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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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농작업

  • 길벗
  • 2008-02-09 23: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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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찟기고 바람에 날린 비닐들을 먼저 걷어 냈습니다


우사 지붕이 높아 무섭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고 없이 잘 마무리했습니다

어찌된 노릇인지 날씨가 계속 추워 2월 들어서는 매일 밤 영하 10도 이상 떨어지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3한 4온이라는 전통이 깨진듯한 느낌이고, 그러나 춥지 않은 겨울은 별로 반갑지 않아 추운 날씨는 나쁘지 않으나 그간 우사 비닐 지붕 찢어진 것을 오래 방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은 지난 가을 새 비닐로 갈아주었어야 했는데 이번 겨울까지는 견디겠지 짐작한 것이 혼자만의 착각이었습니다. 방학이라 두 아들이 집에 와 있는 고로 날만 풀리면 한다고 한 것이 결국 설 연휴까지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 우사는 비닐 하우스로 높이 지어 3-4년 마다 한번씩 비닐을 갈아주어야 하는데
게으른 주인을 만난 탓에 우공들이 이 겨울, 지붕도 없이 눈과 비를 맞으며 1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래도 좀 위로가 되었던 것은 평생 대가축 수의사를 하신 장인 어른이 \'소는 더위에 약하지, 추위에는 강하니까 견딜만 할 것\'이란 말씀 덕분이었습니다.

설 연휴 시작되던 날, 기온이 좀 풀린 듯 하여 두 아들과 함께 비닐을 걷고 씌웠습니다.
다행히 아들 둘 다 \'풀무 농업고등기술학교\'에 다닌 탓에 이런 비닐 하우스 작업은 아주 능숙하였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척척 손발을 맞춰서 그 큰 우사에 생각보다 쉽게 비닐을 씌웠습니다.

저도 오랫만에 비닐 하우스 파이프 꼭대기까지 올라가 비닐을 걷어내고 또 씌우고 하였습니다. 약간의 고소 공포증이 있는 저로서는 좀 두려운 일이기도 했으나 그러나 일이 닥치는데 안할 수 없는 것이 남자들의 운명인지라 기꺼이 올라갔습니다. 아직 제가 아들에게 이 일을 맡기기엔 너무 젊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사실 5년 전에 이 우사도 아버님과 완규 형과 저 이렇게 셋이서 지었던 것입니다. 물론 용접쟁이가 와서 하우스 끝부분을 용접해 준 것과 이웃 동네에 사는 지혜 아빠가 자원 봉사로 와서 우사 문틀과 먹이 내미는 틀을 용접해준 것을 빼면 온전히 우리 힘으로(돈 주고 프로 기사 쓰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지었습니다.

이렇듯 시골에 오면 생전 안해본 일도 어쩌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첫째는 일일히 사람을 불러 문제를 해결하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겠습니다(돈 문제). 둘째, 제가 필요로 하는 시간에 일이 되라는 법이 없습니다. 대개 농촌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일시에 몰리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기술자들 스케줄에 소비자(농민)이 맞춰야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셋째, 스스로 해서 기술과 능력을 축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언제까지고 남의 손으로만 시골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번 겨울 들어 용접기를 하나 새것으로 장만했습니다. 마침 단골로 가는 홍천 읍내 카센터 젊은 사장이 가르쳐준다고 해서 구입한 것인데 그간 제가 농한기임에도 좀 바빴고, 이제부터 좀 배워볼 생각입니다. 그러고보니 농촌 생활에 가장 필요한 기술이 바로 용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다음은 전기구요.

겨우 달랑 한 칸 짜리 우사 비닐 하나 씌운 것을 놓고 얘기가 좀 길어졌습니다.
이제 이런 일은 사실 일에 속하지도 않는 셈이지요. 요즘 시골에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일손입니다. 점차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농촌 인력의 노령화, 여성화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길게 잡아 앞으로 10년이면 과연 밭농사가 제대로 되겠는가 심각한 우려를 아니할 수없습니다. 나중에 따로 한번 짚어보야야 할 듯 싶습니다.

이제 설 명절도 잘 쉬었고, 앞으로는 사과나무 전지, 전정을 해야 합니다. 지난 가을에 대부분 미리 전정을 해놓아서 크게 할 일은 없습니다. 그래도 좀 잔 손질을 해야 할 듯 싶고, 사과밭에 석회와 고토(마그네슘) 비료를 주는 일도 이제사 해야 할 듯 싶습니다.

매년 똑같은 일이 반복, 또 반복 되는 것이 농사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작년 가을을 지나면서 많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별 것은 아니고 사과나무에 대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번 겨울 들어 그간 뿌옇던 것들이 좀더 확연히 눈에 들어오고 책을 보아도 이제는 이해도가 80% 이상은 됩니다. 그동안은 책을 무지 보긴 해도 절반도 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모르는 것이 참 많습니다. 그러면 답답하기 이를데 없는데 주위에 바로 물어볼 사람도 없고, 그래서 더욱 마음이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세월이 약이라더니(이건 원래 잊어버린다는 의미로 쓰이는 듯 한데) 역시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도 많습니다. 농사는 과연 지식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시간과 육체가 함께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간 새해 들어 교회 문제로 마음이 몸이 많이 바쁘고 또 아팠습니다. 아직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으나 그래도 교인들이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서로 마음을 합해 다 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노회의 결정을 기다릴 뿐입니다. 말로만 듣던 교회 문제를 저도 겪어보니까 참 이 시대가 선하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타락한 목사들이 저 멀리 매스컴에서만 보이는 게 아니고 바로 우리들 주변에 이렇게 서식을 .....

