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농사이야기

홍천에서 독농가로 사과를 재배하게 된 이야기

  • 길벗
  • 2004-10-06 17: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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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은 겨울이 무척 추운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추운 곳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과수 농사는 되지 않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나무가 월동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런데 화천에서 사과가 이미 재배되고 있다면 홍천도 가능할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관련 자료를 뒤져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강원도 농업기술원에서 매년 펴내는 도내 각 군별 연간 기온, 강수량, 일조시수 등을 담은 책을 구해 읽었더니 홍천이나 화천이나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본격적인 자료 조사에 들어가 인터넷에서 이곳저곳을 헤매다니며 사과에 관한 지식을 구해보니 과수나무 동해라는 것이 무조건 춥다고 입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동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과수나무가 견딜 수 없는 절대적 하한 온도는 나와 있었지만 홍천의 경우 그것을 넘어서지는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사과에 대한 책을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대구사과연구소에서 펴낸 여러 책과 안동대학 출판부에서 나온 책들이 도움을 많이 주었습니다.

그러다가 인근 횡성에 오래 전부터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는 걸 전해듣고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그 분은 '청일관광농원'을 경영하고 계신 정천근 씨로 포도와 채소류를 재배하고 있었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서석에서 사과를 재배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문외한이라 좀 망설이고 있다는 말씀드렸는데 그 분으로부터 뜻밖의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분의 말씀에 따르면 전라도 장수에 사는 사과 재배 명인 송재득이라는 분이 자신과 안면이 있어 몇 년 전 횡성에 온 적이 있는데 그 분이 서석이 사과 재배 적지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자세한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아무튼 힘이 솟는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2002년 1월 중순 경, 드디어 화천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김시창 씨를 만나러 갔습니다. 앞서 얘기한대로 김 목사가 소개해준 분입니다. 먼 길을 온 우리 부부를 따뜻이 맞아준 그 분은 저장고에서 사과를 꺼내 대접하며 사과 농사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재배 기술을 전부 가르쳐 주겠다고 선선히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화천과 서석이 좀 멀어서 불편한 점이 있을 것이라는 걱정도 함께 해주었습니다. 많은 얘기를 듣고 돌아온 다음 날 드디어 홍천농업기술센터에 들렀습니다.

과수 담당자를 만나 제 소개를 하고 이곳에서 사과 농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농사에는 문외한인 귀농한 사람이라 걱정이 많아 인사 겸 의견을 들으러 왔다고 했습니다. 그 분은 50대 초반 쯤으로 보이셨는데 직급은 계장이었습니다. 첫 마디에 그 분은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걱정을 해주시면서 사과는 말고 포도를 심으라고 추천해주었습니다. 자신이 포도 박사니까 여러가지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고 또 이미 자신의 추천으로 포도 농사를 하고 있는 농가가 여럿된다고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농사도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야 성공도 할 것인데 포도는 전혀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사양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분은 막무가내로 사과는 모든 과수 중에서 가장 어려운 품목이니 절대로 초보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걱정을 하시면서 이곳 홍천은 학자들이 쓴 책에도 사과 재배 지역이 아니라고 나와 있다고 자꾸 포도 농사를 권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귀농하였으니 서울에 친구도 많을 것이고 따라서 전량 직판을 하여야 하고 포도 나무 아래에는 토종닭을 방사해서 사람들 찾아오면 토종닭을 잡아주고 또 지하수도 수질 검사를 받아서 오는 이들에게 물병에 담아 그냥 나눠주면 이곳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이 무지한 귀농인을 '지도'해 주었습니다.

그분 말씀을 듣고는 마음 속에서 뭔가 끓어 오르는데 가만히 참고서는 조용히 한 마디 해주었습니다. '제가 사람 상대하여 닭 잡아 팔아서 먹고 살려고 시골에 온 사람이 아닙니다. 농사를 지어 먹고 살 방도나 있으면 얘기해 주시지요" 그러나 그 분은 제 말은 귓등으로 넘기고 그간 귀농한 사람들 많이 봐왔는데 농사 짓고는 못 먹고 산다, 그러니까 자기 말 듣고 그리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얼마간 더 얘기를 나누다가 나왔습니다. 나오면서 함께 갔던 마누라에게 제가 한 마디 했습니다. '우리 사과 농사가 성공하려나봐'
'왜?' '응, 공무원이 안된다고 하니 말이야' '그런 게 있었어?' 무지하긴 마누라도 저랑 매일반입니다.
'근데 포도하고 토종닭 키우면 좋겠다.' '뭐가 좋냐? 토종닭 백숙해서 팔면 술은 안파니? 마누라 술상 심부름 시키려고 내가 이곳에 왔니?'

결국 그 해 봄(2002년 3월) 사과 묘목 400주를 춘천원예협동조합을 통해 구입하여 밭에 심었습니다. 품종은 홍로였습니다. 그러나 심을 때부터 고생이 시작되더니 이후 여러 생각지 못한 일들이 자꾸 벌어졌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바로 저에게 해당되는 말이었습니다. 무턱대고 일단 심어만 놨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귀농 두번째 해가 사과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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