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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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복구 작업

  • 길벗
  • 2006-07-20 22: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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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바로 앞 올라오는 길 작업 중


지방도에서 우리 농장으로 들어오는 입구 길. 둑이 쓸려나갔다.

오늘(20일) 오랫만에 해가 떠서 점심 전후해서 석회 보르도액을 한달 만에 살포했습니다. 결국 올해도 <길벗사과>는 사과 껍질이 썩 훌륭하질 못할 것 같습니다. 사과 표면에 그을음이 어느새 들어와 버렸습니다. 그을음 병은 약만 제때 치면 방제하기가 아주 쉬운 것인데 올해도 방제 간격이 길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만 사과 표면에 말 그대로 그을음처럼 거뭇하게 묻어있는 것이기에 먹기 전에 닦기만 하면 잘 지워집니다. 사과 내부에 침투하거나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오후에는 포크레인으로 길을 손질했습니다. 지난 월요일 가까운 선배님 부친상에 다녀올 일이 갑자기 생겨 아랫쪽 길을 대충 포크레인으로 손보았고, 오늘은 집 바로 입구에 푹 패인 길을 작업했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는데 다행히 어제 현이와 민이가 방학을 해서 집에 온 관계로 3대가 함께 일을 하니 그럭저럭 해치웠습니다. 아버님과 현이와 민이가 큰 돌과 자갈을 리어커에 실어와 패인 곳에 붓고 저는 관을 묻고 포크레인으로 흙을 덮었습니다. 포크레인이 워낙 오래된 것이라 제 마음대로 잘 움직여주지 않는 것이 작업 시간을 길게 잡아먹게 합니다. 이젠 꽤 숙달이 되서 만약 포크레인만 새것이라면 왠만한 작업을 다 할 것도 같은 자신감도 듭니다.

내일은 우사의 똥을 치워야 하고 아랫쪽 길도 마저 손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방도에서 우리 농장으로 들어오는 진입로가 장마로 일부 유실되었습니다. 당연히 군에서 수해 피해 차원에서 해주리라 믿고 있었는데 \'이장\'이 중간에서 적극적으로 해주려고 하지 않아 오늘 오전 일찍 이장을 만났습니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길 왼편에 이곳 토박이며 저희와 제일 가까운 이웃인 환수 형님네 집이 있어서 이 길은 두 집이 공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아무튼 어제 이장이 환수 형님 부인에게 안좋은 소리를 하고 갔다고 해서 아침 일찍 부리나케 이장을 찾아 갔습니다.

그 복잡한 얘기를 이곳에 다하려면 아마 밤을 새워야 할 것 같고 요지만 말씀드리면 이곳에 오랫동안 함께 산 토박이들도 서로에게 감정이 있습니다. 사람 사는 곳이 어디나 다 그렇겠지요. 제가 보기에는 이장이 환수 형님에게 별로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려고 하는 근원적인 뿌리인 것 같습니다. 이런 식이란 수해 피해로 인한 제방 쌓는 공사를 해주지 않으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환수 형님네는 오래 전부터 이 길을 사용해왔고 6년 전 제가 이사와서 이제 두 집이 함께 쓰는 길이 되었습니다만, 아직도 길 옆에 제방이 쌓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농당 길벗\'란에 쓴 \'시골.....\' 글에서도 썼듯이 이런 복구 조사는 모두 이장이 해서 올리는 것인데 이장이 보고서를 안올리거나, 혹 올렸다고 해도 순위를 뒤로 미뤄 버리면 결국 예산 문제에 걸리기 때문에 제외되기 쉽습니다.