다음 주에는 \'석회보르도액 농법\' 새해 교육이 충북 단양에서 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올 생각입니다. 가는 길에 하루 더 시간을 내어 안동에 있는 사과 농사 지인들도 만나고 그분들 과원도 둘러보고 또 농사 얘기며, 사는 얘기도 많이 하고 돌아올 생각입니다.

이곳에 오시는 길벗님들, 그동안 제가 생활 글쓰기에 게을러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부지런히 써보기로 또 약속(빈 약속이 될지라도)을 제 자신에게 해봅니다.

새해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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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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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산지기 2008-02-10
    설이 지나기가 무섭게 일철이 돌아왔군요. 남의 손은 눈치 보여 빌리기가 신경 쓰이기도 하고 어려운데 든든한 장정 둘씩이나 거느린 행복한 농부인듯 싶습니다. 요즘에 아들이라고 막 부려먹을 수 있는세상이 아니지 않습니까^^ 영원토록 행복한 가정으로 살아가시기를 기도합니다.
  • 김진화 2008-02-10
    길종각님!설 잘 보내셨는지요?올 해엔 여느 겨울보다는 그래도 추워서 겨울 느낌이 드는군요.좀 있으면 따뜻한 봄기운이 느껴지겠지요.홍천도 워낙 추운 지역이라 겨울 날씨가 만만치 않겠지요.요즘 사사동은 농진청폐지 문제로 좀 썰렁하네요.저희 큰 누나가 수원 농진청에 계신데 이번 설에 만나 보니 직원들 마음이 편치 않은것 같더군요.우리나라 농업 발전이라는 본질을 떠나 거기에 소속된 사람들은 자리보전이라는 1차적인 문제에 부딪치게 되는것 같더군요.한우도 많이 사육하시나 봅니다.요즘 동호회에선 삼마님과 유선으로만 안부를 묻곤 합니다.삼마님 사모님께서 홍천 분이라 가끔 가신다고 하시더군요.작년엔 해거리로 성과가 좀 부족하셨던걸로 아는데 금년엔 작년 몫까지 좋은 결실 맺으시길 기원드립니다.새해에도 댁내 두루 평안하시길...김진화드림.
  • 길벗 2008-02-11
    동산지기 님, 진화 님, 반갑습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번성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되자마자 사사동은 농진청 폐지 건으로 모든 분들이 바빴지요. 저는 그저 구경만 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농진청과 시군 농업기술센터가 농업과 농민을 위해 있는 건지, 옛날부터 있어온 기관이라 그저 공무원들 월급 주려고 있는 건지는 이번 기회에 좀 따져봐야 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원래 2MB 씨는 시장 개방론자이고 대기업 우선주의 경제 정책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사람인데 이런 사람을 농민이 자기 손으로 찍어놓고는 농업을 개방하지 말라거나 구조조정 하지 말라거나 반대하니까 \'떼쓴다\'는 소리만 듣게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농민들이 농진청 폐지 반대하기에 앞서 그 양반에게 표를 찍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모든 이익집단들은 자기 이익을 실현해줄 대표를 밀어주는 것이 민주주의 투표 원리에서 중요한 것인데 우리나라 농민들은 자기네 이익을 실현시켜주기는 커녕 있는 것도 빼앗아 갈 그런 사람에게 버젓이 표를 던지고서는 나중에 딴소리 하는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애고, 정초부터 정치 얘기하면 속 쓰린데.... 진화 님, 시간 되실 때 강원도에 한번 놀러오시길 바랍니다.
  • 김미영 2008-02-11
    민이 아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첫번째 사진에 민이 모습이 보이네요.
    두 아드님과 손발 맞춰 일하시는 맛이 제법 쏠쏠하시겠네요.
    우리 재영이는 민이네 사과말랭이 왕팬이랍니다. 중독성이 있다나 어쨌다나...^^
    제가 먹어도 정말 달콤새콤 맛있더라구요.
    명절도 지나고 했으니 민이 엄마랑도 한번 만나야겠네요. 안부 전해주세요.
  • 황금성 2008-02-12
    아, 그 높은 지붕에 살포시 앉아계신 날쌘돌이 길종각 님, 멋지십니다. 몸집에 비해 가벼우신가, 그 철근이 버티네요. 눈망울이 유난히 맑았던 소님들이 이제 호화 궁궐에서 느긋하게 봄을 맞이 하겠네요.
  • 길벗 2008-02-12
    해뜨리 아버님, 설 잘 쇠셨는지요? 민이는 오늘 풀무학교로 떠났습니다. 내일이 종업식이고 모레가 창업식인 것 같습니다. 주고 가신 책 가운데 선생님이 쓰신 글은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어찌나 재미있던지요. 물론 코 끝이 찡해오는 내용도 많았는데 무조건 웃겨야 재미있다는 요즘 아이들의 통념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글이었습니다. 나중에 선생님 글을 모아 단행본으로 내야한다는 사명(?)까지 슬며시 생기더군요. 제가 과수원해서 돈 좀 만지면 출판사 다시 일으켜 일번으로 내겠습니다...
    재영이 어머님, 민이 엄마가 전화 한다고 하고서는 아직 못했나 봅니다. 재영이는 잘 있죠? 사과 말랭이는 그간 추워서 작업을 전혀 못하고 있다가 설 연휴 때 다시 조금 만들었습니다. 저희 집으로 어머님들이 한번 온다고 하시고서는 결국 방학이 다 가고 있네요.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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