며칠 전 걷어낸 차광망도 보입니다

브로콜리가 많이 자랐습니다. 첫 농사라 모르는 것이 많아 육묘를 해준 육묘장 사장이
두 번이나 밭에 다녀갔습니다. 이만하면 그이로서도 꽤나 신경을 써주는 편입니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처럼 모르면 당하게 마련입니다. 하긴 알아도 당하고
눈 뜨고도 당하는 세상입니다만.

작년에 심은 사과 묘목 300주도 서너 주 죽고 모두 잘 살아 뿌리를 제대로
내린 것 같습니다. 묘목은 첫해 하부에 풀 관리를 잘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저는 작년에 묘목을 심자마자 차광망을 덮어주었습니다.

비가 오면 스미도록 망사처럼 되어 있는 것이라 생육기 중에 두어번 차광망을
들었다놓았다 해야 풀이 구멍 사이로 올라오지 못하는데 그만 그 작업을 놓쳤더니
비집고 올라와 이번 봄에 차광망을 다 걷어 냈습니다.
그래도 차광망 덕분에 묘목이 뿌리를 잘 내린 것 같습니다.

엊그제는 바쁜 사과 적화 중임에도 불구하고 안사람과 사과 묘목 밭에 가서
석회 유황합제를 나무 아래에 뿌려주고 왔습니다. 살충과 살균 효과를 보자고
하는 것인데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차광망 걷어낸 김에 마침 이른 봄에
집 앞 사과 밭에 치고 남은 것을 가지고 뿌려준 것입니다.

올해는 묘목 하부에 위드스톱이라는 과수 전용 부직포를 덮어줄 계획입니다.
이것은 물은 스며도 풀은 올라오지 못하도록 제조된 것입니다. 다음 주 중에
깔아주어야 할 듯 싶고, 그런데 묘목 주간을 구부려 주어야 하는 작업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는 가지를 받고자 함인데 주간을 남쪽으로 90도 휘어주었다가 가지 등에 신초가
다수 발생하면 다시 세워주는 것입니다. 일일이 하나하나 작업을 해야 하는데
바로 5월 중에 지금 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꽃 따는 작업을 마칠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이렇게 일이 자꾸 밀립니다.

아버님은 며칠 전부터 식사 자리에서 계속 성화를 하십니다. 옥수수며 수박, 참외,
피망, 가지 등 집에서 먹을 것 몇 주씩 심을 밭을 안갈아준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그간 와야리 브로콜리 밭 옆 창고에 세워져 있던 트랙터를 오늘 오후에 가서
끌고 왔습니다.

마침 꽃 따주는 작업에 손을 보태러 오신 교회 손정기 집사님이 트랙터 있는 곳까지
차를 몰아주셔서 끌고 올 수 있었는데 10km 거리의 집에 오는데 무려 50분이 걸렸습니다.
아마 시속 15km 정도로 왔나 봅니다.

올해 물 건너 이 선생님네 밭을 빌렸는데 이곳에 전에 말씀드린대로 고추를 심을 계획입니다.
밭에 비닐 걷어내고, 로터리 치고, 고랑내고 다시 비닐 씌우는 작업이 아마 다음 주에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다다음 주 초에 좀 늦게 심는 셈이긴 하지만 고추가루 전용
고추묘를 정식하게 될 것입니다. 고추묘는 이를 전문으로 키우는 전부터 잘 아는
서석 교회 교인 분에게 주문을 해놓았기 때문에 가지고 오면 됩니다.

정말이지 5월은 모든 일이 한꺼번에 닥쳐옵니다. 너나 없이 모두 같은 형편이기 때문에
일손은 구하기 어렵고 그저 힘 닿는 껏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풀무학교에 다니는 둘째 민이가 휴가를 맞아 집에 왔습니다. 이제 고3이라 진지하게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본인의 의사에 따라 농대에 진학을 하는
것으로 했고 여의치 않으면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졸업 후 바로 집으로 와서 저와 함께
농사를 짓기로 하였습니다. 만약 민이가 내년에 집으로 곧바로 온다면 장정이 하나
손을 보태니 올해보다는 농사일이 훨씬 수월하겠지요.

