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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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 키우기(2)

  • 길벗
  • 2004-11-10 11: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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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 주 심은 홍로 사과나무 가운데 100그루 정도가 죽었습니다.
여름이 되고 가을이 되어 남은 사과나무는 그래도 꽤나 자랐으나 잘 자라지 못한 것은 정한 이치였습니다.
그해 여름 지인이 와서 보고는 '웬 꼬챙이를 밭에다 죽 꽂아 놓았으냐'고 핀잔을 준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겨울이 되어 흰 눈이 내렸는데 이상하게도 나무 이파리가 낙엽지지 않고
파랗게 매달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2003년 1월에 몇 장의 사진을 들고 '대구사과연구소'엘 방문하였습니다. 물어물어(강원도 홍천에서는 참 멀고 찾아가기 힘든 길이었습니다) 찾아가 소위 연구원이라는 분을 소개받아서 얘기를 좀 나누었습니다.내가 선입견인지는 몰라도 그 연구원이라는 분 저를 참 많이 무시하더군요. 아마도 얘기하다 열 받아서 그랬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제가 워낙 농사며 과수에 무지하니까 어디서 이런 개뼉다구가 와서 귀찮게 하나 했을 겁니다. 아무튼 우리나라 공무원(안그런 분도 많겠지만) 좀 권위적입니다. 오는 길에 의성에 들러 김영원 선생님 댁에 들렀습니다. 처음 뵙는 자리였는데 그 분이 일전에 쓴 책을 읽은 터이기도 했고 그 전부터 뵙고 싶은 분이기도 했습니다. 유기농업에 대한 선생님의 그간의 경험과 도움되는 여러 말씀을 듣고 오후 늦게 돌아왔습니다.

4월에 거름을 사과나무 밭에 넣었습니다. 이것은 2002년 여름에 참나무 수피와 우분을 섞어 놓았던 것으로 거의 일년 동안 묵혔다가 이제 밭에 내는 것이었습니다. 포크레인을 하루 사서 작업을 하였습니다. 5월에는 관수 자재를 사다가 사과나무 밑에 죽 설치를 하였습니다. 철민 아빠와 완규 선배가 또다시 와서 이틀간 애를 써주었습니다. 물통도 10톤짜리 2개를 설치했고 모터도 2마력 짜리로 제법 센 걸로 마련했습니다.

사과농사는 유기농이 아직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혹 유기재배 사과를 생산하시는 농가가 있다면 죄송한 일입니다만). 또 많은 이들이 사과 재배시 농약을 무척 많이 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글을 보니 사과 재배 농가에서 년간 20회 이상 농약을 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알기로 요즘에는 년간 12회 내외, 저농약 인증을 받은 농가라면 10회 이내의 방제를 하는 것으로 압니다. 저도 최소한의 방제만 하려고 노력합니다만 가장 좋은 건 역시 무농약이겠지요. 위에서 말씀드렸던 김영원 선생님도 예전에 사과농사를 하셨는데 농약에 중독되어서 쓰러지신 적이 있으시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로 유기농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고 사과농사는 결국 포기했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쓰가루(조생종 사과) 사과밭은 조금 남겨서 일체 약을 안치고 맛이나 보고 있다고 하시면서 만생종(후지)은 농약 없이는 힘들다고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요즘은 대구사과연구소와 경북대 엄재열 교수가 만드는 '사과 방제력'이 매년 나와서 그것을 기본으로 방제를 하는 것 같습니다만(물론 저도 참고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실력'이겠습니다. 아직 과수 농사 초보인 저로서는 배우고 알아야 할 것이 태산입니다. 다행히 화천의 '사부'가 늘 친절하게 한수 가르쳐주시는 덕분에 많이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과수 관련 책자를 늘 탐독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고요.
농약 방제 못지않게 중요한 게 사과나무에 이런저런 영양분을 공급하는 체계인데 이 부분은 농가마다 노하우랄까 자기만의 그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곳저곳에서 보고 듣고 또 체험하면서 나름대로 노하우를 쌓아가고는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2002년 11월에 심은 히로사키 후지 300주에 대해서는 얘기를 빠뜨린 것 같습니다. 2002년 3월에 홍로를 심고 난 뒤 남은 밭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사과를 더 심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11월에 경북 김천에 있는 '김천농원'에서 <히로사키 후지>(후지 아조변이 계통으로 후지보다 일찍 10월 초중순에 결실하는 중생종입니다) 묘목을 300주 사다 심었습니다. 특묘라고 해서 주당 4,500원을 주고 사왔습니다. 홍천에서 김천까지는 중앙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경부소속도로를 거쳐 갔고 올때는 대구로 내려와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왔습니다. 아침 일찍 떠났는데도 어두워져서야 집에 도착했습니다. 10년된 고물 1톤 트럭이 잘도 달려주어서 귀농한 후 처음으로 안사람과 오랜 여행(?)을 했습니다.

