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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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나마 벌 3통 더 받았습니다

  • 길벗
  • 2006-05-17 13: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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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받은 벌 3통. 장독대 옆에 터를 마련해줬다.

다행히 날씨가 계속 좋은 고로 늦게 분봉하는 벌통이 있어서 며칠 사이 벌 3통을 더 받을 수 있었습니다. 벌들은 한번 붙었던 나무가지에 계속 붙는 습관이 있어서 집 뒤 돌배나무, 그중에서도 같은 가지에 계속 붙는 바람에 이젠 아버님이 요령이 생기셔서 처음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받아냈습니다.

이제 총 7통이 되었습니다. 흔히들 벌을 군사라고 칭합니다. 그래서 분봉을 했을 때나 벌통속을 들여다보고서는 군사가 많다는 둥, 군사가 많아야 역사를 잘 한다는 둥 하는 소리를 합니다.

옛날 조선시대에 태종인지 성종인지 글 읽은지 오래되서 희미합니다만, 사주에 관심이 생겨서 자기와 같은 사주를 갖고 태어난 이가 있다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졌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사주 팔자라고 하듯이 사주 주어진대로 인생을 사는 것이라면, 자기와 똑같은 사주를 갖고 태어난 이도 자기처럼 임금으로 살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의심이 들어서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국을 뒤져 찾아보니 강원도 영월 땅에서 농사짓는 엄씨라는 중늙은이가 임금과 똑같은 사주를 타고 태어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곧바로 궁궐로 불러올려서는 문초(?)를 했다고 합니다.

\"그대는 과인과 똑같은 사주를 갖고 태어났는데 어찌 그리 미천한 신분으로 사는고?\"
\"........\"

그 당시로 보면 임금과 같은 사주를 타고 태어난 것만으로도 역적으로 몰릴 수 있는 분위기이니 대답을 잘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지 않았겠나 짐작해봅니다만, 진땀을 흘리며 엎드려 있던 엄씨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상감께서는 만백성의 어버이시고 만군의 임금이십니다. 그러나 소인 또한 만군의 우두머리이니 바로 제가 치는 벌 때문이옵니다. 수십통의 벌 통 속에 있는 군사로 따지면 족히 수만은 되니 소인은 그 군사들에게는 임금과 마찬가지지요. 제 타고난 사주는 바로 벌들을 거느리는 것인가 봅니다.\"

임금은 흡족한 웃음을 띄고 같은 사주를 타고 태어난 영월 땅 엄씨를 후대해서 돌려보냈다는 얘기입니다.

토종벌 교육을 가서 들은 바로는 한 장소에서 최대로 칠 수 있는 벌통 수가 한 30통 남짓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사는 이 골짜기(동네에서는 텃골이라고 불립니다)에서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나 짐작해봅니다. 벌은 밀원이 뒷받침되어야 잘 되는 법인데 제 눈에는 잘 띄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산림 녹화를 하면서 산에 낙엽송을 죄 심었기 때문에 산에 꽃이 필만한 풀이나 나무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소나무는 꿀은 없어도 꽃가루는 많이 난다고 합니다. 꽃가루는 어린 벌들 먹이로 쓰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다만 산에 산벚나무와 개복숭아 나무가 꽤 되서 이것들이 그래도 밀원이 좀 되지 싶고, 우리 눈에는 별 볼일 없어 보이는 갖가지 풀꽃들이 그래도 밀원이 된다고도 합니다. 다래 꽃에서 꿀이 많이 난다고 누가 그러더군요. 산에 야생 다래도 간간히 눈에 띕니다. 싸리나무꽃도 굉장히 우수한 밀원이라고 들었는데 낙엽송 때문에 다 없어졌다고 합니다.

강원도 양양 미천골에 사는 \'김씨 아줌마(이름을 잊었습니다)\'에게서 5년 전 처음으로 토종벌 세 통을 사온 것이 우리집 벌 치게 된 시작입니다. 이 김씨 아줌마는 제가 서울에 있을 때 TV 프로그램(인간극장 아니었나 기억됩니다)에 출연한 적이 있어서 그 기억을 하고 제가 물어물어 찾아갔었습니다. 토종벌에는 일가견이 있는 분인데(아버님 때부터 하던 걸 물려받았다고 합니다) 백통 이상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미천골 그 깊고 좁은 골짜기 울울한 산림에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벌을 칠 수가 있느냐고 했더니 거기는 피나무 숲이 있답니다. 피나무 꿀을 또 최고로 치더군요. 이렇듯 지역마다 다 토종벌 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것도 30통 이상이 되면 여기에만 전념을 해야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저 되는대로(손가는 것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하려고 합니다. 우리집 주작목은 \'사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계속 사과꽃 따는 작업을 합니다. 이제 급히 한번은 다 따냈고 이제부터는 다시 정밀한 솎기 작업입니다. 그리고 가지 유인 작업도 해주어야 합니다. 제가 얼치기 농사꾼이라 작년에 가지 유인을 잘 못했더니 올해 그 작업량이 만만치 않습니다. 속도가 나질 않습니다. 그래도 해야지요. 아무래도 다음 주에는 작년에 일했던 아주머니 가운데 한 분 만이라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마당에 화단을 만들어 두해에 걸쳐 철쭉꽃을 300주 가량 심었는데 이곳은 추운 곳이라 이제사 만개했습니다. 또 모란도 하얀 꽃을 탐스럽게 피워냈습니다. 좀 있으면 과수원 옆에 죽 늘어선 찔레꽃들이 필 것입니다. 사과꽃은 이제 다 졌습니다.
날은 더워오고 그래도 아직은 일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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