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봄 봄

  • 길벗
  • 2008-04-06 23: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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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밭을 난생 처음 트랙터로 직접 로터리를 쳤는데 엉망으로 쳐서 세 번을 다시 했다. 멀리 이번에 구입한 중고 트랙터가 보인다. LG농기계 36마력. 로더와 로터리가 달렸다


의성 김재욱 형에게서 사온 신품종 묘목을 일단 사과밭 사이에 가식을 했다. 관리기로 묘목 심을 골을 파고 있는 모습

제목을 사뭇 가볍게 지어 보았지만 기실은 봄이 오는 것을 듣는 귀를
아직 가지지 못했다.  산에 생강나무 꽃이 노랗게 물든 것을 보면서 또다시 봄이
시작되는구나 할 뿐이다.

평생 살아봐야 사계절 밖에는 겪지 못하는 우리 삶에서 봄은 늘 시작한다고 한다.
하긴 겨울도 시작한다고 하고, 가을도 그렇게 말하기는 하지만 같은 말이라도
봄이 온다, 봄이 시작된다는 말은 다른 계절과는 분명 다른 무엇이 하나 더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과밭에는 쑥이 지천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다. 냉이도 천지다. 소 거름을 몇 해
충실해 했더니 냉이가 어떻게나 많이 번지는지 마치 잔디처럼 냉이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벌들은 어디서 물어오는지 벌써 뒷다리에 꽃가루를 잔뜩 묻혀서 연신 집을 드나든다.
꽃가루는 애벌레 먹이라고 하니 이제 곧 본격적인 산란철이 시작되려나 보다.
그동안 이 글쓰기 란에서 하도 써먹어서 이젠 더 새로울 것도 없는 소식, 즉
봄이면 알림장을 쓰는 송아지 탄생 소식을 전하자면 어제부로 세번째 송아지가
나왔다.

두 마리는 수놈, 어제 나온 놈은 암송아지이다. 그러고보니 우리집 충견 진도개 발리도
며칠 전 새끼를 낳았다. 네 마리. 사과 꽃눈은 홍로가 이제 아주 조금 벌어지려고 폼을 재고 있다.
부사는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난 주부터 무지 바빴다. 다 브로콜리 농사 준비 작업 때문이다. 처음하는 농사이다보니
허둥지둥 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에 큰 맘 먹고 트랙터를 장만한 터이다.
원래 기계치인 나에게는 사실 두려운 존재지만 그러나 농사를 본격적으로 하려니
없어서는 안될 기계였다.

며칠을 브로콜리 심을 밭에서 트랙터를 치고 또 비니루를 씌웠다. 그러나 실패였다.
처음부터 다시 로터리를 쳐야 했고, 또 배토기도 살 수 밖에 없었는데(이 기계는 골을
내주는 부속품이다. 트랙터에 달아서 쓴다) 트랙터가 620만 원, 배토기가 90만 원이었다.

작년에 사과 농사 실농하고 빚을 진 마당에 어디서 자금이 왔을까. 이 돈은 모두 옛날
직장 동료였던 백 모 형이 보내준 것이다. 내 귀농이 꼭 성공하길 바라면서 그저 아무
조건없이 무이자로 보내준 것이다. 올해 브로콜리와 배추 농사를 잘 지으면
이 농기계 장만한 값을 치르려고 한다. 농사도 투자를 제대로 해야 수확도 제대로 한다.
옛날처럼 호미 한 자루 들고 덤벼서 될 일은 아닌 것이다.

브로콜리는 원래 내일(월) 심기로 작정했었으나 비가 오는 고로 미뤄서 오는 금요일(11일)에 심기로 했다.
올 봄은 비가 자주 내려서 한편 좋기도 하지만 한편 일을 맞추기가 힘들다.
와야리 사과밭에 유공관 작업이 아직 마무리를 기다리고 있고, 또 올해 심어야 할 사과
묘목 100주가 가식된 채 손봐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묘목 말고 의성 김재욱 형에게서
사온 신품종 묘목 100주는 심을 곳을 아직 정리하지 못해 기존 사과밭 사이에서 일년간
더 키울 작정으로 어제 심었다.

며칠 전에는 군에서 올해 신규 후계농업인으로 선정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이것은 정책 자금을 쓸 수 있는 자격을 받은 것인데 연리 3%로 5년 거치, 10년 상환을
하는 조건이다. 그러나 자금을 무조건 주는 것은 아니고 농사에 필요한 시설을
하는 경우에 그 시설 자금으로 정부가 주는 것이다.