이제 도합 사과나무가 600주, 과수원이라고 말해도 부끄럽지 않은 주수가 되었습니다. 잘 가꾸어 풍성한 결실을 기대해보는 일만 남았습니다. 다행히 '히로사키 후지'는 한 주도 죽지 않고 잘 자라고 있습니다. 심은지 올해(2004년)로써 3년차, 홍로에는 꽃눈이 와서 사과를 결실을 시켰습니다. 첫 수확이라 양도 많지 않았고 특히 농약을 최소한만 쳤더니 껍질은 상품이라고 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맛만큼은 어찌나 좋은지 드셔보신 분들은 모두 내년엔 제 때 약 쳐서 상품성 있게 만들면 히트 칠 거라고 위로를 해주셨습니다.

아무도 이곳 홍천에서 사과가 재배되리라고 생각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조금은 모험을 감행한 셈이지만 올해 첫 수확을 하고보니 자신이 생겼습니다. 이웃 내촌면에 사는 지혜 아빠(정봉조 형)는 사과를 먹으면서 '끝내 사과를 먹어보긴 하는구나'하면서 웃었습니다. 그이는 속으로 제가 실패할 것이라고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이곳 홍천 서석이 일교차가 아주 큰 지역이고 중산간 지대라서 병충해가 적고 당도와 경도(단단함)가 아주 좋았습니다. 색깔도 아주 잘 나서 내년엔 저도 기대가 많이 됩니다. 내년 예상 수확량은 300박스 가량입니다. 몇몇 아는 이들이 사과에 글자를 넣어 백화점 같은 곳에 납품하라고도 합니다. 예를 들면 '합격', '수능대박', '사랑' 이런 단어들 말입니다. 한번 시도는 해 볼 작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일년간 어떤 약을 얼마나 쳤는지는 앞으로 사과 수확 후에 매년 말에 농사 일지를 공개하여 모든 사람에게 밝힐 작정입니다. 다만 상품성 제고를 위한 여러 영양제 및 미량요소, 퇴비 등에 관한 시비는 재배 노하우에 속하기 때문에 아직은 밝힐 수가 없다고 봅니다(별 특별한 재주와 기술도 없습니다만).
제초제는 처음부터 일절 뿌리지 않았고(과수원에 풀을 키워 기계로 제초하는 초생재배를 첫해부터 해왔습니다. 가을엔 호밀을 뿌려 이듬해 베서 과원에 그대로 두어 자연적 퇴비가 되도록 했습니다) 화학비료도 가능한 조금만 하려고 그간 노력해 왔습니다. 앞으로 화학비료도 전혀 하지않는 쪽으로 가려고 합니다만 우려되는 것은 자연산 영양시비 재료의 가격과 양, 처리가 비용이 많이 들면 최소한의 화학비료는 해야하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사과나무 600주는 이제 저희 집의 든든한 기둥이 되었습니다. 이 나무들을 앞으로 잘 가꾸어 나무도 크고 우리 농장도 건강하게 커 나가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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