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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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사과 교육을 다녀와서

  • 길벗
  • 2007-01-10 13: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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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에는 유난히 교육을 많이 다닌다. 또 다니게 됐다.
사과 묘목을 심어놓고 처음 3년은 사실 교육을 다니지 못했다. 교육하는 곳도 잘 알지
못하고 또 책을 들여다봐도 도무지 실감이 안나서 교육을 받을 용기가 나지 않았었다.
이곳 홍천에서 유일하게 전업으로 사과 농사를 홀로 지으니 이웃에서 뭐 하나
얻어 들을 수 있는 것도 없고 그야말로 고립무원이라고나 할까.

그러다 재작년(2005년) 3월에 농진청 산하 대구 사과시험장에서 제1기 사과공부방이
열렸다. 지원을 해서 3월에 한번, 6월에 한번 각각 1박 2일로 전반적인 사과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아마 그 모임에 참석한 게 나로서는 전환의 계기가 되고 우물안 개구리에서
개천으로 나올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또 석회 보르도액을 사용하는 농가 모임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모임을 주도하는 상주의
김칠성 회장님에게는 개인적으로 참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나뿐만은
아닐터이지만 사과농사를 짓는 많은 이들에게 선생이 풀어가는 친환경 농법에 대한 애착과
베품은 앞으로 큰 빛을 발하리라 본다. 또 선생의 신앙과 인격에서 내가 배우고 깨닫는 것  또한 귀농한 나에게는 참으로 귀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교보문고에 가보아도 사과에 대한 책은 많아야 서너권이다. 다사서 보았다. 그러나 미진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과 시험장과 안동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책도 다 사서 보았다.
여전히 나는 초보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눈을 떴다고 말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기에도 찜찜한 뭐 그런 어정쩡한 상태, 한마디로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러나 실제 사과 농사를 짓는 분들과 밤새 얘기를 나눠보니 마치 안개가 걷히듯 뭔가
뿌옇던 것이 걷히는 느낌을 받았다. 또 강의장에 나온 박사님들 얘기를 직접 들어보니
책에서 이해가 안되었던 것들을 하나 둘 알아먹게도 되었다. 만약에 내가 영주나 안동으로
귀농을 해서 사과 재배를 시작했다면 아마도 지금쯤은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또 시행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겨울에는 지난 연말에 대구에 있는 경북대학교로 정지, 전정 교육을 다녀오고 새해 첫주에는 안동으로 교육을 다녀왔다. 영덕 모임은 석회 보르도액을 사용하는 농가들 모임이었고 다음날 안동 농업인 회관에서 일본 \'나리따\' 씨의 전정 교육이 있었던 것이다.

소위 나리따 식 전정이라고 하는 것은 이름 그대로 일본 아오모리 현에서 사과농사를
34년째 짓고 있다는 나리따 선생이 기존의 전정이론에다가 그만의 방식을 입힌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국내에 5년 전부터 교육을 오기 시작했다고 하며 나도
작년에 그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부여에 사시는 이등주 선생께서 간략하게 이 전정에
대해 요약한 글을 인터넷에 올려놓음으로써 그 대강은 이미 보았던 터였다. 또 사과 시험장
사이트에도 우리 연구원이 나리따 식 전정에 대해 설명해놓은 글이 있어 그것도 보았다.

이번 교육에서 나는 나리따 씨를 처음 보았다. 통역을 맡은 분이 썩 잘해서 좋은 교육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약된 글에서 이미 몇가지 특징은 알고 들었기에 전반적으로 귀에
잘 들어오는 강의였다.

많은 농민들이 그날 안동 농업인 회관에 모였다. 족히 200명은 넘었을 것이다. 멀리 파주에서 전환식 선생님 내외분도 오셨고, 전라도 무주, 장수에서도 오셨다. 사회자는 강원도만
빼놓고 전국에서 모였다고 소개했으나 안타깝게도(?) 강원도 출신이며 현재 강원도에서
사과 농사 짓고 있는 나를 알리 없으니 그리되고 말았다.

