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뒤늦게 토종꿀을 땄습니다

  • 길벗
  • 2006-10-14 20:41:26
  • hit1250
  • 221.159.239.107

깜깜한 밤에 하는 꿀따는 작업. 헤어 드라이어는 찬바람을 틀어 벌들이 아래칸으로 내려가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벌들이 바람을 몹시 싫어하는 성질을 이용하는 겁니다.


벌통에 가득한 꿀이 보입니다

지난 일요일(한로)에 채취하려던 토종꿀을 오늘에야 겨우 한 통 땄습니다.
이유는 우리집과 이웃인 환수 형님이 매년 함께 꿀따는 작업을 했는데
이 형님이 요즘 몸이 안좋아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오늘까지 이른 것입니다.
환수 형님은 이곳 토박인데 재주가 많아서 못하는 일이 없고 이런저런 경험이
많아 늘 제가 한 수 배우는 입장입니다.

토종꿀이야 아버님이 옛날 기억으로 하시긴해도 워낙 오래전의 일이고
또 우리는 그저 되어지는대로 내버려두고는 신경을 안쓰니 꿀 채취할 때 필요한
도구도 사실 없습니다. 다 이웃인 환수 형님이 가지고 와서 함께 작업을 해온
것입니다. 환수 형님네도 토종벌이 몇 통 있습니다. 농사일에 바쁘니 그 집도 그저
집에서 먹을 요량하고 집 주위에 몇 통 치는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우리 동네
집집마다 토종벌 몇 통 정도는 다 있는 듯 합니다.

대개 3-4통인데 우리는 올봄 신경써서 분봉을 받았더니 7통으로 늘어난 것이지요.
원래 8통이었는데 여름에 영문도 모른채 한 통은 벌들이 모두 없어졌습니다.
아무튼 환수 형님이 미루는 바람에 오늘까지도 이러고 있었는데 저녁에 아버님이
\'아무래도 안되겠다. 우리 힘으로 따자\'하시길래 저도 발심을 해서 까짓것 한번
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무서운(?) 벌을 상대하게 된 겁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올해도 저희집 벌통에는 꿀이 가득합니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이렇게 통이 꽉찬 것을 보면 마음이 푸짐해집니다. 서툰 솜씨로 하다보니 아버님은
여러 방 쏘였고 저는 목과 허리에 두 방 쏘였습니다. 안사람까지 세 사람이 꿀을 땄는데
사실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시끌벅적했습니다.

후레시 불빛을 비추면 벌이 달려들고, 끄면 칠흑같은 암흑이고, 꿀 묻은 손은 끈적이고
머리며 목에 벌은 달라붙고 하니 이 아니 혼이 빠질 일이 아니겠습니까? 어쨌거나
오늘은 우리 힘으로 한 통만 땄습니다.
내일은 환수 형님이 꼭 함께 하겠다고 하니 나머지는 내일로 미뤄야지요.

작업을 간단히 설명하면, 칼이나 철사로 벌집을 한칸씩 잘라 꺼내가지고는
칸마다 벌들이 지어놓은 꿀저장고에 들어찬 꿀을 채에다 쏟아내고는
고무장갑 낀 손으로 잘 뭉개놓고 채에 받쳐 놓으면 하루 정도면 꿀이 모두
빠집니다. 그러면 꿀은 유리병에 보관하고 채에 남은 밀랍과 꿀 묻은 도구들은
다시 벌통 근처에 다음날 가져다 놓습니다.
하루 정도 지나면 벌들이 꿀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시 자기 집으로 물고 들어가는 바람에
청소가 자동으로 되는 셈입니다.

오늘은 사진 작업이 원활하지 못했는데 계속 찍어서 좀더 좋은 사진을 올려보겠습니다.


게시글 공유 URL복사
댓글[8]

열기 닫기

  • 개똥 2006-10-16
    길종각 님을 알게 되어 넘 행복!! 오늘 보내 주신 사과! 사과를 젤 좋아하는 친구랑 맛있게 냠냠!! 감사감사^^ 꿀도 보내주심 감사하겠지요
  • 길벗 2006-10-17
    선숙님, 꿀은 주문하신대로 곧 보내드리겠습니다. 회원가입시에 적으신 그 주소로 배송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선숙님이 쓰시는 개똥은 장자에 나오는 그 개똥이겠죠? 장자가 땅강아지, 개똥 운운할 때의..... 저희집 사과를 많이 주문해주시고 또 주위에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히로시마김 2006-10-17
    토종꿀 한되 예약합니다.
    팔지 말고 남겨 두시길... 이 가을이 다 가가전에 함 가겠습니다.
    누구냐구요? 유소년 시절의 동창 입니다. ^^
  • 히로시마김 2006-10-19
    위 글은 장난성 글이 아님을 다시한번 알립니다.^^
  • 길벗 2006-10-19
    남성아, 네가 히로시마 김이란 거 나 안다 ㅎㅎ. 이왕이면 김남성 이렇게 좋은 이름 쓰지,
    왜 이상한 이름 쓰고 그러냐...흠...알았다. 그리고 올 때는 꼭 미리 나랑 날짜 약속하고
    와야한다. 내가 예고 없이 집을 비우는 날도 있거든...
  • 히로시마김 2006-10-25
    꿀 한되 가슴에 품고 흐뭇한 마음으로 열심히 악셀 밟아대서 무사히 서울에 잘 도착 했심다.
    오늘 내가 본 풍경.. 좋았습니다.
    당신이 바라던 대로의 삶이라 여겨집니다.
    가족 모두 더 건강한 가운데, 더 많은 농원의 발전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꿀이랑, 사과 잘 먹을께....^^
  • 길벗 2006-10-25
    남성아, 꿀 많이 먹고 자전거 페달 더 열심히 밟길 바란다. 술, 담배 모두 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네 모습을 보니 운동이라면 질색인 나도 좀 느끼는 바가 많았다.
    강원도에 자주 온다니 오면 꼭 연락도 하고 들러주면 좋겠다. 자주 보자.
  • 히로시마김 2006-10-25
    환대해 주심에 감사 합니당. ^^
댓글작성

열기 닫기

댓글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