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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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집에서 직접 해먹는 두부...

  • 길벗
  • 2007-12-08 16: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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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는 불을 때고 며느리는 콩물이 눌어붙지 않게 저어줍니다


눈 내린 겨울 사과밭, 조금은 을씨년스럽기도 하고... 그러나 두부는 이런 날 해먹어야 제 맛입니다

겨울입니다.
겨울이면 집에서 두부를 직접 만들어 먹습니다.
이곳에 온 이래 아랫집 환수 형 내외에게 많은 것을 배웠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두부를 직접 만들어 먹는 것입니다.

두부 만드는 법은 비교적 간단해서 누구라도 직접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콩을 하루밤 물에 담가 놓아야 합니다.
물에 불린 콩을 다음날 맷돌로 곱게 갑니다. 요즘은 전동 맷돌이 있어
손으로 돌리지 않아도 되지만 낭만은 없습니다.

아침이 되면 가마솥에 물을 부어 끓입니다.
물이 설설 끓으면 거기에 콩 간 것을 붓습니다. 그러나 콩 간 것을 가마솥 물에
붓고 함께 끓이는 집도 있습니다. 전북 부안에 사는 병주 부모님이 만드는
두부가 그렇게 만든 것인데 그럴려면 처음부터 계속 저어 주어야 합니다.

이곳 강원도 사람들은 저어 주는 게 귀찮아서 그런지
물을 먼저 끓이고 그 끓는 물에 콩 간 것을 넣습니다.
그러면 아무래도 솥에 덜 눌어 붙겠지요.

그렇게 끓이다 보면 표면에 막이 생기는데 바로 이때가 건져내야 할
때입니다. 큰 다라이를 받치고는 그 위에 두부 짜는 보자기를 놓고
바가지로 콩물을 붓습니다. 그리고는 보자기를 싸매서 눌러 짜면 콩물은 빠지고
건데기가 남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비지 입니다.

그런 다음 짜낸 콩물에 간수를 칩니다. 이때 중요한 포인트는 그 콩물의 온도가
80도 정도가 되어야 콩물에 간수가 잘 엉긴다는 것입니다. 물론 간수가 중요합니다.
간수의 질이 어떠냐에 따라 콩물(촛물이라고도 부릅니다)이 말갛게 되고 뿌옇게 되는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잘 엉기고 그렇지 않은 수도 생기게 됩니다.

오늘 우리집에서 사용한 간수는 풀무학교 정다솜 아버님이 보내주신 최상급 간수였습니다.
다솜이네는 서해에서 염전을 운영하면서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최고의
간수를 보내줄 수 있었던 것이지요.

엉긴 콩물을 그대로 먹으면 \'순두부\'가 되는 것이고, 이것을 보자기에 싸서
큰 돌로 눌러 두면 물이 빠지고 그 남은 것이 두부가 되는 것입니다.  
그 넓적한 큰 두부 덩어리를 적당한 크기로 칼을 넣어 자르면 우리가
가게에서 보는 두부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 갑자기 두부를 준비하게 된 연유는 내일(일) 교회에서 몇 분이 저희 집을
방문하겠다고 연락이 온 탓입니다. 물론 매년 겨울에 저희는 그냥 집에서 먹고자
두부를 하곤 합니다. 현이 엄마가 이젠 제법 경력이 쌓여 오늘 한 두부는 그간 해 본
두부 가운데 제일 잘 한 것 같습니다. 물론 간수가 좋아서 그런 것입니다만.

마침 연락도 없이 서울서 동생 가족이 점심 무렵에 도착해서 함께 두부와 순두부로
점심을 해먹었습니다. 두 살이 채 안된 조카도 어찌나 잘 먹는지 역시 오늘 두부가
맛있게 잘 된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 식사에는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는 같은 동네
물 건너 두 선생님께도 연락해서 비지 찌게를 해먹으려고 합니다.

그저께 새벽에 눈이 내려 온천지가 하얗습니다. 오늘 낮에 좀 녹긴 했어도 응달에는
여전합니다. 눈이 오면 저희집 마당에서 아스팔트 큰 길까지 500미터 넘는 골짜기 길을
혼자 눈을 쓸어야 합니다. 대개 8시에 시작하면 아침을 거르고 11시 넘어야 일이 끝납니다.
방학이 되면 두 아들이 손을 보태는데 그저께는 혼자 했습니다.

