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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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묘목을 보식하였습니다

  • 길벗
  • 2007-03-24 10: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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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낸 밑둥 옆으로 새로 보식한 사과 묘목


봄비 내리는 우리집 풍경. 아버님은 경로당으로 마실을 가시고...

지난 겨울 잘라낸 사과나무 자리에 \'홍로\' 묘목을 150주 새로 보식을 했습니다.
총 3일이 걸렸습니다. 이틀은 안사람과 둘이서, 나머지 하루는 철민 아빠가 와서
함께 일을 했습니다.

밑둥을 자른 나무 가운데 어떤 것은 포크레인으로 뿌리채 뽑았고, 어떤 나무는
그대로 둔 채 바로 옆에 삽으로 구덩이를 파서 묘목을 심었습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실험을 해보고자 함이었는데, 모든 과수 나무는 한번 심었던 곳에 다시 묘목을
심으면 나무가 잘 자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집 사과나무야 몇십년 된 게 아니라 겨우 4년 된 것이라 별 것 아니라는
설도 있으나 그래도 과연 어떤 것이 더 잘 자라는지 두고 보기 위함입니다.
이제 이 묘목에서 사과를 따려면 빨라야 2009년 또는 2010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사과나무 키운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 보식한 묘목은 예전보다
관리를 잘해서 훨씬 잘 자랄 것으로 생각합니다.

확실히 사과나무 심는 것이 유행은 유행인가 봅니다. 얼마 전에는 인근에 사는
어떤 사람이 와서 자기도 사과농사를 해보겠다고 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돌아갔습니다. 또 며칠 전에는 이웃 마을에 사는 조금 알고 지내는 이가 와서
자기 매형이 사둔 땅이 홍천에 있는데 거기에 사과를 심어볼까 한다고
하면서 찾아 왔었습니다.

저는 제 아는대로는 다 말해주기는 하는데 차마 앞으로 몇년 뒤에는 사과값이
폭락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는 못했습니다. 그저 요즘 사과 묘목 값이 비싼 이유가
다들 사과나무만 심기 때문이라고만 말해 주었습니다.

사람들이 사과나무 많이 심어서 사과 가격이 곧 폭락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하면
그건 듣기에 따라서 기존 사과농부들만 먹고 살자고 하는 이기적인 말로
들릴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재의 시중 사과값이 너무 비싸다고 늘 생각해온 사람이기 때문에
많이 싸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럴려면 생산량이 좀더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도 만약 기존 사과농민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폭락하는 사태가 오면
참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과거 97년 전후해서는
사과 한박스에 만원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럴 경우에는 도산하는 농민이 속출하겠지요. 현재 사과값이 비싼 이유는 그때
많은 사과 농사꾼들이 사과나무를 베고 다른 작목으로 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산량이 현저히 줄어서 요몇년 사과 값이 금값이 된 것입니다.
그런 사태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만, 앞으로 어찌 될런지는 정말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현실의 추이를 보면 분명 큰 일이 한번은 오리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또 봄비가 새벽부터 내립니다. 이번 봄 들어 자주 비가 와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농민 입장에서는 봄에는 비가 자주 오는 것이 그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저는 묘목 심은 뒤에 바로 비가 오니 더 반갑습니다만.

어제는 우리집 \'심심이\'가 송아지를 낳았습니다. 또 암송아지였습니다.
암송아지 값이 수송아지보다는 조금 비싸니 이왕 낳을 바에야 암송아지
낳아주면 이또한 고마운 일입니다.

심심이라는 이름은 이 소를 살 때 소개해준 소장수의 성이 \'심\'씨 였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데, 벌써 세 마리째 송아지를 낳았습니다. 그간 보면 심심이가 낳은
송아지는 다 크고 건강하였고, 또 심심이가 송아지 건사도 아주 잘합니다.
그래서 심심이는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살 놈으로 찍어 두었습니다.

어미 소에 따라서는 새끼를 잘 돌보지 못하는 놈도 간혹 있습니다. 젖이 부족한
놈도 있고, 젖꼭지가 작은 놈도 있습니다. 또 젖을 빨려고 하는 제 새끼를 뒷발로
계속 걷어내는 놈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미 소의 머리와 뒷다리를 묶어두고는
새끼를 안아 젖을 빨립니다.