이 자금 받아서 사과 저장고와 창고를 지으려고 한다. 결국은 빚이다.
농촌에 와서 자꾸 빚을 진다. 필요해서 지고, 또 어쩔 수 없이 진다.
농사가 잘 되어서 계획한대로 순차적으로 잘 갚아 나가면 득이 되겠지만
만약 일이 잘 못되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요즘 몸도 바쁘지만 정신도 살짝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어질어질 하다.

지난 주 목요일에는 농진청 산하 사과시험장(경북 군위에 있다)에서 교육이 있어
안사람과 다녀왔다. 거리가 머니 아침 6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했다. 오후 늦게
돌아오다가 횡성에 들러 개나리 20주를 샀다. 요며칠 정신없이 바빠 아직 심지도
못한채 있다.

사료값이 6개월 사이에 50%가 올랐다. 소 값은 거기에 반비례해서 절반까지는 아니어도
1/3 정도 내렸다. 소를 키워봐야 남는 게 별로 없다. 이미 양돈 농가들은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농사 지면서 소 몇 마리 없을 수는 없다. 거름도 받아야 하고
또 값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아직 폭락장은 아니니 목돈이 필요할 때는 그나마 거기서
돈이 나온다.

이번 주 목요일은 경북 상주에 간다. 김칠성 선생께서 친환경 사과 자재 만드는 법과
올해 농사 유의점 등에 대해서 하는 교육이 있기 때문이다. 상주도 생각보다 멀다.
하루가 꼬박 걸린다. 그래도 상주 가는 길은 기분이 좋다. 오래된 옛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우리 홍천 사과연구모임 회원들과 또 모임이 예약되어 있다. 주로 올해 방제에
대해 여러 얘기가 오갈 것 같다.

봄에는 정말 바쁘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으로 바쁜 시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5월 사과꽃 따는 시기가 제일 바쁜 날이 될 것이다.
몸은 하나이고 마음도 하나인데 시간은 여러 개 인것 같다.

글이 뒤죽박죽이다. 순서도 없고 내용도 왔다갔다 한다.
다 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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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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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완규 2008-04-07
    봄 덕 많 이 보 세 요 ~~ 그리고 냉이!!! 봄에 잔뜩 따서 고추장에 버무려 저장해 놓았다가 가을 입맛 잃을 때 꺼내 먹으면 일품인데^^
  • 동산지기 2008-04-07
    지난주에 철쭉 100주, 산수유, 자귀, 매실, 대추, 자두, 목련, 라일락, 왕벚나무, 개복숭아 등등 도합 150여주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순전히 꽃과 나무를 보기 위함이지요. 이번 주에도 잔디와 나무를 좀 더 심을 계획입니다. 봄을 확실히 알려 주는 전령사들이기에. 앞으로 세계적으로 식량의 위기가 닥쳐올 조짐을 벌써 보이고 있는데 농부만 살아 남는 공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바쁜 우리 길벗님 화이팅입니다.^^
  • 길벗 2008-04-07
    완규 형, 동산지기 님 또 봄이 왔습니다.
    동산지기 님은 나무를 많이 심으셨네요. 시골에 살면 이렇게 나무와 꽃을 심고
    가꾸는 일이 크게 기쁜 일 가운데 하나지요.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세요.
  • 홍동식 2008-04-10
    길사장님 안녕하세요..
    무척 바쁘신날들을 보내고 계시는군요.
    처음 하시는 일인데 너무 많이 벌리시는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물론 워낙 열심이시라 잘 해내실것이라 믿지만 하나하나 차근차근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바쁜마음에 한꺼번에 많은것을 욕심 내봤더니만 지나고 나니 시행착오만 가득 하더이다....
    건강하시고 일들 잘 마무리 지으시길 바랍니다.
  • 길벗 2008-04-11
    홍 농부님, 좋은 충고 마음에 담겠습니다. 드디어 오늘(금) 브로콜리 정식하는 날입니다.
    일단 밭농사는 올해는 2천 평 브로콜리하고 5백평 고추밭만 할 생각입니다.
    사과 농사랑 병행이 잘 되어야 할텐데, 역시 실제 해보니 몸이 보통 고된게 아닙니다.
    홍 농부님네도 올해 풍년 농사 이루시길 바랍니다. 또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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