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소 기르는 이야기(1)

  • 길벗
  • 2004-11-13 23: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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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하던 2001년 봄, 첫번째로 정착했던 곳(복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골짜기)에 이웃이 두 집 있었는데 그중 한 집이 장씨 아저씨네 였습니다. 환갑을 훨씬 넘긴 연세임에도 두 노인네가 7천 평 농사를 오로지 두분의 힘으로만, 그것도 옛날식으로 소로 밭을 갈아 가면서 짓고 있었습니다. 물론 3천 평은 논농사니까 조금은 수월하고 밭에도 소위 특작물(오이나 호박같이 소득이 높은 것)은 하지 못하시고 사료용 옥수수나 메주콩 같은 것을 하시니까 가능한 얘기긴 해도 보통 농사꾼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그 분이 밭 가는 암소 두 마리를 기르고 계셨는데(이곳에 와보니 나이드신 분들은 거개가 소를 한두마리씩은 집에서 다 기르고 계셨습니다) 송아지를 잘 낳아 때가 되면 송아지를 팔아 생활에 보태곤 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우리에게도 한 마리 사서 기르겠느냐고 하셨는데 그때 송아지 값이 꾸준히 오르는 시세라 120만 원 가량 했습니다. 저는 사서 기르고 싶었는데 아버님이 그렇게 비싸게 주고 사서 어떻하냐면서 송아지 값이 80만 원 정도로 내리면 그때 한 마리 사자고 하셔서 그만 포기를 해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대실책이었습니다. 돈 되는 일을 스스로 피해서 가버린 꼴이 되버렸습니다. 소값은 이후 계속 올라가서 그해 겨울이 되니까 송아지값이 200만 원에 육박해버렸습니다. 이렇게 되니까 소를 사기가 두려워져서 그만 소 키우는 생각은 접게 되었는데 관심을 갖지 않으니 이후 어떻게 되는지 사실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사과나무 밭에 거름을 확보하는 것이 문제가 되어 다시금 소 기르는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001년 가을에 집을 지면서 이듬 해 봄에 밭에 쓸 요량으로 무조건 거름 한 차를 사서 반년간 묵혔습니다. 이 거름은 사과나무 묘목을 심은 뒤에 기비로 썼는데 매년 엄청난 거름을 밭에 넣어야만 하니까 미리미리 거름을 장만하여 1년 정도 발효를 시킨 뒤 넣어야겠다고 계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강원도 골짜기인 이곳은 거름 장사한테 사면 비싸고, 또 이웃에서 구하기도 쉽잖고(경기도 쪽은 축사가 많아서 운반비만 부담하면 똥은 그냥 가져다 쓸 수가 있다고 들었는데 강원도는 사정이 그렇질 못합니다)해서 결국 생각은 내 필요한 양 만큼의 똥은 내가 생산하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역시 소 구입인데 소값이 다락같이 올라서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돈만 많다면 뭐가 문제겠는가마는).

2002년 6월에 인근 내촌면에서 낙농을 하는 분을 철민 아빠에게서 소개받아 똥을 많이 확보(?)해 놓게 되었습니다(우사의 똥을 한번 쳐서 거기서 나온 똥은 가져가는 대신 왕겨를 깔아줘야 합니다. 우사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50만원 정도 합니다. 거기다가 운반을 위한 덤프 트럭을 또 내 돈을 들여 써야 하기 때문에 총 똥 구입비는 8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 듭니다. 여기다가 홍천읍 근처의 제재소에서 참나무 수피를 두 차 사서 소똥과 섞어 놓았습니다. 수피 값은 5톤 한 차에 35만 원 입니다).

어마어마한 똥거름이 과수원 입구에 작은 산처럼 쌓여져 있었는데 지날 때마다 흐뭇한 마음은 이루 말할 길 없고 그 거름은 일년간 잘 삭은 후에 이듬 해 이른 봄에 사과나무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2003년 6월에 이번에는 정봉조 형네 목장으로부터 우분을 엄청나게 받아서 수피 3차와 함께 버무려 놓았습니다. 이 거름은 올 봄(2004년)에 다시 사과밭으로 들어갔고 올 6월에 다시 소똥을 받아서 수피와 함께 섞어놓은 것이 현재도 과수원 입구에 쌓여있습니다. 가끔씩 포크레인으로 뒤집어주어서 발효가 잘 되도록 합니다(포크레인을 결국은 2003년 여름에 사고야 말았습니다. 물론 중고입니다. 거름 뒤집기에는 그만입니다). 올해는 12월 초에 밭에 거름을 넣을 작정입니다.

아무튼 거름 문제로 내촌의 낙농하는 사람을 소개받아 똥을 왕창 받게 되었다고 위에서 말했는데 그 사람으로부터 지혜 아빠(정봉조 형)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 말에 따르면 지혜 아빠도 97년도에 서울의 잘 나가던 직장 팽개치고 홍천 내촌면으로 귀농한 사람인데 처음 몇 해 농사에 실패도 있었지만 이제는 낙농으로 기반을 잡은 사람이니 한번 찾아가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얼마후 안사람과 함께 그 집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2002년 연말 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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