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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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송아지가 나왔고, 배나무도 옮겨 심었습니다

  • 길벗
  • 2007-04-01 22: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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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 순심이가 건강한 암송아지를 낳았다. 올 봄 들어 세번째 송아지요, 모두 암송아지다.
순심이는 횡성에서 사온 큰소였는데 지난번 두번째 새끼를 낳은 후 한동안 수정이
되지 않아 많이 걱정을 끼쳤던 놈이다. 이름이 순심이인 것은 성질이 온순해서이다.

오늘은 주일이지만 교회에는 가지 못했다. 일꾼을 두 사람 맞춰 놓았는데 모두 오늘
밖에는 손이 나지 않는다고 하여 부득이하게 그리 된 것이다.
요즘 이 시골에는 남자 일손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이다.
또 장비 빌리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장비란 포크레인이나 덤프를 말함인데 밭이나 논 등 경작지를 정리할 때 이런 장비를
써야 하기 때문에 그냥 장비 하면 이곳에서는 포크레인이나 덤프를 이르는 것인 줄
다 안다. 그런데 이 장비들이 요즘 수해복구 공사에 일제히 투입되는 바람에
농작업 하루 일감은 도무지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모두 짧으면 한 달, 길면
두세달 짜리 수해 복구 현장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내일은 그래서 겨우 하루 날짜를 잡아놓은 포크레인 두 대와 덤프 한 대를 쓰는 날이다.
작년 이맘 때 심은 배 묘목을 오늘 이웃 밭으로 옮겨 심었고 내일은 이 밭에 새로
심을 사과 묘목을 위해 장비를 쓰는 것이다.

원래 논이었던 곳이라 흙을 좀 메꾸기는 했어도 군데군데 물이 나서 사과 묘목을
심으려면 두둑을 높여야 한다. 그래서 장비를 불렀고, 또 이웃 밭에서 흙을 좀 퍼와야
하기 때문에 덤프도 아울러 동원한 것이다. 사과 묘목 한번 심자고 하니 장비 값만
백만원이 넘게 들어간다. 어차피 논을 밭으로 개간한 곳이라 이렇게 한번은 장비를
써야 제 구실을 할 것이다.

오늘은 일년 자란 배나무 묘목을 이웃 밭으로 옮겨 심느라고 철민이 아빠와
학진이 아빠를 겨우 날짜를 맞춰서 종일 함께 일했다. 배나무 240주를 삽으로
일일히 캐서 옮겨 심으니 꼬박 저녁 어스름까지 시간이 걸렸다.

과수원 일이란 게 이런건가 싶다. 심고, 옮겨심고, 다시 심고.....  시행착오이기도
하고 또는 미련한 내 탓이기도 하고 또 세상살이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배나무는 심을 생각이 크게 없었는데도 작년에 부랴부랴 심게 된 것은
이곳 홍천에는 사과 작목반이 없어서 배 작목반에 끼어 보려고 심은 것이다.

왜냐하면 배 작목반을 중심으로 여러 농자재 보조 사업이 꽤나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총무에게 나는 사과지만 다같은 과수니까 회원 가입을 받아주면 어떻겠는가
의향을 물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한 터라 하는 수 없이 배를 좀 심었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 홍천군에서 처음으로 사과 지주 시설 지원사업이 생겨 나도 당연히
대상자가 되었는데 천 평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기존의 배 묘목을 옮겨 심지 않을수
없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겨우 천 평 지주시설 하면서 배 때문에 사과를 두군데로
쪼개서 심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급하게 배나무를 옆 밭으로
옮겨 심었다.

이제 사과는 기존의 3천 평에 천 평을 더하여 4천평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사과 주수는 모두 합해서 겨우 천주 밖에는 되질 않는다. 기존에 심은 사과나무가
이중대목이기 때문에 간격이 넓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로 식재하는 곳은 자근 묘목(크기가 작아서 좀더 밀식 재배를 할 수 있다)이기
때문에 평수는 작아도 숫자는 조금 더 들어간다.

아무튼 올 봄도 다음 주까지는 묘목 심느라 바쁠 것 같다. 이후엔 본격적인 방제작업이
시작될 것이고, 특히 올해는 응애가 걱정이다. 그간 응애 방제에 경험이 별로 없어
긴장을 좀 하고 있다. 작년에 늦가을까지 날이 너무 좋았던 것이 응애의 번식에
영향을 끼쳤나보다. 지난 겨울 전정하다 보니 응애 알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하루하루가 별 생각없이 지나가고 시간이 화살같이 빠른 요즘이다.
그런데 아무리 몸이 바빠도 마음이 허전한 것은 쉬 사라지지 않는다. 얼마 전 한동안은
불면증 비슷한 증상이 있었다. 마흔 중반을 넘기면서 오는 뭐랄까 아쉬움 때문인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저 귀차니즘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다 내 마음이
좁아서 생기는 일인 것도 같다. 마음의 통이 그렇게 내 맘처럼 쉽게 커지지 않나 보다.
사진은 내일 저녁에 올려보려고 한다. 오늘 일하면서 사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도
그만 찍지 못했다. 다 귀찮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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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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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웅 2007-04-03
    여보! 남자도 갱년기 우울증이 있는거 아시는지 ? 그 증세같기도 하고... 나는 작년 겨울에 살아남기 하느라 곤욕을 함 치른 것 같기도 하고...그대는 젤 큰 빽 있잔여. 기도 잘 해보쇼.
  • 홍동식 2007-04-05
    여러가지 일많이 하셨군요. 그래도 지금 기존 나무 베어 내고 새로이 조성 하시는 마음으ㅣ 여유가 보입니다....하루하루 좋은날들 되길 빕니다.
  • 길벗 2007-04-06
    미불출 형, 홍동식 회원님 답글이 늦었습니다. 이제 오늘까지 포크레인 작업했고 내일
    사과 묘목 300주 심습니다. \'내일 일은 난 몰라요, 하루하루 살아요....\' 이런 복음성가라도
    한구절 읊어야 될 듯도 싶은 나날입니다. 그저께는 송아지와 어미소가 한꺼번에 죽었습니다. 송아지 낳다가 잘못되어 그리 된 거지요. 올들어 네번째 나오는 송아지였는데 주인이 시원찮아 잘 챙기질 못했습니다. 마음이 정말 아픈 하루였습니다. 짐승도 정이 드니 식구나 다름 없는데 졸지에 이리 되니.... 그래도 맘 잡고 또 하루를 보냅니다. 다들 건강하시기를...
  • 김진웅 2007-04-07
    허허...그 참. 집에 키우던 강아지 닭 한마리 죽어도 맘이 아픈 게 사실인데...
    아마 농당선생 풀어지려는 마음 다잡아라고 그리한 모양이네. 세상에 좋은 일만 있으면 좋은 일이 없잖는가! 기운내고 일일일생 하시게!
  • 길벗 2007-04-08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두 내 삶 속의 일이려니 하고 반성을 좀 많이 했습니다.
    형님 말씀대로 일일일생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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