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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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인사 - 귀농 6년차를 시작하며

  • 길벗
  • 2006-01-01 09: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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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모를 맞아 올 한 해를 사자성어로 의미를 가름해보는 풍속이
있는 것 같다. 올 한 해 전업 농부로 일한 나로서는 안타깝게도
<유구무언>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농업이 이제 더 이상 갈 곳도 없는 막다른 곳에 이르렀음에도
정부는 뒷짐지고 앉아 시늉만 하고 있는 것 같고
그 와중에서 농민이 여럿 자살하고 또 자기 나라의 경찰에
맞아 죽었다. 도무지 뭐라고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는 형국이고
이 나라다. 같은 농민으로서 난 시위에 참가하지도 않았고
또 장례식에도 못 가 본다. 그저 이 궁벽한 골짜기에서 입만
나불거리는 모양새다. 그러니 유구무언일 수 밖에.....

오늘 홍천 읍내에 나갔다가 모 중앙 일간지 경제섹션을 펼쳤더니
내년도 우리나라 산업 각 분야의 기상도를 예상해놓은 것이 전면에
걸쳐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눈씻고 찾아봐도
농업 분야는 없다. 조선, 증권, 자동차, 여행 등등 다 있는데
이 나라 인민의 7.6%가 종사하고 있는 농업에 관한 얘기가 없다.
이래저래 천대받기는 매일반인 것 같다.

그래도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는 이 시기에 희망을 아주
저버릴 수는 없다. 5천 년 역사에 어디 농사꾼이 사람 보고, 정권 쳐다보고
농사지은 적이 있었던가. 농민은 하늘의 자식이라, 이 세상의 장사꾼과는
다른 것이다. 또 달라야 하는 것이다.

어려워지는 시대에 그래도 가슴 한 구석에 품고 있는 불씨 하나는
농사꾼은 정직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세상이 아무리 허풍쟁이들로
가득차고 돌아서면 속이는 장사꾼들의 이윤 속에서 물질이 풍요로운
시대가 된다고 하여도 다 소용없는 짓이다.

정직한 노동, 정직한 농사, 정직한 먹거리만 있으면 우리 농민은
살 수 있다. 이런 믿음을 준 선생님들, 즉 함석헌, 오재길, 정농회, 풀무학교
설립자님들의 가르침이 이 거짓 세상 속에서 그래도 꺼지지 않고
이제까지 나와 너에게 전해졌다는 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축복이고
우리 농민이 어떤 상황이 와도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올 세밑은 유난히 추위가 가시질 않았다. 아마 하늘도 오늘의 우리 살림의
어려움을 그리 표현한 것이리라. 그러나 아무리 이 세상이 영하의 기온 속에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을지라도 우리의 가슴마저 얼릴 수는 없는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 또다시 한 해가 온다. 가고 오는 것이 다 우주의 이치이듯이
힘든 것도 지나면 과거가 되고 겨울 지나 봄이 오는 것이다. 만물의 소생은
곧 겨울의 힘임을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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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어줍잖은 우리 <길벗사과농원>을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사과도 많이 못땃고 올해도 또 빚을 조금 졌지만
그래도 내년을 희망하면서 이렇게 한 해의 끝에 섰습니다.
내년에도 부족한 저와 우리 농장을 많이 사랑해주세요.

꾸벅

농당 길종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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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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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불출 2006-01-08
    資本主義 나라에서 自本主義로 살기가 그리 쉽지는 않겠지요.
    一日一生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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