왜 이곳에서 몇대를 살고 있는 환수 형님네 집 앞 길이(큰 길에서 겨우 20m 정도 됩니다) 아직도 시멘트 포장도 안되어 있으며, 아직 제방도 축조되지 않았는지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 길은 매년 장마로 인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늘 패여나가기 때문입니다. 제가 내려와 사는 6년 동안은 제가 매년 제 돈 들여 장비(포크레인) 불러 땜방하듯이 제방을 손보아 왔습니다. 저는 외지인이라 아마도 이장이 신경을 안쓰는 듯 합니다. 그건 저도 이젠 이해를 하겠는데(그 심리를) 왜 이곳 토박이며 나이도 비슷한 환수 형님네 형편은 이장이 안봐줄까, 아니 봐주고 안봐주고의 문제가 아니라 순서가 아직도 안왔을까.... 정말 궁금합니다(이제는 어느 정도 마을 돌아가는 눈치를 좀 압니다만).

어쨌든 이장 만나서 얘기를 좀 나눴습니다. 그 얘기를 다 할 수는 없고, 역시 이장은 말로는 자기는 외지인, 토박이 구분 안한다고 말했지만(그럼 차별한다고 말하겠습니까?) 그렇게 보이고, 수해 피해 면사무소에 올렸다고 말은 하는데 믿음이 안가고(아무래도 내일 면사무소에 직접 가서 확인을 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잘 해보자고 서로 말은 하는데 건성인 것 같고....아무튼 느낌은 그렇습니다. 역시 환수 형님에게 이장이 감정이 많다는 것만은 확실히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일을 감정으로 처리하는 것도 그렇고....

아참, 어제 이장과 면서기가 함께 수해 피해 현장 조사를 나왔는데, 아랫집 환수 형님 부인이 이장과 싫은 소리를 나누고(형수님은 자기가 처음으로 이장과 싸웠다고 표현) 면서기에게 왜 이게 수해 피해가 안되는냐고 따지자, 그 면서기 왈 \'국도가 아니어서\' 그렇다나. 그 얘기 듣고 제가 피가 머리 끝까지 올라서 결국 이장에게(저도 별로 보고 싶은 사람은 아닙니다만, 자초지종을 듣고자) 갔습니다만, 내일 면사무소 들어가서 어떤 놈인지 한번 보려고 합니다. 어디 농민을 얕잡아보고 그따위 막말을 하는지...나원 참. 이곳에서 겪어보니 말단 공무원들 정말 한심하고 또 한심합니다.

어이구, 오늘도 또 푸념 비슷한 것 했습니다. 농촌살이가, 농사로 살기가 이리 팍팍하다는 것인지. 그래도 자기 직업으로 농사를 스스로 택한 우리 큰 아들 현이가 와 있어서 기분은 삼삼합니다. 벌써 고 3입니다. 농대를 가려고 하니 이번 여름 방학은 다음주 월요일 서울 가서 외삼촌 집에 기거하면서 영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집에는 이번주 일요일까지만 짧게 있게 됩니다. 애들이 크니까 서로 얼굴 맞대고 보는 시간이 점점 줄어 듭니다. 애들이 우리 희망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애들은 애들대로 자기 인생에 바쁘고, 어른은 또 어른들대로 각박하게 삽니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죄일까요?