빗자루로 혼자 눈을 다 쓸고 나면 어깨가 뻐근합니다. 그래도 골짜기 눈을 쓸어야
차가 오갈 수 있기 때문에 어쩌는 수가 없습니다.
골짜기 올라오는 길이 언제나 포장이 될런지 알 수 없습니다. 포장이 되면 눈 쓸기도
좀 수월할 것 같습니다.

겨울입니다.
이제는 좀 휴식을 해야겠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길벗님들께 \'순두부\' 한 그룻도 못올리면서 괜히 제가
먹는 자랑 했나 봅니다. 그러나 약속 하는 것은 겨울에 저희 집에 오시는 길벗님들께는
언제라도 오늘처럼 두부를 대접하겠다는 것입니다.

많이들 놀러오셔요. 오실 때는 하루 전 날 미리 연락주시구요.
그래야 콩을 물에 담가놓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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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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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화 2007-12-08
    길종각님!용인의 김진화입니다.추운 날씨에 건강하시지요?사과사랑동호회에 들릴때 이곳에도 잠시 들리곤 합니다.저렇게 만드시면 두부맛이 아주 좋지요.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두부맛은 아무래도 맛이 덜 하지요.항시 건강하시고 좋은글 자주 많이 올려 주세요.안녕히 계세요.
  • 길벗 2007-12-08
    진화 님, 뵙지는 못했지만 늘 사과사랑동호회 방에 따뜻한 관심의 글 올려주셔서
    잘 읽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시간되시면 강원도로 유람 오십시오.
    박주산채일 망정 정다운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 동산지기 2007-12-08
    만드는 법은 같아도 손 맛은 집집마다 다르더군요^^ 두부 잘 만드는 솜씨는 모든 음식의
    솜씨를 대표한다고나 할까^^ 민이 엄마의 솜씨가 바로 그...대장금의...
  • 길벗 2007-12-09
    목사님, 가까운데 살면서도 매번 인사드리러 간다는 약속을 제가
    지키지 못하고 있군요.... 한샘이(한솔인가?) 수능 시험 잘 나왔는지요?
    모든 것이 주님 안에서 뜻대로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
  • 동산지기 2007-12-10
    길벗님께서 이모저모로 신경써 주시고 도와 주셔서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목표하는 대학에 들어갈 정도는 나온것 같습니다. 14일이 발표인데 무난할 듯 싶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이명수 2007-12-10
    종각아!
    자네가 두부를 만들줄안다니 허허 신기하기도하고 한편으론 부럽다.
    왜 냐면 내가 순두부를 참 좋아하거든 지난날 우리 엄마가 젊으셨을때 두부를 너처럼 직접
    만드셨는데 그때 맛 본 순두부가 나에게 잘 맞아서 좋아했더니 어머니 당신께서 나를 위해
    자주 두부를 만드셔서 내가 좋아하는 순두부를 주시곤 하셨는데 이제는........
    그런연유가 나에겐 있었는데 오늘 이글을 보니까 침이 꼴깍꼴깍하면서 너무먹고싶다.
    아! 부드럽고 고소하고 맛난 순두부여!
  • 유몽화 2007-12-10
    민이 엄마 얼굴이 꽁꽁 언 것처럼 보입니다.
    사랑스럽기도 하고요.
    연습실에는 아직 그때 그장미가 생생합니다.
    볼 때 마다 그 때 만났던 좋은 이웃들이 생각납니다.
    오늘도 사과를 찾는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그놈의 인기는 .....
    말린 사과는 언제쯤 이나...
    그것도 찾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한 번 뭉쳐야지요.....
  • 길벗 2007-12-11
    명수야, 너와 같이 순두부를 먹지 못해 안타깝구나. 몸 괜찮으면 저번처럼 가족들과
    한번 나들이 하렴. 지금까지는 두유기(불린 콩 가는 기계)를 아랫집에서 빌려다 썼는데
    이참에 우리도 하나 장만하려고 한다. 꼭 한번 오렴.
    유몽화 선생님, 방학은 언제 하는지요. 가까우니 편한 시간에 저희집에서 다시 한번
    뭉쳐보지요. 말린 사과는 요즘 제가 엉뚱한 일로 바빠서 사과 말리는 작업을 시작도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다음주에는 시험(?)을 해서 곧 팔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날 지하 연습실에서 먹었던 저녁 식사 정말 맛있었고, 또 그런 공간을 가진
    선생님들이 부러웠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 김미영 2007-12-11
    민이엄만 아줌마 같지가 않고, 무슨 초등학생 같네요.^^
    고소한 두부 맛이 입안 가득 고입니다.
  • 김진웅 2007-12-17
    마님 고생 그만시키고, 그냥 사 먹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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