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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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이야기들-마지막 글

  • 길벗
  • 2004-10-06 17: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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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나간 이야기들 꼭지는 이 글로써 마감할까 합니다.
그러니까 2001년 9월 새 집을 짓기 시작하여 11월 21일에 이사를 왔습니다.
집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철도 침목으로 쌓아올렸고 지붕은 슬레이트를 사용하였습니다.
모든 자재가 다 값이 싼 것이었고 한편으론 별장 지을 것도 아닌데 소박한 것이 좋다는 생각도
해서 이렇게 된 것입니다.

특이하게 철도 폐침목으로 집을 짓게 된 것은 이곳에서 만난 귀농인 길 정씨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그 분은 94년도에 이곳으로 귀농한 분으로 역시 철도 침목으로 집을 지었던 것입니다.
경험이 있던 분이었기 때문에 제 집 질 때 그 분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분입니다.

겨울이 곧 시작되었고 말로만 듣던 홍천의 겨울 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12월 중순부터는 눈도 많이
내리고 1월이 되자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았습니다. 제일 추웠던 날은 영하 23도 였던 적도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나무 보일러에 장작을 넣어 집 난방을 하였는데 집을 지으면서
특별히 단열에 많은 신경을 쓴 덕분에 실내는 따뜻하였습니다. 다만 나무를 주워오고 장작을 만들어
때맞춰 매일 나무를 때는 것이 좀 힘들었는데 그래도 아버님이 운동 삼아 부지런히 장작을 패고 또
보일러 관리를 해주신 덕분에 큰 일은 없었습니다.

겨울에 강원도 산골에서는 할 일이 없습니다. 눈도 많이 오고 날도 추워서 남녘처럼 이중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작물을 키우는 겨울 농사는 엄두도 못냅니다. 그저 쉬는 것이지요. 하긴 봄부터 여름과 가을에
고생들 하였으니 겨울은 자연의 이치 따라 쉬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도 귀농 첫 해를 정신없이 보내고 첫 겨울을 가족과 함께 그야말로 푹 쉬었습니다. 아마 결혼 이후
처음 맞이하는 긴 휴가(?)였던 것 같습니다. 12월 초순에는 인근에서 농원을 하는 분에게서 작은
전나무를 얻어다가 마당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밤이면 오직 별빛만 비추는 작은
계곡 안 우리 집 마당에서 어느 먼 나라의 풍경인양 전구가 반짝이는 것을 보자니 이곳으로 오기까지의
그간 모든 시간과 도시 생활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매일 먹고 놀고 자고 하는 한가한 겨울이 하루하루 지나가고 있는 중에도 제 마음은 다가오는 새 해에
해야 할 영농 계획으로 그렇게 여유롭지만은 않았습니다. 아내와 많은 의논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것이 우선 무슨 작물을 심을 것인가에서부터 의견 차이가 좀 있었고 또 저로서도
농사 문외한으로서 선뜻 어떤 작목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지 않았습니다. 관행적으로 이곳 사람들이
짓는 오이와 애호박, 고추 농사를 나도 해야할 것인지, 그런데 저는 유기농을 지향하고 들어왔는데
아쉽게도 이곳 수하리에는 소위 친환경 농사를 짓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었습니다.

남이 하지 않아도 혼자 할 수는 있겠지만 몇 년의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고 또 판매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화천, 춘천, 홍천을 중심으로 '북한강 유기농산물 소비자-생산자 모임'이 이미 결성되어 운영 중에
있다는 소식을 접해 듣고는 안심은 되었지만 문제는 작목이었습니다. 아내는 절대 하우스 오이 농사와
고추 농사는 못하겠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지난 여름 철민네 오이 하우스에서 7월 한 달 도우며 배워
본 결과 오이 농사가 얼마나 힘든지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튼 하우스를 지어 한 여름에 그 속에서
농사 짓는 게 얼마나 진을 빼는 일인지는 농민들만 알 것입니다.

여러 날 고민하다가 몇 가지 원칙을 세워보니 첫째, 돈이 되는 작물보다 내가 좋아서 하는 품목이면
좋겠다는 것, 둘째, 유통에 있어서도 독자적인 판로(직판 같은 것)가 되는 품목이면 더욱 좋겠다는 것,
셋째, 농사 기본이 없는 나에게 누군가 정기적으로 가르쳐 줄 수 있는 농작물이면 금상첨화겠다는 것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서석 안식일 교회 목사님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가 사과 재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목사님이 화천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분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춘천에서
고등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춘천 유포리 사과는 일찍이 들어본 적이 있지만 화천에서 사과가 재배된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기 때문에 귀가 솔깃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화천이나 홍천이 기온이나 기후가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가 2002년 1월 초순이었습니다. 결국 사과를 재배하게 되었는데 그 자세한 과정은 다음 이야기에서 새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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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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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아빠 2009-04-25
    드뎌 사과이야기입니다. 안동에 계신 아버지가 제게 추천한 작목이 사과입니다. 날씨가 많이 더워져서 이제 강원도에서 사과농사가 될거라고 확신하고 계시거든요.^&^ 어르신들의 지혜는 어린 저의 지식보다 늘 앞서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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