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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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사과연구모임\' 발족...

  • 길벗
  • 2008-03-09 18: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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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홍천에서도 사과 재배 농민들이 모여 연구모임을 결성하였다.
내가 사과 나무를 심은지 7년째 되는 해의 일이다.
그간 규모는 작아도 홍천 이곳저곳에서 각자 조금씩 사과 나무를 심은 농민들이
이제 열 농가 정도 되어 홍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결성을 주선한 것이다.

그러고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7년 전 내가 사과 나무를 심겠다고
했을 때 당시 홍천 농업기술센터의 과수 담당 계장(작고)은 홍천에서 사과가 되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제 기술센터 직원이 먼저 주선을 하여
작으나마 연구모임을 만들게 도와주었으니 말이다.

나는 지난 1월 이 모임과 관련 농민들끼리 첫 상견례를 가졌을 때 무척 반겼다.
나 이외에는 다들 겸업농이고 규모는 작지만 그래도 사과 나무를 작게는 100주에서
많게는 수백 주까지 심은 분들을 보니 같은 농사를 짓고 같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그중에는 나보다 약간 더 많이 심은 분도 계셔서 놀랐다. 원래 인삼 농사를 크게
하시는 분인데 인삼 거두고 남은 땅 3천 평에 지난 해 봄에 무려 1300주나 사과나무를
심었다는 것이다.

이와같이 이제 과수 농사의 변방, 오지, 극지인 강원도 홍천에서도 농민들의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단체를 결성했다고 해서 그저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 단체의 회장이라는 책임을 맡은 나로서는 앞으로 회원들과
헤쳐나가야 할 일이 태산 같은 것이다.

지난 목요일, 모임의 총무를 맡은 박민서 씨와 기술센터 박광원 씨와 함께 회원들
과원을 둘러보았다. 홍천은 땅이 넓어 하루에 다 보기는 무리여서 홍천읍을 중심으로
서부 지역(남면, 서면, 북방면)에 거주하시는 분들 과원에만 가보았다.

여러가지로 문제가 너무 많았다. 마치 7년 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쓰렸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어차피 나무는 심겨져 있고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해나가는 수밖에.
위에서 말한 인삼농사 하시는 분은 경제적 여유가 풍족한 분이라 시설도 좋고,
묘도 특묘를 재식한 것까지는 좋은 데 작년 봄에 심어놓고는 이후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그래도 제초작업은 사람을 써가며 열심히 한 덕에 나무 자람새는 좋았다) 수형이 어그러지고 있었다.

아무튼 나도 아직 어리버리 사과 농사꾼이지만 회원들 과원은 그야말로 지식 무풍지대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할 지 모를 지경으로 모두들 사과 재배 농사
기술이 전무했다.

종일 둘러보고나서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토요일(어제)에 교육시간을 잡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농업기술센터 소회의실에서 아주 기본적인 사과 재배
과정과 수형에 대해 내가 직접 교육 아닌 교육을 했다. 내 생각에 초등학생이 유치원생
앉혀 놓고 가르쳤다고 보면 딱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지난 만 6년의 경험이 있었다. 나 역시 아무 것도 모르는 왕초보 시절에서
부터 시작하여 아직도 부족한 것이 너무 많지만 그래도 이리저리 보고 듣고 공부한
것이 있으니 당장은 우리 회원들과 나눌만한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누군가 회원 가운데 한 분이 그랬다. 그래도 먼저 한 분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맞다.
그분들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은 기실 내가 이미 다 겪어나온 일들인 것이다.
나의 해결책과 지식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반면교사는 될 것이다. 그래서 나와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도록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나의 알량한 지식과 경험을 나는 하나도 아낌없이 이 회원분들과 나누려고 한다.
나의 실패와 나의 무지를 포함하여 앞으로 홍천 사과의 앞날까지도 이 분들과
함께 했으면 한다. 농사도 혼자는 외롭다. 또 너무 힘들다.

길게 보려고 노력 중이다. 홍천사과가 언제쯤 시장에서 인정을 받을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차피 하늘나라 가는 날까지 해야 하는 사과 농사라면 이제 이렇게 함께 하는
사과농사꾼들과 어깨를 같이 하여 조금이라도 서로에게 보탬이 되는 생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사과 전지 작업은 거의 끝나가고 있다. 지난 주도 이틀은 서울에, 이틀은 기술센터에서
보냈더니 내 시간이 많지 않았다. 다음 주에는 당장 브로콜리 심을 밭에 거름도 내야 하고
또 사과밭에도 규산질 비료를 쳐야 하니 벌써부터 몸이 바쁘다.  

교회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이 되지 않았는데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면 이곳에
그 과정을 올려보고 싶다. 우연찮게 이런 사건을 겪으면서 목사들의 세계와 노회라는
조직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내 자신을 더욱 적나라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도 되었다. 우리 뜻대로 말고 그 분 뜻대로 이루어지기만을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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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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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완규 2008-03-09
    입춘 경칩도 지나가고 다음다음주는 춘분 그리고 아멘들에겐 부활절...수고 많아요 함 가보고 싶은 마음인데 나도 나대로 넘 바빠서 이곳 홈피에 들어오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는 셈입니다 하 하
  • 길벗 2008-03-10
    형, 정말 오랫만(?)입니다. 오늘 서울에 왔습니다. 은기는 아주 잘 생활하고 있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합니다. 가까운 시일에 한번 뭉칩시다.
  • 김진웅 2008-03-14
    몸 축나것다. ㅎㅎ. 전문농사꾼이 되어가는 모냥...축하. 여러 후발자들과 좋은 관계 유지하시길. 난 여전히 어중고.
  • 길벗 2008-03-15
    진웅 형님, 간만에 오셨습니다. 오늘은 사과연구모임 회원님 중 작년에 묘목 300주 심은 분 집에 전지해주러 갔었습니다. 물론 점심 한 그룻 얻어 먹는 것으로 일당은 때웠습니다만, 어쨌든 제가 다 겪은 일이라서 마음이 참 아프더군요. 이 분도 귀농한 분이라 농사 초보에 사과 초짜여서 가서 보니 배가 산으로 가고 있더군요..... 형님 말씀대로 좋은 관계 유지하고 우리 홍천 사과를 위해 열심히 뛰어볼 작정입니다. 봄입니다. 건강하시고 올해 풍년 농사 이루시길...
  • 우리아빠 2009-04-29
    전 아직 젊은데 요즘들어 마음에 와닿는 글을 보면 울컷합니다.
    \'하늘나라 가는 날까지 해야 하는 사과 농사라면...\'

    길선생님 평강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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