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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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의 두더지

  • 길벗
  • 2006-06-02 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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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진돗개 발리에게 끝내 잡혀 숨을 다한 두더쥐


또다른 곳에서 발견된 두번째 두더쥐

이곳에 터를 잡고 일군지 올해로 6년. 그간 단한번도 제초제를 친 적이 없다. 오히려 풀을 키워 소위 초생재배라는 것을 시행하고 있다. 굳이 비싼 외국산 목초씨를 사서 뿌린 것은 없다. 톨페스큐와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그리고 크로바가 과수원 초생재배 용으로 뿌려지는 씨들이다. 그러나 나는 우리 토종 잡초들을 그냥 내버려둠으로써 훌륭한 초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바랭이라는 잡초는 농민들이 이놈만 없으면 농사질만 하다고 하는 가장 끈질긴 놈이다. 우리밭은 마치 융단을 깐 것처럼 바랭이가 빼곡히 올라오고 있다. 어찌나 치열하게 서로 머리를 맞대고 올라오는 지 잔디보다 더한 놈들이다. 그외 명아주가 또 많다. 쑥도 물론 많다. 질경이는 무리지어 곳곳에 터를 잡고 있다. 그외에 내가 이름을 아직 모르는 풀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잡초 때문에 제초제가 나오고 그래서 또 유전자 변형 종자가 나오고(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놈들을 개발하려다 보니까) 이것이 해롭네, 아니네 말들이 많다. 한마디로 잡초 때문이다. 이름도 잡초 아닌가. 나훈아의 노래에도 나온다. 아무튼 끈질기기가 이 세상 그 어떤 종보다도 가증스럽다. 그런데 나는 이 잡초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는 것이다.

잡초 때문에 따로 퇴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크면 자르고 또 크면 자르면 그만이다. 그만한 양이라도 일부러 하려고 하면 엄청난 노동일 것이다. 또 비가 아무리 쏟아져도 과수원 쓸려갈 걱정을 도무지 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우리같이 비탈에 선 과수원은 만약 잡초가 아니라면 장마 한번에 토사가 다 쓸려갔을 것이다. 그런데 집중호우가 그렇게 와도 꿈적하질 않는다. 바로 잡초란 놈들이 어떻게나 땅을 세게 물고 있는지 그 때문이다. 그러니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양분을 빼앗아간다고 한다.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또한 생각하기 나름이다. 어차피 잡초가 먹고 나온 것을 베어서 다시 과수원에 돌려주는 셈이니 거름을 좀더 많이 하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잡초 뿌리를 통해서 과수원 흙의 통기성이 좋아지고 그 뿌리가 헤집고 들어갔던 통로를 따라 영양분이 깊숙히 스며드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런데 제초제를 안하다 보니 과수원에 지렁이가 많아졌다. 소거름을 계속 쓰니 당연한 것인데 문제는 이 지렁이가 두더쥐를 유인한 셈이 된 것이다. 과수원 곳곳에, 특히 나무 뿌리 쪽에 어찌나 구멍이 많은지 거의 두 나무 건너 하나씩 구멍이 파헤쳐져 있는 것이다. 그것까지도 좋은 데 우리집 진돗개 발리는 쥐잡이의 명수다. 어떻게 두더쥐 냄새를 맡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구멍이란 구멍은 또 죄 발리가 두 앞발로 파헤쳐 처음엔 쥐구멍이었던 것이 나중엔 터널이 되고 마는 것이다.

발리의 쥐에 대한 집착은 유별나서 한번 공격을 시작하면 좀체 포기하지 않는다. 이미 아는 노릇이다. 겨울엔 짚더미 속을 뒤져 골방쥐, 들쥐를 가리지 않고 포식한다. 오늘 A밭을 예초기로 제초하다가 그만 두더지 두 마리를 보게 된 것이다. 한마리는 이미 잡은 지 좀 되었는지 이미 구더기가 꼈고, 한마리는 아직 통통하였다(사진).

쥐는 먹으면서 두더쥐는 왜 안먹는지는 알 수 없다. 그냥 잡아서 팽게쳐둔 것이다. 얼른 사진을 찍고 땅에 묻어주었다. 며칠 전에는 밭에서 독사를 보았다. 매년 보긴 하는데 올해는 처음 본 날이다. 사진기를 가져올 새도 없이 어느새 스르륵 사라졌다. 대충 80센티미터는 됨직한 큰 놈이었다. 독사는 주로 밭에 있는 쥐와 개구리를 노린다.

사과 적과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는 엄지 손톱만한 것도 눈에 띄인다. 요즘 뜨거운 초여름 햇살을 먹고 무럭무럭 잘 크고 있다. <농사갤러리>에 요즘 길벗사과농원의 이런저런 풍경을 몇컷 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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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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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아빠 2009-04-28
    뱀은 다닌곳만 다니다고 하던데요. 울 어머니는 뱀은 무조건 잡아서 죽이십니다. 어머니가 뱀띠 이신데...ㅎㅎㅎ 독사..말씀만 들어도 무섭네요. 늘 평강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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