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요즈음의 농사일

  • 길벗
  • 2007-02-28 00: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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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에는 멀리 포항의 사과 고수이신 손동석 선생 과원에 들러 사과 농사에 대한 여러 귀한 말씀을 들었다

이번 겨울은 한주도 빠짐없이 매주, 어딘가에 다녀왔던 것 같습니다.
여행이 아니라 사과와 관련된 모임, 방문, 교육을 뜻합니다.
때론 혼자, 또 어떨 때는 애들 엄마와 함께 보고 배우러 돌아 다녔습니다.

이 척박한(과수 농사에서는) 홍천에서 저 혼자 짓는 사과 농사, 더구나 농사 초보인
제가 어렵다는 사과 농사를 지으려니 시행착오는 당연히 있고, 아직도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더 많으며(부끄러운 얘기입니다), 과수원에 서 있으면
아직도 막막한 감이 듭니다.

그래도 농사를 아니 지을 수 없는 막다른 곳에까지 와 있습니다.
귀농 7년차에 접어 들었습니다. 남들은 그 정도면 이제 알 거 다 알아야 하는
나이가 아니냐고 당연히 반문하시겠습니다만, 첫 일년은 그냥 까먹고
또 묘목 심어 놓고 3년은 눈 뜬 장님이었으니 연수만 채웠지 별 볼일 없는
7살입니다.

올 겨울은 전정 배우러 많이 다녔습니다. 이제 눈이 조금 뜨이는 상태랄까
희미한 게 보이는 상황이지만 아직도 멀었다고 느껴집니다. 그래도 올 겨울에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요즘은 전정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가능한 직접 하려고, 지난 주에 김 집사님이 하루 오셔서 전정 작업을 해주셨지만
가능한 말씀을 많이 듣고 제가 직접 해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내일부터는 유인과 마무리 전정을 해나가야 합니다. 올해는 유난히 봄이 빨리
오는 것 같아서 과수 농가마다 일손이 예년에 비해 빨리 바빠진 것 같습니다.
저도 부지런히 해야 일찍 마치겠지요.

올봄에는 작년에 심었던 배를 반 이상 포기 하고 일부만 남기고는 그 자리에
사과를 다시 심습니다. 이것 또한 시행착오인데 다 제가 영민하지 못해서
이리 우왕좌왕하는 것입니다.
역시 한 종목으로 전문화를 시켜야 한다는 게 오랜 고민 끝의 결론입니다.
능력 없는 사람이 두 종목 하려니까 배탈이 날 게 뻔합니다.

배는 추석에 나오는 원황만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하고 대신 현재 우리 과수원에
없는 만생종 사과(추석 이후에 수확해서 설날 이후까지 먹는) 품종을 심으려고
합니다. 그러니 밭 다시 준비하랴, 묘목 사다 심으랴 올 봄도 여간 바쁠 것
같지 않습니다.

이 봄 아무리 바빠도 제 손에 들어오는 수확의 결실은 또 2-3년 걸려야 이루어집니다.
농사, 이래서 성질 급한 사람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펜션을 차린다면
준공과 동시에 손님 받고 영업을 하니 쩐(money)이 바로 들어 올텐데
말이죠.....

결국 제 농사의 규모는 현재 사과나무 600주에 400주 더해서 많아야 총 1,000여 주가
끝입니다. 더 이상 하려고 해도 땅도 없지만, 혹 땅이 생긴다해도 더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부부 노동력과 약간의 도우미 손길을 보태 이 이상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쩌면 이것도 많은 것인지 모르겠다는 걱정이 듭니다.
이곳이 사과 주산지가 아니기 때문에 도무지 일손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면적만 늘린다고 다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귀농 7년째 접어들어서도 아직 이런 고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선택한 거니까
어려워도 견딜  수 밖에 없습니다. 올 한 해가 또 어떻게 지나가게 될 지 저도
궁금하고 또 걱정되고 그렇습니다.

농사 짓고 사는 시골 생활은 정말이지 일이 끝이 없습니다. 제가 안하고 몇년 째
방치하고 있어서 그렇지 집 둘레 구석구석 손 볼 데가 한도 없이 많습니다.
해도해도 끝이 없는 것인지, 워낙 제가 게으른 탓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
모르겠습니다.

10년은 지나야 뭐가 보일 것도 같고, 그렇습니다. 기분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그래도 올 겨울엔 사과공부 많이 했습니다. 조금 위안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책은 전혀 못읽고 있습니다. 이런 점은 생각지 못했던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고 또 게으른 제 성격 탓이기도 합니다. 반성거리입니다.

어제, 오늘은 큰 아이 대학 입학식 때문에 공쳤습니다. 하루가 아쉬운 요즘인데
그래도 어디 사람살이가 다 제 뜻대로 됩니까? 소위 스케줄이란 게 다 저와
무관하게 짜여지고 또 거기에 매여 사는 게 인생이려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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