과연 어떻게 일이 이루어져 나갈런지는 하나님 만이 알고 계시겠지요.
애들 대학 진학 문제에 관한 저의 나이브한 생각과 계획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좀 써보기로 하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씁니다. 이곳에 오시는 길벗님들,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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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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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산지기 2008-05-11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군요.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좁은길을 가겠다니...좁은길에 동행하시는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하시리라 생각됩니다.
  • 김진웅 2008-05-13
    예전 춘천 어느 마을에 부모님 말 잘듣는 아들이 있었더라. 아버지가 학교 가지 말고 농사짓고 살자고 하니 그러마 해서 동네에서는 효자라 칭찬이 자자 했는데, 그 아들 마흔이 넘어 술만 먹으면 아버지를 패며 하는 말 \' 내가 뭘 안다고 학교가지 말라 그랬어\' 하며 운다네. 설마, 민이야.. ㅎㅎ 여긴 고추심은 지가 근 한달이 돼가는데 거긴 ..역시 강원도야.
  • 정승관 2008-05-13
    늘 진지하게 생각하며 자신의 일을 꼼꼼이 하는 민군입니다. 그가 말하고 계획하는 일이라면 믿어도 좋을 것입니다. 다만 저도 기회가 되면 민 군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이 곳에 들어 오면 힘들면 \'힘들다\'.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있다\'. 또 이루었으면 \'이루었다\'.고 말씀하시니 들어와 보면 속이 후련합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길벗 2008-05-13
    동산지기 목사님, 진웅 형님 그리고 풀무학교 정승관 교장 선생님 소식 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곳에 내려온 지 8년차에 접어든 요즘에 와서야 처음으로 농부들의 기다리는 마음이 혹 이런 것이 아닐까 짐작하게끔 되었습니다. 아직도 멀고도 먼 길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구요.그저 잘 버텨나가기만을 소망해봅니다. 그러다보면조금씩 이루어지지 않겠나 기대해봅니다.
  • 김미영 2008-05-22
    가끔씩 들어와 바쁘게 지내시는 모습을 뵈면, 못하는 일이라도 좀 거들어드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곤 합니다. 일이 안되면 노래라도..^^
    이번 어버이날에 민이를 봤는데, 예전의 앳된 모습은 다 어디로 가버리고 듬직한 청년이 되어있더라구요. 민이 아버님과 점점 더 비슷해져가는 모습이었어요. 풀무에서 가장 힘이 세기로 소문이 자자하던데, 함께 농사를 짓게 되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재영이 동생 재권이가 풀무에 입학한 건 아시죠? 재권이를 풀무에 들여보내놓고 저희 부부는 모든 시름을 다 잊은 듯합니다. 풀무에 아주 잘 적응하고 있거든요. 벌써부터 창업하면 서운해서 어떡하냐는 얘기를 할 정도랍니다. 학교에서 맡은 일도 열심히 하고, \'일도(일하는 도깨비)\'라는, 그야말로 모여서 일을 하는 동아리에도 가입해서 일을 배우고 있다고 하네요. 저희는 재권이가 농사나 농업관련일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농사가 얼마나 힘든지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는 철없는 부모라고 흉보실 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아쩼든 그런 의미에서 민이의 진로 문제는 저희에게도 관심있게 다가오는군요. 그리고 아이들 대학 진학 문제에 대한 민이 아버님의 생각이 어서 듣고 싶고 싶습니다. 바쁘신 분에게 이 또한 철없는 소리겠지요?
  • 성성적적 2008-05-27
    시절은 어느새 초여름! 홍천에서 기쁜 소식이 들리는것 같습니다.
    진입로도 훤하고,사과꽃도 몽글몽글 핀걸보니 올해는 안심이네요?!
    브로콜리도 아주 탐스럽게 자라고...
    작년의 아픔이 죄다 벌충 될 것이라 믿슙니다!!
  • 길벗 2008-06-01
    재영 어머님, 성성적적 님 답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재권이가 풀무에 적응을 아주 잘 하고 있다니 천만다행이고 또 축하드립니다. 더구나
    \'일도\'에도 가입하고 농사꾼을 지향한다니 더더욱 반갑습니다. 앞으로 민이와 어울려
    이 나라 농사의 한 부분을 책임져나가는 훌륭한 농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애들 진학 관련한 얘기는 다음에 한번 올려보겠습니다만, 뭐 별 거 없습니다. 그저 이 나라
    사정과 대학을 형편없이 아래로 내려다보면(남들이 올려다 볼 때) 됩니다.....
    성성적적 님, 함께 걱정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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