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농사는 힘이 세다

  • 길벗
  • 2007-02-03 16: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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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꼭 한차례 소머리를 사다가 가마솥에 푹 고아서 아는 이들과 국밥을 말아 먹는다


가마솥의 소머리

이번 겨울은 내내 사과 교육과 모임에 매주 참석했다.
나로서는 아주 잘된 일이다. 그간 몇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내 사정 때문에 혹은
교육이 마련되지 않아서 또는 몰라서 못간 것이었다.

이제껏 살면서 뭘 몰라서 답답했던 적은 없는 것 같은데
홍천으로 내려와 농사짓는 뒤부터는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 늘
찜찜하고 답답한 구석이 있다. 아마 글을 못깨친 사람이거나 공부를 해도
머리가 터지지 않는 사람들이 꼭 이와 같을 것이겠거니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꼭 그 짝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 답답증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교육을 들어도 또 보아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과 농사가 어렵다고는 하나 이렇게 어려운 줄은
몰랐다. 하긴 모든 이치는 상대적인 것이니까 내가 아둔해서 그런건지도 모른다.

지나놓고 보니 몇년 전에는 책을 열번 읽어도 이해가 안되는 것들이 이번 겨울에
저절로 알게 된 것도 있다. 수확을 한번, 두번 하고 나니까 절로 이해가 되는 현상과
지식이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농사는 책머리 공부만으로는 절대 안되고 과수원과
함께 살아가면서 조금씩 터득하게 되어 있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소위 사과 고수들에게 듣고 물어보고 확인하고
해야 한다. 하긴 영주나 안동 같은 곳이야 농업기술센터에 사과 박사들이 하나 둘 쯤은
자리를 차고 있을 것이고 이웃에도 베테랑들이 있을 것이니 보다 쉽게 배우고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산지가 아닌 곳에서 홀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이처럼 어렵다는
것을 날이 갈수록 실감한다.

올 봄에는 많이 바쁠 것 같다. 사과 묘목을 사서 더 심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 일부는
이미 심었던 것을 파내고 다시 심어야 하는 일도 생길 것 같다. 아직 확실한 결심을 한 것은 아니나 며칠 내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2002년 봄에 홍로 400주를 심었고 2003년 봄에 히로사키 후지(후지의 조생종) 300주를
심었는데 홍로는 지난 가을에 두번째 수확을 했고, 히로사키 후지는 첫번째 수확을
했다. 홍로는 첫해 아무런 대비없이 그저 묘목만 사다 꽂아논 덕분에(?) 100주 이상이
죽었다. 다행히 후지는 거의 다 살았다. 그런데 지난 가을 히로사키 인줄로만 알고
수확했던 사과가 사실은 홍장군이라는 품종이었다. 홍장군도 후지의 변이종이긴 한데
히로사키보다 육질이 부드럽고, 또 저장도 오래가지 못한다.

지난 가을 우리집에서 수확한 홍로는 대인기였으나 이 홍장군은 그렇질 못했다.
한번 수확을 하고 다키운 나무를 베어내야 하는가? 아니면 직거래를 포기하고
그저 공판장에다 내다 팔아야 할까?

과수 농가에는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아무튼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셈이다. 묘목을 판 농원에 메일을 보냈더니 다행히 전부는 아니더라도 다른 품종의
묘목을 올봄에 주겠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고수들도 가끔 이렇게 당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하니 내가 꼭 초보라서 겪는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이번 겨울에 가뭄이 심했다. 또 이상고온 현상이 내내 지속되었다. 이것이 올해 농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올해 기상은 또 어떨지 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기후야 그렇다치더라도 작년에 내가 사과나무를 잘 건사하지 못한 때문에
내 눈에는 올해 꽃눈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 즉 수확이 별로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거기에다가 기존의 나무를 일부 잘라낸다면 수확량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작년 가을에 나는 내년(즉 올해) 가을에는 두배 이상 더 수확이 나올 것이라고
이웃에 큰소리를 쳤었다. 그런데 과연.....
농사는 혼자 힘으로 어쩔 수 없다. 삼박자가 다 맞아야 한다. 자연, 기술,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내 힘으로만 버팅겨 될 일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농사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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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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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웅 2007-02-09
    농사만 힘이 센게 아니고 농당 선생도 힘 세것다. 소 머리 삶는 거 보니까.
  • 길벗 2007-02-09
    헉, 형님도 이웃인디 헝한테는 소머리 곰국 못가네유...ㅠㅠ
    소머리 묵구 힘 남은 거, 설 쇠고 남도 한바퀴 돌아올 때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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