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4일 아침. 전날 밤에 내린 함박눈으로 골짜기가 온통 하얗게...

이번에 새로 조성한 사과밭. 현재 추석용 사과만 있어서 이곳엔 겨울용 사과(부사)를 300주 심었다
새로 개원하는 밭 1천 평에 총 3일에 걸쳐 후지 묘목 300주를 다 심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지주대를 설치하는 일입니다.
이번 주 내내 작업을 해야 겨우 마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지주 작업 끝나면 다시 철사를 연결해야 하는데 이것도 또 며칠은 꼬박
걸릴 듯 싶습니다.
그러고나면 4월 말, 꽃이 서서히 필 것이고 올해 기상이 예년과 별반 다른 것이
없다면 5월 초에 사과꽃이 만개할 것입니다.
5월은 적화(꽃따기) 하느라 한달 내내 정신이 없을 것이고
6월이 되면 새로 개원한 사과밭 유목 유인 작업도 해야 할 것입니다.
매년 되풀이 되는 일인데도 늘 새로운 듯 합니다. 그건 매년 봄이 오지만
느낌이 매해 다른 것과 비슷하다 할 것입니다. 아마 이런 설렘이 있기에
농사가 지루하지 않고 또 가을에 수확의 기대가 있기에
늘 약간의 정신적 긴장과 더불어 육체의 고단함도 잊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골짜기는 큰 길에서 한 500 미터는 들어와야 되는 곳이어서
밖에서는 우리 집과 농원이 보이지 않고 또 작은 이 골짜기에 저희 집만 있기에
제가 집을 나서지만 않으면 하루 종일 사람과 차를 볼 일이 없습니다.
차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야말로 한적한 골짜기입니다.
하루종일 집 앞 사과밭에서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오후가 되고 저녁이 되어
어둠이 소리없이 내려옵니다. 집 앞뒤로는 소나무와 낙엽송 숲이어서 가끔 바람이
세차게 불면 멀리 파도 소리가 들리고 나무들이 무리지어 몸을 흔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집 마당과 사과밭은 골짜기에 파묻혀 있기에
잠잠합니다. 그저 바람 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때로 일하다가 허리를 펴면, 아 이런 골짜기에 사는 것과, 또 모든 것이
순간 멈춘 것 같은 그 시간이 너무 눈부시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세상이 없는 듯한, 시간조차 존재하지 않는 듯한 그 찰나의 감상이
저를 잠시 어느 먼 나라로 데려다 놓은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특히 요즘 같은 봄에는 더욱 그런 순간이 자주 있습니다.
몸이 고단할 수 밖에 없는 농부의 봄입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뭔가 여유를 찾으려 애쓰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요즘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더 일에 몰두하려고 하는 듯 합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이런 굴레는 인간의 한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지상에 두 발 디디고 사는
모든 삶의 필연이라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영원한 생명을
꿈꾸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올 농사가 이미 시작되었으니 이제는 가을에 사과 맛 보는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올가을 저희집 \'길벗사과\' 맛이 어떨런지 저도 벌써부터
궁금합니다. 아니, 과연 얼마나 달릴런지도 궁금하고요, 또 올해는 어떤 모양일런지도
궁금합니다. 대개 저희집 사과는 못생긴 편이거든요.
봄바람이 매일 불어옵니다. 봄바람은 대지를 말리는 바람이지요. 그래야 언땅이
녹아서 질퍽했던 밭에 씨앗을 넣을 수 있으니까요. 이처럼 스스로 운행해가는
자연의 순리 속에 그저 우리는 한줌 티끌인지도, 추구(짚강아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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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에 몰두를 하여 몸이 상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
항상 건강하시고 민이 어머님에게도 안부 인사 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상주에서 농부를 꿈꾸는 웅이 아버지가 - ^ .^ -
보았습니다. 편안하시지요? 기존 농사에 더하여 포도까지 하시니 이젠
정말 여일이 없으시겠습니다. 한번 가본다 하면서도 아직 못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4월 중엔 상주에 갈 일이 있어서 들를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웅이 아버님도 건강하시고 올 농사 잘 지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