사람도 그렇지만 소도 낳은지 두 시간 안에 제 어미의 젖을 빨아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즉 초유를 빨리, 많이 먹어야 하는 것입니다. 처음 나오는 젖,
즉 초유에는 면역력을 키워주는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지 이 초유를 빨리 먹어야 하는데 송아지가 허약하거나, 어미 소가
새끼를 잘 돌보지 못하는 놈일 경우에는 사람이 참견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송아지는 나올 때 얇은 막에 싸여서 나옵니다. 그것은 어미소가 다 먹습니다만,
털이 축축하게 젖어 있습니다. 송아지는 털이 말라야 일어설 수 있고, 일어서야
어미에게 다가가서 젖을 빨 수 있습니다. 송아지 털 말리는 법은 어미 소가 계속
햝아주는 것입니다. 크기가 사람 손바닥 만하고 까칠까칠한 어미 소 혓바닥이
송아지 털을 한번 쓸 햝고 나면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털이 마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어미 소는 이렇게 햝아주는 법을 모르는지 눈만 껌벅껌벅 합니다.
이럴 경우에는 사람이 마른 수건으로 송아지 털을 비벼서 말려주어야 합니다.
저는 때에 따라서는 집에서 쓰는 헤어 드라이어기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한시간 가량 실랑이를 하고 나면 온 몸에 힘도 빠지지만, 옷은 소똥
칠갑이 됩니다. 그래도 송아지가 결국은 초유를 빨고 한쪽에서 쪼그리고 잠이 드는
모습을 보면 피곤도, 냄새도 모두 잊어버리게 됩니다. 들어와서 샤워를 해야 하는데
그런 날은 씻어도 하루 종일 손에서 소똥 냄새가 납니다.

지금은 은퇴하신지 꽤 되셨지만 제 장인 어른은 평생 수의사를 하셨는데 대가축을
전문으로 하셨습니다. 특히 젖소를 많이 보살피셨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안사람은 이런 소똥 냄새가 구수하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어릴 적 장인에게서는
늘 소똥 냄새가 가실 날이 없었겠지요. 그래서 친근한 냄새라고 말합니다.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하루 쉬는 날입니다.
요즘은 정말 할 일이 많은 나날인데 하루 쉬니까 마음이 급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다 자연의 이치따라 살 수 밖에 없는 게 농부고 농사일이니 마음 편하게
쉽니다.

제 어머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 중에 \'순천지자는 흥하고 역천지자는 망하나니\' 이런
게 있습니다. 아마 어머님이 보시는 책 중에 써있는 것으로 아는데 잠깐 생각해보면
아주 동양적인 사고 방식인 것은 분명합니다.

유교에서 \'하늘\'의 의미는 도덕적, 절대적 선의 의미를 담고 있고 나아가 천지의
명을 담당하는 \'신\'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니 하늘의 뜻에 따라
살고, 또 하늘의 뜻을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자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은 인위적인 과학의 시대라 농업에 있어서도 한겨울에도 수박이 나오고, 애호박이
나오는 것을 봅니다. 이런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런지. 그러나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이미 대세가 되어버린 이런 세태를 어찌하겠습니까. 다만 저는 가능한, 최대한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사는 것이 옳다고 보니까 제 농사에서 만큼은 그저 \'하늘\'이
주시는대로 먹고, 마시고 할 뿐입니다. 꼭 그렇다기보다는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겠지요.

또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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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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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웅 2007-03-24
    오늘은 우리나라가 작은 모양입니다 그려. 여기 경남 함안에도 새벽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사과나무 심자 비가 왔으니 참 잘 된 일입니다. 암소들도 식구라 현이 등록금 걱정하는 농당 선생 마음 알고 있는가 봅니다. 축하하오.
  • 길벗 2007-03-24
    밤나무, 감나무도 봄비에 춤을 추겠지요?
    미불출 형님네 올농사 잘 되어서 오는 가을에 집도 새로 짓고, 겨울에는 전국으로
    놀러 다니면 좋겠습니다. 그때 저도 꼽사리 껴서 함께 다니면 더 좋겠구요.
  • 김진웅 2007-03-24
    하이구야...꿈이련가 하노라. 그대가 그리하심 내 꼽사리 마다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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