짧은 오전, 오후 강의만으로 내가 뭐라고 하기엔 그렇다. 그러나 원래 무식하면 용감하고
모르면 더 많은 것이 귀에 생생한 것처럼 이날 강의는 내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준
시간들이었다. 전정, 정지의 이론과 방법에 대해서는 이미 국내에서도 여러 갈래(분파?)가
있고 또 유행이랄까, 새로운 시도가 계속 소개되고 있는 실정 같다.

이번 나리따 씨 전정도 그 중의 하나로 이 분 전정의 특징은 자기 말마따나 나무를 콤팩트
(compact)하게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수확량이 굉장히 많다는 것(성목에서는 한 나무에
250개 정도 수확한다고 한다), 해거리가 없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
어린 묘목 때부터 적심을 계속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고 한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영주에서 사과 농사 하는 우리 사과공부방 총무를 맡고 있는 이두형
씨 같은 분은 좀 손사래를 치는 정도다. 그렇게까지 안해도 된다는 생각인 듯 하다.
그날 사회자의 소개에서 나리따 씨는 마치 회사원처럼 아침 먹으면 밭으로 매일 출근을
해서 저녁이 되어야 집에 들어온다고 한다. 그만큼 밭에 나가서 산다는 얘기다.
소설가 이청준 선생도 자신의 집에서 집필실로 아침에 출근을 하고 저녁에야 나온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런 것은 무엇이 좋다고 하기 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의 문제라고
본다.

나이 들어서도 이렇게 새로운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또 의견을 나누는 일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사과는 그런 점에서는 도전을 주는 작목이다. 공부할 것이 끝없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살면서 많이 느끼는 것 가운데 하나가 이 나라 공무원들의 자세랄까,
근무 태도랄까, 의식이랄까, 수준이랄까 참 많이 안타깝다. 아니면 내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너무 선진국과 비교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이왕이면 후진국과 비교를 해야 하는 데 말이다. 이번 안동 교육에서도 느끼는 것인데
초보적인 행사 준비에서도 아주 실망스러운 일들이 곳곳에 눈에 띄였다.

어제 홍천 농업기술센터에 들렀다가 올해 농민 지원사업 항목에 밀식 사과원 개원에 대한 자재 보조 사업이 있는 것을 보고 고소를 금치 못했다. 5년 전 내가 홍천에서 처음으로
사과 농사를 짓는다고 했을 때 쌍수를 들어 반대하던 그들이었다. \'절대\' 안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재작년, 작년 나의 사과농사를 들여다보더니 올해는 어찌된
일인지 큰 사업비는 아니지만 사과 묘목을 심을 때 드는 자재비를 보조해준다는 항목을
넣은 것을 보면 자기들의 생각이 틀렸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인지.

이 새해에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것은 우리 농민은 늘 새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밭에서 스스로 자각하는 것이 있는 농민이어야 한다. 오직 하나님만을
믿고 나아가는 자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농회 초대 회장을 지내신
오재길 선생의 지난 말씀을 하나하나 다시 새겨들어야 할 시대라고 본다.
돌이켜보면 나도 현실 속에서 많이 이런저런 방법에 기대고 있다. 반성할 일이다.

다음주에는 충북 괴산에 있는 우리 사과 사랑방 회원 중 한 분이신 지명환 씨 댁으로
전정 교육을 받으러 간다. 또 2월 초에는 파주 전환식 선생 댁으로 가고.....  
그리고 석회 보르도 모임의 존경하는 김칠성 회장님이 우리 집에 한번 다녀가시겠다고
하셨다. 오시면 우리 홍원회 회원 분들도 몇분 모셔서 귀한 강의를 듣고자 한다.

이래저래 한겨울이라도 농민들은 교육에, 실습에 바쁘다. 그만큼 과거와는 달리 농사에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또 품질에 대해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겨울의 이런 교육이 올한해 농사에 좋은 결실을 가져다주는 씨앗이 되길 빌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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