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텃골\' 블루스

  • 길벗
  • 2007-11-25 2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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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황량한 \'텃골\' 골짜기 모습과 그 해 봄에 심은 묘목


2002년 겨울 거름 주기

엊그제로 이곳 홍천군 서석면 수하리 1251번지, 일명 ‘텃골’로 이사온 지가 꼭 만 6년이 되었습니다. 2001년 9월에 땅을 사고 집을 바로 짓기 시작하여 그 해 11월에 입주를 한 것이지요. 그때는 디지털 카메라도 없었고 마음의 여유도 없어 집 짓는 과정을 사진으로 남겨놓지 못했습니다. 아쉬운 대목이지요.

그 이후 이곳에서 살면서 겪게 된 여러 일들과 생각, 고민 등은 이곳에 간간이 올려놓았기 때문에 다시 쓰지는 않겠습니다만, 돌아보면 참 무지하고 어설픈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어지간히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귀농’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고 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적응하기가 쉽지 않고 또 농촌의 앞날도 썩 소망스럽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왕 벌려놓은 일이고 마치 달리는 자전거처럼 계속 앞만 보고 나아가야 하는 처지가 이미 된 것이므로 이제는 어설픈 변명이나 엄살은 떨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러고보니까 7년 전 이맘 때 추위 속에서 이사를 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이전 글에도 소상히 밝혀놓았습니다만, 저는 그해 봄에 이웃면인 내촌면 남의 땅으로 일단 귀농을 한 상태였고 계획대로라면 거기서 한 2-3년 소위 농사 훈련내지 적응을 하기로 작정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앞 일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6개월 만에 지금 이곳 서석면 수하리 ‘텃골’로 내 땅을 사서 이사를 오게 된 것이지요. 먼젓번 있던 그 골짜기는 ‘복골’이라 불렸습니다. 아무튼 당시 이 땅은 이미 서울 사람의 손에 투기 목적으로 두 번이나 넘어간 상태였고 그래서 농사를 짓지 않아 황무지나 다름없이 방치된 곳이었습니다.

잡초가 제 키를 넘어 자라 있었고 집 터도 없었으며 올라오는 길도 경운기 한 대 겨우 올라올 수 있을 정도로 좁고 구불한 길이었습니다. 어쨌든 다음 해인 2002년도에 이곳 사람들이 다 말리는 ‘사과’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묘목을 400주 사다가 밭에 꽂아 놓았습니다.

위에 보이는 사진이 그것입니다만, 그땐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던’ 때라서 정말이지 묘목을 꽂아만 놓은 것입니다. 그래놓고는 농사를 시작한 것이지요. 전두환만 무식한 것이 아니라 그이를 정말 혐오하는 저도 마찬가지로 ‘무식’해서 용감한 짓을 해버린 것입니다.

이제 사과 수확을 두 번 하고 올해 세 번째 했어야 하는데 그만 ‘해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고 경험 미숙으로 말미암은 처절한 실패였습니다. 올해 사과 수확이 없어서 정말 큰 충격과 타격을 받았습니다. 흔한 말처럼 정신적, 경제적으로 말이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기도 생기고 또 반성도 많이 한 해였습니다. 저 같이 어리석고 그릇이 작은 사람은 조금만 일이 잘돼도 금방 자만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제가 더 깊어지고 또 넓어지라고, 또 세상에 가여운 사람을 좀더 둘러보라고 아마도 하나님이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신다고도 감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제 친한 친구인 황 설중(철학) 박사가 예전에 대학 다닐 때 한 얘기인데 ‘세상 일을 겪어봐야 아는 사람이 있고, 이미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당연히 전자에 속하는 사람으로 다만 겪어보고도 모르는 사람만은 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러나 현명하지 못한 위인이 어디 그렇습니까? 제 굴레에 넘어지고 깨지고 또 넘어지면서 힘겹게 수레바퀴를 밀고 가는 형상이지요.

2주 전부터 사과 장사를 좀 했습니다. 앞 글에서 사과 장사로 나선 소상한 연유를 이미 밝혔습니다만, 어쨌든 장사가 잘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고 전 그저 그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춘천 우석여중에 근무하시는 유몽화 선생님을 이번에 서로 알게 된 것은 참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현이 친구 해뜨리 아버님인 황금성 선생님이 작년 추석 사과에 이어 이번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외에도 굳이 다 밝힐 필요 없는 친구, 선배, 이웃들이 저의 사과 장사에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습니다.

