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사과가 계란만해졌습니다.

  • 길벗
  • 2005-07-07 19: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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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9.29.10.4
며칠 전까지 사과 2차 적과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어제와 오늘은 사과나무 아래 풀을 예초하였습니다. 우리 사과농원은 과수원 전면에 초생재배를 하기 때문에 여름에 풀 깍기가 고된 일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를 아는 모든 이들의 최대 궁금 사항은 올해 사과 작황이 어떠하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홍천에서 사과를 재배한다는 것에서부터 초보 농사꾼이 가장 어렵다는 사과 작목을 선택한 것까지 걱정 반 호기심 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 마디로 아직까지의 올해 사과 농사를 말씀드리자면 풍년입니다. 봄에 꽃이 아주 많이 튼실하게 왔고 또 적화와 적과를 마친 요즘 제대로 잘 자라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옥의 티라면 몇몇 사과에 동녹이 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5월 말에 친 약제 가운데 아직 사과가 유과기인데 분무 압력을 너무 세게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상품성이 떨이지는 것이지요.

어떤 놈은 큰 복숭아만한 것도 있습니다. 올해 예상 수확량은 5키로그램 박스로 약 500짝인데 가을에 과연 목표대로 풍성한 첫 수확을 올린런지요. 품종은 올해는 홍로만 수확합니다. 후지(부사)가 일부 달리긴 했어도 수량은 미흡할 것으로 보입니다. 홍로보다 1년 늦게 심은 탓에 내년에나 본격적인 수확이 되겠지요. 홍로는 추석 전에 수확됩니다. 미리 수확 예보를 해드리겠습니다. 8월 말에 수확에 대한 공지를 하고주문 예약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올 봄, 사과묘목 100주를 구입했습니다. 경북 영주의 이두형 씨로부터 선홍 묘목을 산 것이지요. 심으려고 했던 밭이 미처 제대로 준비가 안되어 일단 가식을 해놓았습니다. 이번 가을이나 내년 봄에 정식을 해야겠지요. 선홍은 8월에 나오는 조생종 사과입니다. 내년에 몇 알 열린다고는 합니다. 본격적인 수확은 내후년입니다. 현재 생각으로는 가을에 쓰가루(아오리) 묘목도 100주 더 구입해서 선홍과 함께 심으려고 합니다. 쓰가루도 8월에 나오는 조생종 사과입니다. 흔히 한 여름에 풋사과로 나오는 것이 바로 이놈입니다. 사실은 붉은 색 사과인데 저장성이 약해서 미리 따서 유통을 시켜서 그렇답니다.

올해 오이 농사도 처음 해봅니다. 3백 평 자투리 땅에 심었으니 이곳 오이 전업농들 눈에는 그저 장난입니다. 그래도 우리 부부에게는 힘겹게 느껴집니다. 아무튼 지난 5월에 아랫집 한수형님이 모를 키워서 또 함께 정식도 해줬고 철민네 아빠 엄마는 오이대와 망 치는 일을 하루 와서 도와줬습니다. 그래서 남의 도움으로 첫 오이 농사를 했습니다. 늘 그렇듯이 약 치는 일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저이기에 오이농사에서도 남들이 7번 칠 때 2번만 약을 쳤습니다. 그랬더니 오이가 엄청 병을 앓아가지고 하마터면 수확도 못할 뻔 했습니다. 오이는 정말이지 약으로 키웁니다.

그저께 첫 출하를 했습니다. 8키로그램 짜리 2박스. 어제는 5박스. 오늘은 10박스. 값은 요즘 좋아서 한 박스에 11,000원 씩 나왔습니다. 첫 날은 12,000원 나왔구요. 안사람은 무척이나 기쁜지 정말 오이값이 통장으로 입금되었는지 두번 세번 묻습니다. 귀농한 지 5년, 밭에서 나온 첫 수입입니다. 24,000원.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작년에 한우 송아지 몇 마리를 팔아서 목돈을 만져보기는 했습니다만 그간 농사에서는 한 푼도 못 만져 봤습니다.

장마가 오락가락 해가 났다가 금방 구름이 오고 소나기가 한차례 지나가고 합니다. 산골짜기에서의 삶은 어제가 그제같고 오늘도 어제 같습니다. 이 궁벽진 골짜기에도 신문은 우체부가 가져다줘서 매일 읽고 또 전인권이도 달았다는 스카이라이프 덕에 뉴스도 매일 봅니다. 세상은 언제나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10년 전에도 5년 전에도 늘 그랬듯이.

가끔 우리가 처음 내려왔을 때를 기억합니다. 전화도, 신문도, 텔리비젼도 없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눈 뜨면 밭에 엎드려서 김을 매고 저녁이면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어떤 날은 텔리비전에 빠져 자정에 잘 때도 있고 또 지난 달 부터는 '모래시계' 뒤로는 처음으로 연속극에 빠져 삽니다. '굳세어라 금순이'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지난 주에 이곳에서 나가는 교회 목사님이 가정 예배를 오셨습니다. 어쩌면 일상적인 일인데 말씀 중에 '믿음의 기초'에 대한 말씀이 가슴을 찔렀습니다. 깊이 생각을 해야 할 문제였습니다. 제 나이 40대 중반입니다. 어쩌면 더 큰 방황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남의 집에서 급히 올리는 글이라 언제나 그렇듯이 두서가 없습니다. 그래도 너무 오랫동안 소식 전하지 못해서 몇 자 올려봅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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