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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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벌도 잘 못받고...

  • 길벗
  • 2006-05-14 08: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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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뒤안에 나란히 벌 세 통


집 뒤의 돌배나무

현재 집에서 거두는 토종벌이 3통 있습니다. 마음은 더 하고 싶지만 손도 부족하고 또 실력도 아직 없어서 겨우 3통 가지고 일년에 한 10되 남짓(잘 되었을 때) 거두는 정도입니다. 올해는 분봉에 기대를 하고 벌통 수를 늘릴 계획이었으나 결과는 실패입니다.

일에는 실패도 있고 또 그 속에서 배우기도 하는 것이 이치입니다만, 실패의 이유는 많이 있습니다. 우선 시간이 맞질 않아서입니다. 이상하게 제가 서울에 가 있거나 멀리 가 있을 때만 우리집 벌이 분봉을 나왔습니다. 그러니 연로하신 아버님 혼자 또는 안사람과 둘이서 받다보니 실패가 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아버님의 토종벌 치는 실력은 오로지 40년 전에 돌아가신 제 할아버지께서 토종벌 치던 때의 모습만 생각하시고서는 요즘처럼 편리한 여러 방법을 응용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하여간 5월 초에 집중적으로 벌들이 분봉을 하였는데 한번은 제가 집에 있을 때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놈들은 집 근처 나무에 붙어있질 않고 곧바로 앞산 깊숙히 어디론가 무리지어 날아가 버렸습니다. 정말 어떻게 손을 써볼 방도조차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아버님 말씀에 따르면 집 뒤 오래된 돌배나무 꼭대기에 붙었는데(벌들이 나오면 여왕벌을 중심으로 호박처럼 뭉쳐서 어디엔가 한시간 정도 매달려 있다가 자기네들이 미리 봐둔 자리로 이동을 합니다. 벌들은 분봉하기 전 이미 정찰병 벌이 집 자리를 다 봐놓고 나온다고 합니다) 그 높은 꼭대기에 아버님이 위태위태 올라가셔서는 어렵게 잡아서 내려와서 새로운 벌통에 넣었는데 저녁 때 그만 모두 나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럴 경우 사람들은 벌들이 새집이 맘에 안들어서 나갔다고 합니다. 왜 맘에 안들었는지는 벌들만이(특히 여왕벌이 명령을 내렸겠지요?) 아는 노릇입니다.

또 한번은 아랫집 한수 형님까지 오셔서 높은 소나무 끝에 뭉쳐있는 걸 정말 진땀빼며 잡아 넣었는데 아버님의 실수로 여왕벌이 죽었다고 합니다. 여왕벌이 없으면 나머지 벌들은 다시 나왔던 제 집으로 들어갑니다. 왜 죽었는가 하면 벌들을 유인하려고 벌집 뚜껑에 꿀을 너무 많이 발라서 거기에 그만 쩍 들러 붙어서 죽은 것입니다. 세상에 자기 밥에 빠져 죽는 녀석들은 벌이 유일하지 않겠는가 생각해봅니다.

어제도 벌이 나왔다고 합니다. 제가 수원에 교육 가 있을 때지요. 안사람과 아버님이 잡아 넣었는데 이번에도 돌배나무 꼭대기에(벌들은 한번 자리 잡았던 곳에 계속해서 가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또 돌배나무 꼭대기에 뭉쳐져 있었던 것입니다) 벌이 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아버님이 고안하신 벌 받는 뚜껑에 길게 끈을 매달아 겨우 붙여서는 밑으로 끈을 늘이며 내리다가 거의 다 내려서는 그만 끈을 놓치고 말았답니다. 그러니 벌들이 충격에 땅바닥으로 벌 뭉친 덩어리채 털석 떨어져 버렸겠지요. 벌들은 충격에 대해 유난히 노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원래 아버님은 얼굴에 벌망(촘촘한 그물망)을 쓰고 하셨는데 이날은 아래에서 도와주는 며느리에게 그것을 주었다가 그만 놀란 벌들에게 집중적으로 당하셨다 합니다. 아버님 말씀으로는 수백방은 쏘였다고 합니다만 원래 과장이 심한 아버님 말씀이니 좀 감안한다 하더라도 수십방은 쏘인 것 같습니다. 다행한 것은 아버님은 벌침에 이미 면역이 되셔서 하루만에 싹 붓기가 빠진 것입니다. 아마도 다른 사람 같았으면 병원엘 갔어야 했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어제 이 벌들은 끝끝내 잡아서 새로운 벌통에 잡아 넣었는데 아침에 나가보니 잘 살고 있습니다.

벌들은 봄에 바람 없는 날을 잡아 분봉을 하는데 제일 먼저 나오는 놈들이 가장 실하다고 합니다. 보통 세번 정도 분봉을 하는 데 올해 우리집은 첫번째 나오는 놈들은 다 놓치고 어제 겨우 끝물로 나오는 놈들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군사(벌들을 이렇게 부릅니다)가 약하다고 아버님이 끌탕을 하십니다.

어쨌거나 이제 한통 늘어 벌이 4통입니다. 앞으로 더 분봉을 나올런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벌치는 것도 사람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또한번 깨달았습니다. 이곳 토박이들에게 들은 말인데 벌이 잘되는 집이 있고(또는 사람이 있고) 안되는 집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노력한다고 다 잘 되는 것은 아닌 것이 자연과 사람의 이치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진인사 대천명\'이란 말이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일은 하되 끝은 하늘에 맡긴다. 성경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저 기도할 뿐 모든 것은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지요. 일요일 아침입니다. 오늘은 안식일이니 쉬어야 하는데 아직 신앙이 얕은 고로 꽃따는 일을 합니다. 우리집 꽃따기는 사실 가을에 수확할 때까지 계속 됩니다. 벌도 사과도 모두 주시는대로 받는 것이란 것을 이 아침에 다시한번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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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에 벌이 났습니다. 그래서 다행히 제가 사진을 몇 장 찍을 수 있었습니다.
<농사 갤러리>에 사진 올려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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