부족한 것이 너무 많은 사람인 제가 이 골짜기에 와서 우거를 짓고 쳐박혀 사는 데도 불구하고 큰 사랑을 받습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올해(귀농 7년차)를 넘기면서 예전과 다른 것이 하나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농사를 지어도 기실 마음 속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일도 힘들고 마음에 감당이 잘 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사과 농사도 그렇고 늘 조금씩 덧붙여 매년 돌아가며 짓는 오이, 단호박, 옥수수 등의 농사에서 저는 정말 자신이 없었고 그래서 매년 실패를 보았고 그러나 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훤해지고 그런 답답한 것이 없어지고 또 몸도 마음도 자신이 서는 것입니다. 참 이상한 일이구나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이 시원한 마음이 어디서 온 것일까, 아무리 자문해보아도 알 길은 없습니다. 그저 세월이 가져다 준 보람이겠거니 짐작만 합니다.

내년 농사에 대해 이런저런 궁리를 벌써 조금씩 합니다. 내년엔 빌려짓는 2천평 조금 못되는 밭에다가 ‘브로콜리’와 ‘단호박’을 심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찰옥수수도 조금 심어서 여름에 찰옥수수 직거래 장사도 좀 해보려고 합니다. 사과만 해도 벅찰 터이지만 그러나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으니 가능한 이런저런 농사를 경험해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또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오늘은 그저 이 조그만 골짜기, ‘텃골’로 이사온 지 7년째 되는 것을 기억하다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우리 홈페이지에 찾아오는 여러 길벗님들도 연말에 좋은 일이 많기를 소망합니다. 저도 새해 계획을 단단히 짜두려고 작정하고 있습니다.

Adios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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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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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곰선생 2007-11-26
    전에 첫 방문때 보았던 모습이네요. 사과 먹을 생각에 벌써 침이 고이네요. 선생님 덕분에 맛있는 사과 먹을 생각하니 기다려집니다.
  • 동산지기 2007-11-27
    하나님은 농부이십니다(요15:1) 당연히 거둘 것을 기대하시지요. 길벗님의 인생 농사가 풍요로운 결실을 거두기에 부족함이 없는 아름다운 삶인것 같아서 부럽습니다. 늘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 황금성 2007-11-27
    길벗사과의 역사를 들으면서 더 귀한 사과임을 알았고 한편으로 현이와 민이가 그 곳 서석 수하리에서 보낸 어린 시절도 아주 귀한 역사인 걸 알았네요. 우리가 보내는 나날이 신비하고 역동성이 있어요. 길벗님에게 드는 시원한 마음은 하늘이 주시는 마음이겠네요.
  • 이완규 2007-11-27
    침목하구 씨름하던 기억이 생생한데 6년이 넘게 흘렀군요...대개 그 무엇인가를 위해 살아가지만 살아가는 그 순간들이 나중에 생각해보면 살아가는 목적처럼 느껴지더이다
  • 길벗 2007-11-27
    글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또 하루 해가 지고 있습니다. 매양 오는 겨울이, 봄이 늘 예사롭지 않듯이
    하루도 늘 새로운 것이겠지요. 다석 선생님은 \'1일 1생\'이라고도 하셨습니다.
    그렇게 살도록 늘 노력하면서 또 하루를 마감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깨우쳐 주시는 말씀, 사랑의 말씀 많이 남겨주십시오.
  • 이명수 2007-11-28
    친구 안녕!
    그간 별고 없었지 아버님과 자네 부인께서도 건강하시고, 든든한 두 아드님들도 아무일없이
    항상 가내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의 연속이겠지.
    늘 자네의 좋은글에 흠뻑 젖어서 감상만 하다가 오늘은 그냥가기가 아쉬워 몇자 적는단다.
    누군가 이런말을 한것이 아련히 떠오른다.
    세상의 시련과 고통은 감내할 수 있을 만큼만 내게 찾아온다고 하더라.
    맞는말인지 또는 이런 비유가 적절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종각이 자네의 한발 한발은
    내일의 희망을 향해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우리모두의 바램과 맥을 같이 한다고 말하고
    싶다.
    내년이면 찰 강냉이도 맛 볼수있는 게냐?
    참 기대된다 많이 심어라 그리고 나에게 많은량을 배당해주렴.
    친구야! 두서없이 적어 보았다. 다음에 만날때까지 안녕!
  • 길벗 2007-11-29
    명수야, 병원에서 퇴원은 했니? 앞만 보고 달려온 너이기에
    몸이 그 지경이 되도록 모르고 병을 키웠나보다.
    우리가 이젠 몸 건강에 정말 신경써야 할 나이가 되었나보다.
    건강하고 사업 번창하길 빈다. 글 올려줘서 고맙구나.
    망년회 때 보자. 안녕!
  • 아들1 2007-11-29
    아 아빠 진쫘 이건 ㅡ.,ㅡ;;
    제 표정이 일하기 정말 싫어하놈 데려다가 일시켜 놓은 것 같은 표정이잖아요
    좀 좋은 사진 없었나
    와 사람들이 보고 뭐라고 생각 하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길벗 2007-11-30
    곧 있을 기말고사 잘 보길 바란다.
  • 우리아빠 2009-04-29
    표정이야 어떻든...잘생긴 얼굴은 그대로 인데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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