TV에 보니 우리 강원도가 이번 장마로 난리가 났더군요. 어려움에 처한 분들께 힘도 못되 드리고 그저 용기 내시라고 마음 속으로만 위로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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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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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은 2006-07-21
    정말로 애쓰셨어요...
    육체적, 정신적으로 다 힘든 농촌 생활이시네요...
    포크레인 기사 자격증은 언제 따셨어요?
    해마다 겪게 되는 비피해, 언제나 비가 와도 끄떡 없는 날이 올까요...
  • 길벗 2006-07-22
    아, 우리 \'바보방\'의 1004 정은 씨가 다 오시고....ㅎㅎ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포크레인, 무면허 운전입니다. 번호판도 없고...흠
    그리고 비 피해는 그저 운명이려니 하고 삽니다. 아마 평생 겪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더운날, 몸 건강하시길.
  • 강공희 2006-07-23
    길선생, 잘 지내시죠? 글 보니 많은 공감이 갑니다. 허나 어찌합니까 뒤로 미룰 수도 없고 성질 급한 내가 우선 처리하고 보면 때론 후회스럽기도 하지만 닥친일 안할 수도없고 ...
    TV뉴스 보면서 길벗농장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제야 방문해 봅니다. 대단하십니다.
    정성으로 가꾼 사과향을 많이 느끼며 ......
  • 길벗 2006-07-23
    강 선생님,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제주에도 비가 많이 왔다는데 피해는 없으시다구요.
    8월 중순 경에 선생님 농원에 꼭 방문하려고 합니다. 그때 좋은 말씀 많이 들려주십시오.
  • 황금성 2006-07-23
    홍천 하면 버뜩 민, 현네 집에 떠오릅니다. 사진보니 여러 곳 파인 게 다 살점 떨어져 나간 것처럼 보입니다. 그걸 다시 싸매는 현 아버지, 어머니, 현, 민의 일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풀무 식구들과 함께 마음으로나마 힘을 보탭니다. 해뜨리는 내일부터 방학 끝날 때까지 그림 선생님들을 만나러가는 전국 여행을 떠납니다. 앞길을 찾아나서는 고행길이겠지요.
  • 헤겔리안 2006-07-23
    애쓰는구만. 비가 땅에 부딪치는 소릴 듣지 못하니까, -우리 집은 아파트 15층이어서- 장마가 아니다.
  • 황설중 2006-07-23
    장마비의 아우성 소리를 듣지 못하는 곳에서 길벗 농장의 장마비 소리를 통해 여름을 듣고 보네. 집사람과 나는 요즈음 거의 길벗 농장 사과 판매원 역할을 하고 있어. 결과는 어떨지 모르지만, 하여간 집사람은 잘 모르겠고, 나의 판매 전략은 좀 거시기하지. 너의 집 사과를 먹는 사람은 그 사과가 담고 있는 장마비 소리도 먹게 되는 것이라고. 사과의 역사를 아는 사람만이 그 사과의 맛을 해석할 수 있다고. 너무 형이상학적이지. 그러나 내가 만나는 인간들은 이렇게 형이상학적으로 설명해야 더 그럴 듯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니, 어쩔 수 없네. 사과 파이팅.ㅎㅎㅎ
  • 길벗 2006-07-24
    황금성 회장님 해뜨리가 8월에 우리집에 온다는군요. 고맙습니다. 현이와 좋은 우정을 평생 지켜나가길 바랍니다. 밑에 황설중이라는 철학도(철학과 교숩니다)도 저와 고등학교 동창인데 여직 저렇게 애처럼 삽니다. 회장님, 그런데 8월 모임에는 제가 못갈 것 같습니다. 수업과 겹쳐서요. 혹 회장님 내외분께서 시간이 되시면 홍천에 한번 놀러오시면 좋겠습니다. 별건 없습니다만. 전화로 다시 안부 여쭙겠습니다.
  • 흑곰부인 2006-07-24
    뉴스를 통해 강원도 수해 소식을 접하며 농민의 애타는 마음을 보는듯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특히 홍천 소식을 더 귀기울여 듣게 되고요 마음고생 몸 고생 많으셨겠어요 실질적 도움이 못되드려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 강성식 2006-07-24
    외지에서 힘들게 농사지으시는군요. 첨 알았습니다. 힘내세요. 농촌을 살기 좋은 곳으로 꼭 만들었으면 합니다.
  • 황금성 2006-07-29
    또 비가 퍼붓고 온 나라가 난리 났습니다. 어디서 부터 손을 대야할 지 아무도 모를 상황까지 왔으니 말이 안 나오는군요. 그래도 다시 일어서서 복구해야겠지요. 이런 형편이니 학부모 모임 한다는 자체도 마음 편치 않군요. 저도 홍천을 꼭 가고 싶습니다. 연락드리고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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