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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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농사 준비(거름 퍼나르기)

  • 길벗
  • 2006-11-08 21: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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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밭에 군데군데 옮겨진 거름더미(1)


거름더미(2)

첫 눈이 오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얼음이 얼고 또다시 겨울의 초입입니다. 엊그제가 입동이었습니다. 앞산 낙엽송은 노랗게 지고 있는데 사과밭은 아직도 이파리가 푸르른 빛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늘 가고 오는 겨울이지만 또한 늘 다른 느낌을 가져다 줍니다. 겨울은 동면의 계절이고, 정지의 계절이고, 휴식의 계절인데 이것은 자연의 순리에 따른 것이고 그러나 인간에게는 겨울도 여름과 다름없이 뭔가 왕성한 것을 계속하여 이루어나가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요사이 인간 사회는 계절의 순환과 아무 관계 없이 유지되고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도시에 살 때 아파트에서 회사 고층 건물로 공간 이동만 한채 사계절을 살았습니다. 봄이 오는지, 겨울이 오는지 어쩌다 잠깐 스치듯 지나가는 감흥 외에는 오로지 모든 감각은 자연의 순환과 관계없는 그 어떤 일(회사일)에 매달려 살았습니다.

모두들 그렇게 살아가는 마당에 새삼 이런 것을 되뇔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주류의 삶을 벗어나니 드디어 자연이 삶 가운데 자리를 잡게 됩니다. 21세기에 살면서 무얼 더 자꾸 비교하는 것도 이제는 무의미하다는 생각입니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면 된다고 봅니다.

오늘은 내년 농사 준비한 일을 적어봅니다. 만 1년 동안 우분과 참나무 수피를 섞어놓은 거름을 장비를 이용하여 밭에 냈습니다. 그리고 거름이 나간 자리에 다시 수피 한 차를 받았습니다. 얼마 뒤에 우사 똥을 치게 되면 수피와  섞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1년, 잘 삭힙니다.

사과나무 줄 사이사이에 5톤 덤프로 한 차씩 부려 놓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마누라와 제가
시간나는 대로 조그만 일륜 운반차에 삽으로 일일이 거름을 담아서 나무 밑에 가져다 놓는 일입니다. 지금부터 만물이 얼어 붙을 때까지 매일 작업을 해야 하고, 만약 다 못하면 내년 이른 봄, 땅이 풀리면 계속 합니다.

올 한 해, 많은 사과를 수확했으니 다시 땅에 양분을 주어야 합니다. 작년부터 가능하면 화학비료는 일체 쓰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저 옛날 방식대로 거름이나 주고, 새로 개발된 농법 가운데에도 자연농법에만 의지하여 농사를 지으려고 합니다. 아직 경험을 다 못해보아서 잘 모르겠으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소출도 굉장히 줄어들고 사과 크기도 작게 될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합니다. 과연 그런지, 저는 좀 경험을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 들어간 비용은 수피 한 차에 25만 원, 포크레인과 덤프트럭 이용에 33만 원입니다.
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어서 거름을 밭에 펴야 합니다. 사과 작업장도 어서 짓고는 싶은데 여러가지로 애로 사항이 있어서 시작을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쓰고 있는 비닐 하우스
창고도 정리를 다시 해야 하는데 몸이 게을러 아직 미루기만 합니다.

사과 수확이 끝나도 한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이렇게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눈 내리고 혹한이 오면 그때는 정말 먹고, 놀고, 자고 그 뿐인 시간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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